우리 만남은,

byGrace k

잔기침에 효과가 좋다는 생약을 털어 넣었다.
은단을 빻아 놓은 듯한 향은 쓴맛보다
삼키기가 더 고역이다.
계절마다 찾아드는 불청객과 밀당 중이다.
약도 챙겨 먹고, 찬 것도 멀리하고, 일하는 시간을
제외하곤 쉬어가는 중이다.
코가 맹맹하고 몸은 찌뿌둥하다.
“기침아, 안 돼. 들어가!”
그래도 가을 햇살을 만날 수 있을 때 걸어야지 싶어 장바구니를 챙겼다.
노랗고 빨갛게 익어가는 잎들 사이로
슈퍼 진열대를 가득 채운 주황색 호박과 과일들이
깊어가는 가을색을 더한다.
그때 문자가 왔다.
언니, 지금 일하는 중?
응.
어디?
○○
**은 8월 말에 그만뒀어.
한 달이 훌쩍 지났는데도 말을 못 하고 있었다.
함께 일하다 창업을 한 친구는 바빴고,
나는 여름이 극성수기인 지금의 일터에서
또 경황없는 날들을 보내고 있었다.
문득 사장님 생각이 났다.
혼자 계시면 우울하실 것 같은데
오늘 만나서 깜짝 방문해 볼까.
‘서프라이즈!’
우리는 즉석 문자로 의기투합했고
곧 **을 찾았다.
식당을 연 이 동생은
“Happy Thanksgiving!”이라며
직접 싸 온 음식을 한아름씩 안겨주었다.
오랜만에 마주한 사장님은
우리의 깜짝 방문을 감격해하셨다.
함께 일하던 그 시간이 참 즐거웠다고,
그때가 그립다고 했다.
우리는 그 시절 이야기를 꺼내놓고
한참 웃었다.
받은 게 많았다.
짧은 만남을 뒤로하고 돌아섰다.
한국을 다녀와서 제대로 회포를 풀자고 약속했다.
한 달이라는 시간을 훌쩍 지나 만난 반가운 얼굴들.
계절을 건너뛰어 찾아온 사람의 체온이
약보다 훨씬 더 신통한 처방이었던 모양이다.
몸이 한결 가볍게 느껴졌다.


가을이 깊어간다.


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