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P고객

by이현지



VIP가 방문하는 날이면 아침부터 바짝 긴장이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고질병인가 보다. 그들은 대부분 표정이 없는 얼굴로 입장하며 십중팔구 덥수룩한 앞머리가 눈을 가리고 있다. 그래 그 앞머리! 그놈의 앞머리를 짧게 잘라 눈썹이라도 비치게 하는 날엔 내 목숨이 날아가는 날이다.


아무리 시크하게 나타나도 하나도 안무섭지만 조금은 예민해져 있는 VIP 고객님을 상대하게 되는 것은 지금부터 나의 몫이다. 긴 앞머리로 두 눈을 덮어서 세상을 차단하고 싶은 중2병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노라면, 양육자의 따가운 시선이 벽 사이를 비집고 드리운다. 아이의 바람대로 앞머리를 길게 자르고 부모님에게 아쉬운 소리를 들어야 하는 것일까, 아니면 부모님의 바람대로 짧게 잘라버리고 작은 소년의 기억에 배신자 같은 미용사로 남아야 하는 것일까.


경험이 많지 않았던 초보미용사 시절에는 양육자의 강한 의견을 따랐다가 머리를 자르다 말고 부모자식 간 소리를 지르며 싸우며 나간 적도 있었으니 오늘의 유연함이 얼마나 값진지 모른다.


몇 센티 차이의 앞머리 길이만큼이나 섬세한 시기를 지나고 있는 어린 손님들. 커트를 하는 짧은 시간 동안 슬쩍 건네는 나의 말들이 아이들에게 잘 전해지고 있는지는 사실 내 알 바 아니다. 돌아오는 대답이 없어도 담담하고 무심하게 이야기를 이어가지만, 내 손길을 거쳐 자라나는 아이들을 향한 내 마음만큼은 어쩌면 부모 다음일지도 모른다.


이 진심 어린 마음을 너희는 알고 있을까? 세상을 향해 날개를 펼칠 새싹들이여. 너무 많은 혼란 속에서 헤매지 않고 각자의 사춘기를 무탈하게 지내기를 바라며.


오늘도 앞머리 길게 잘라줄게.

그러니까 좀 웃어주라.








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