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하지 않은 길에는 내가 상상한 나만 있다
“그때 그냥 다른 걸 할 걸 그랬나?”
살다 보면 이런 생각을 한 번쯤은 하게 된다. 온라인 게임을 옮기고 예전 온라인 게임이 생각날 때도 있고, 집을 사고 나서 다른 집을 다시 찾아볼 때도 있다.
어떤 사람과 헤어진 뒤에는 “그때 내가 조금만 다르게 행동했으면 어땠을까?” 생각하기도 한다.
분명 그때는 충분히 고민해서 내린 선택이었다. 이것저것 비교했고, 주변 사람에게 물어보기도 했고, 나름대로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생각했다.
그런데 선택을 끝내고 나면 오히려 선택하지 않았던 것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분명 그때는 이것이 더 나은 것 같았는데, 왜 지나고 나면 저것이 더 좋아 보이는 걸까.
우리는 선택하기 전에 두 가지를 놓고 고민한다. A를 선택할까, B를 선택할까. 그때는 두 가지 모두 현실이다.
A를 선택했을 때의 좋은 점과 힘든 점을 생각하고, B를 선택했을 때의 장,단점을 생각해보고 하나를 고른다.
그리고 그 순간부터 두 가지는 더 이상 같은 위치에 있지 않게 된다. 하나는 내가 살아가는 현실이 되고, 다른 하나는 내가 살아보지 않은 가능성이 된다.
여기에서부터 다른 선택에 대한 생각이 시작되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선택한 길에는 매일 새로운 일이 생긴다. 힘든 날도 있고, 예상하지 못했던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또, 처음에는 좋아 보였던 선택에서 불편한 점을 발견하고,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단점을 마주하기도 한다. 반면 선택하지 않은 길에는 그런 일이 없다. 그 길에서는 아직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았으니까.
그래서 우리는 그곳에 내가 보고 싶은 장면만 채워 넣을 수 있다.
‘그쪽을 선택했으면 지금보다 편했을지도 모르겠다.’
‘그 회사에 남았으면 더 좋은 평가를 받았을 수도 있겠다.’
‘그 사람과 계속 만났다면 지금과는 다른 삶을 살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생각하다 보면 선택하지 않은 길이 점점 좋아 보인다.
하지만 사실은 아무것도 모른다. 그 길을 실제로 살아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곳에도 분명 힘든 일이 있었을 것이고, 지금과 비슷한 후회를 했을 수도 있다. 어쩌면 더 큰 후회를 하고 있었을수도 있다.
우리는 그것을 알 수 없다. 그래서 선택하지 않은 길은 이상하게도 아름답다. 실패한 기록이 없기 때문이다.
내가 선택한 길에는 실패한 나도 있고, 지친 나도 있고, 후회하는 나도 있다. 하지만 선택하지 않은 길에는 내가 상상하는 나만 존재한다.
그곳의 나는 조금 더 행복하고, 조금 더 현명하고, 조금 더 좋은 선택을 했을 것 같다라고 생각하며 내가 선택하지 않은 나를 부러워한다.
이런 생각을 하다보면 문득 궁금해진다. 우리는 선택을 후회하는 걸까. 선택하지 않은 가능성이 궁금한 걸까.
둘은 비슷해 보이지만 조금 다른 것 같다.
후회는 이미 지나간 선택을 다시 바꾸고 싶은 마음에 가깝지만, 가능성은 그랬다면 어땠을까를 생각하는 마음에 가깝다.
나는 지금의 선택이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으면서도 가끔 다른 길을 상상할 수 있다.
지금의 삶이 싫어서가 아니라, 내가 살지 않은 삶이 어떤 모습이었을지 궁금해서다. 그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일지도 모른다. 당연히, 선택하는 순간 하나의 미래를 얻는 대신, 다른 미래를 포기해야 하니까.
선택하기 전에는 여러 가지 삶이 가능하다.
어떤 온라인 게임을 선택할 수도 있고, 다른 온라인 게임을 선택할 수도 있다.
어떤 사람과 함께할 수도 있고, 다른 사람을 만날 수도 있다.
어디에 살지, 무엇을 할지, 어떤 길로 갈지 수많은 가능성이 열려 있다.
그때는 모든 것이 가능해 보이지만, 하나를 선택하는 순간 다른 가능성은 닫힌다. 그래서 선택은 자유로운 일이면서 동시에 포기하는 일이기도 하다.
우리는 흔히 선택하면 마음이 편해질 거라고 생각하고, 고민할 때는 빨리 하나를 골라버리고 싶어진다.
그런데 막상 선택하고 나면 또 다른 고민이 시작된다.
‘이게 맞는 선택이었을까?’
아마 선택 자체가 어려운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선택하기 전에는 어떤 길이든 갈 수 있지만, 선택하고 나면 직접 그것을 견뎌내야 한다.
그때부터 생각과 현실의 차이를 만나게 된다.
좋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좋지 않을 수도 있고, 별 기대하지 않았던 것이 의외로 괜찮을 수도 있다.
그래서 선택에는 정답이 없는 경우가 많다. 정답이 있는 문제라면 고민할 필요가 없을 테니까.
우리는 정답을 고르는 것이 아니라, 그때의 내가 가진 정보와 상황 속에서 하나의 길을 고르는 것이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우리는 과거의 나보다 더 많은 것을 알고 있다. 지금의 나는 그때의 내가 몰랐던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과거의 선택을 바라보며 생각한다.
‘그때 이것만 알았더라면.’
하지만 그때의 나는 그것을 몰랐다.
그래서 지금의 내가 과거의 나를 쉽게 판단하는 것도 조금 이상한 것일수도 있다.
그때 나는 당시의 정보와 경험으로 최선을 다했을테니까.
물론, 모든 선택이 최선이었다는 것은 아니다. 다시 선택할 수 있다면 다른 길을 고르고 싶은 경우도 있고, 실제로 잘못된 선택을 했다고 느낄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그 선택 이후의 시간이 잘못되는 것은 아니다.
어떤 선택은 나를 힘들게 했지만, 그 과정에서 알게 된 것도 있다. 어떤 선택은 예상과 달랐지만, 그 덕분에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조금 더 알게 되기도 한다.
때로는 잘못된 선택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시간이 지나고 나서 다른 의미를 갖기도 한다. 선택의 의미는 그 순간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경험하고, 배우고, 어떻게 살아가느냐에 따라 조금씩 달라진다.
그런 의미에서 선택은 결과를 고르는 일이 아니라, 그 결과를 살아가는 일인지도 모른다.
‘그때 다른 선택을 했다면 지금 나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그 질문에 정확한 답은 없다. 그래서 계속 상상할 수 있다.
상상 속에서는 실패와 후회도 없고, 예상하지 못했던 문제도 없다. 원하는 만큼 좋은 미래를 만들 수 있다.
어쩌면 선택하지 않은 길이 아름다워 보이는 이유는 그것이 실제로 더 좋은 길이어서가 아니라 단순히, 아직 살아보지 않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살아보지 않은 길에는 실망할 이유도 없고, 틀렸다는 것을 확인할 방법도 없이 그저 가능성으로 남아 있다.
그래서 때때로 지금의 삶을 살아가면서도 다른 길을 생각한다.
그것이 지금의 선택을 후회해서일 수도 있고, 그저 한때 내 앞에 놓여 있던 가능성이 궁금해서일 수도 있고,
어쩌면 둘 다일 수도 있다.
중요한 건 다른 선택을 생각한다고 해서 지금의 선택이 반드시 틀렸다는 뜻은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는 하나를 선택하고도 다른 하나를 생각할 수 있다. 지금의 삶을 사랑하면서도 다른 삶을 상상할 수 있고, 지금의 선택에 만족하면서도 다른 선택이 궁금할 수 있다. 사람의 마음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으니까.
그래서 가끔 지나온 선택을 돌아본다. 그때 다른 선택을 했다면 어땠을까.
알 수 없다. 그리고 아마 영원히 알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결국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상상하는 것까지다.
선택하지 않은 길을 잠시 바라보다가 다시 내가 서 있는 길로 돌아오는 것.
그 길이 완벽해서가 아니라, 이제는 내가 선택한 길이기 때문이다. 선택에는 언제나 다른 가능성이 따라온다.
하나를 고르는 순간 다른 하나는 내 삶에서 사라지는 것 같지만,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는 가끔 기억 속에서 나타나 “그때 내가 다른 선택을 했다면 어땠을까”라고 묻는다.
그럴 때 굳이 대답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그 길이 더 좋았을 수도 있고, 더 힘들었을 수도 있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그때의 나는 그때 내가 할 수 있는 선택을 했고, 지금의 나는 그 선택 이후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것.
선택은 하나의 길을 고르는 일인 동시에, 선택하지 않은 길을 가끔 상상하며 살아가는 일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상상 때문에 지금의 길이 잘못되는 것은 아니다. 선택하지 않은 길은 살아보지 않았기 때문에 아름답고, 선택한 길은 내가 그대로 담아냈기 때문에 나의 이야기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