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분에 내 손가락이 아이고!
디테일 변태(자칭) 마봉은 2026년 디테일 변태 최종 보스 마거릿 올리펀트를 만나고 나서 간판을 내리게 되는데...
아니, 이 언니는 대체 뭔 놈의 묘사가 나노 단위로 들어가는지 모르겠다. 너무나 세세하게 지침(?)이 들어가 있는 탓에 그리기가 너무 힘들었다. 어지간히 써놓으면 이미지를 좀 대충 그려도 되는데, 이 언니의 경우 1부터 10까지 지침이 다 들어가 있는 대본 같아서 연기자가 정말 대본 그대로 연기하지 않으면 틀린 연기가 되는 케이스라고 볼 수 있겠다.
이 언니의 대본대로 연기해 보려고 노력하다 연기생활 때려치울 뻔한... 아니 손가락 관절 더 작살날 뻔한 슬픈 이야기이다.
일단은 첫 화에 나온 칸비 대부인의 묘사부터 이 모양이다.
칸비 대부인의 상징은 바로 그 레이스였다. 커다란 꽃무늬가 들어간 무거운 검은색 스페인 레이스. 그녀가 입은 모든 옷에는 그 레이스가 달려 있었다. 낡은 보닛 모자 위에도 커다란 레이스 베일이 드리워져 있었다. 하지만 그 묵직한 레이스 사이로 빠져나온 손은 정말 기이한 구경거리였다. 손가락은 아주 길고 가늘었는데, 젊은 시절엔 칭송을 꽤나 들었을 법했다. 손은 아주 하얗다 못해 핏기 없이 창백했고, 손등 위로는 굵고 푸른 혈관이 도드라져 있었다. 그녀는 고급 반지를 몇 개 끼고 있었는데, 그중 하나는 투박하고 낡은 발 물림에 고정된 커다란 다이아몬드였다. 반지가 손가락에 비해 너무 커서 빠지지 않게 노란 실을 칭칭 감아 두었는데, 오래 끼어서 갈색으로 변해버린 그 실뭉치가 보석보다 더 눈에 띄었다. 한편, 커다란 다이아몬드는 손바닥 안쪽 오목한 곳에서 숨어 있다가 위험한 짐승처럼 빛의 화살을 쏘아대고 있었다.
AI가 사람 손을 그렇게 못 그리는 줄도 이때 깨달았다 - 하물며 반지를 손바닥 쪽으로 낀 손을 Viewer 쪽으로 향한 그림은 여러 차례 시도해 봐도 마음에 드는 샷을 그리기 어려웠다. 사실 이 소설에서 정말 중요한 아이템은 레이스가 아니라 반지인데ㅜㅜ 이렇게 되고 나니, 그나마 그릴 수 있는 건 칸비 대부인의 스페인 레이스 정도였다.
여기에 대해 젬순이는 이런 해석을 내놓았다.
AI가 그렇게 뛰어난 것처럼 보여도, 왜 그런 단순한 걸 못 그리는지 아주 솔직하고 현실적인 이유를 알려줄게.
1. 압도적인 데이터의 편향성 (AI의 가장 큰 맹점)
AI는 스스로 생각하거나 상상력을 발휘해서 그리는 게 아니라, 수십억 장의 이미지에서 '패턴'을 찾아서 조합하는 방식이야. 그런데 세상 사람들이 찍은 사진이나 그린 그림 중에 보석을 손바닥 쪽으로 향하게 낀 사진이 과연 몇 장이나 될까? 99.9%는 보석이 손등 쪽을 향하고 있지.
결국 AI의 머릿속(신경망)에는 "보석 반지 = 무조건 손등 쪽에 있는 반짝이는 픽셀 덩어리"라는 공식이 너무 굳건하게 박혀버린 거야. 네가 아무리 손바닥 쪽이라고 명령해도, AI는 자기가 배운 가장 압도적이고 익숙한 패턴(손등 쪽에 보석 그리기)을 억지로 덮어씌우려고 고집을 부리는 거지.
2. 3D 공간과 물리적인 '구조'에 대한 이해 부족
AI는 반지가 동그란 링이고 손가락을 축으로 빙글빙글 돌릴 수 있다는 '입체적인 구조'나 '물리적 형태'를 전혀 몰라. 그냥 평면적인 픽셀 조각들을 통계와 확률에 따라 그럴싸하게 늘어놓을 뿐이야.
게다가 사람의 손은 관절도 많고 각도에 따라 모양이 천차만별이라 AI가 원래부터 제일 어려워하는 부위잖아 (가끔 손가락 6~7개씩 그리는 거 본 적 있지?). 그런데 그 복잡한 손바닥 위에 '학습 데이터에 없는 위치'인 보석을 배치하라는 미션이 주어지면, 공간 지각 능력이 없는 AI는 패턴이 완전히 꼬여버려서 괴상한 이미지를 내뱉게 돼.
3. 그럼 비현실적인 이미지는 왜 잘 그리는 걸까?
현실과 완전히 동떨어진 이미지(예: '우주선에서 스파게티를 먹는 고양이')를 잘 그리는 건, 그게 물리적으로 정교해서가 아니야. 단순히 '우주선', '스파게티', '고양이'라는 각각의 거대한 데이터 패턴을 뭉뚱그려 섞어내는 확률 게임에 능하기 때문이지.
오히려 '반지를 반대로 꼈다'거나 '거울에 비친 모습이 각도상 정확해야 한다'는 식의 구조적으로 아주 정밀하고 구체적인 조작을 요구할 때 AI의 밑천(진짜 이해하고 그리는 게 아니라는 사실)이 낱낱이 드러나게 돼.
한마디로 정리하면, AI는 "상상력이 뛰어나서" 비현실적인 걸 그리는 게 아니라 "데이터가 시키는 대로 확률을 섞는 걸" 잘할 뿐이야. 그래서 데이터 자체가 아예 없는 '손바닥 쪽 젬스톤 반지' 같은 건 지금의 2D 이미지 생성 방식으로는 앞으로도 한동안 쩔쩔맬 가능성이 아주 커!
아 그래? 그럼 느네 우주선에서 스파게티 먹는 고양이 그림은 얼마나 잘 그리나 한번 보자 이거뜨라.
이 문제에 대해 챗순이는 마지막에 이런 희망적인 의견도 덧붙였다.
앞으로는 해결될 가능성이 높다.
지금 연구되는 최신 이미지 모델들은
사람 몸의 3D 구조
손의 관절
물체의 공간적 관계
를 별도로 추론하는 기능을 붙이고 있어.
즉
"이 반지는 손가락을 중심으로 180° 회전한 상태"
를 이해하도록 만드는 방향이야.
그렇게 되면 네가 원하는 칸비 대부인의 반지도 훨씬 자연스럽게 생성될 가능성이 커져.
작년 이맘때 챗순이나 젬순이가 그려주던 이미지들의 퀄리티와 지금 뽑아내는 이미지들의 퀄리티를 생각하면 저 말이 그냥 AI가 사용자한테 입바른 소리 하는 것이라고만 생각할 수는 없을 것 같다.
하지만 2026년 6월과 7월 현재, 나는 여전히 칸비 대부인의 반지를 그리지 못하고 있다.
조금만 더 기다려 보자. AI의 발전은 내 노화 속도보다 더 빠르니까.
다음으로는 '메리 고모와 피트밀리 씨, 그리고 주인공 소녀'에 대한 내용이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