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 플레베르 여신

이건 원래 제 건데요

by마봉

《세라비: 장하다 라를르의 딸》은 장편 소설입니다.

◆ 캐릭터 소개

◆ 처음 오신 분은 1화부터 읽어 주세요.


플레베르 여신 조약돌-2.png플레베르 여신에게서 조약돌을 받는 세라비. 배경은 세라비의 고향 집과 그 뒷편 개울. ⓒ Mabon / AI

세라비는 발에 갑자기 시원한 느낌이 들어 발을 내려다보았다. 종아리까지 차오른 개울물이 졸졸졸 흐르고 있었다. 맑고 차가운 물 안에는 조약돌들이 그대로 비쳤다.


고개를 들어 보니 라를르의 집 뒤편의 개울가였다. 와! 집이다! 드디어 집에 왔네! 세라비는 너무 기뻐서 발을 찰박거리며 개울에서 나왔다.


개울 옆 나무 밑에 긴 옷을 입은 여자 하나가 서서 세라비를 바라보고 있었다. 세라비는 그리제트 아줌마인줄 알고 가까이 다가가며 “아줌마! 저 왔어요!”하고 불렀다.


그러나 다시 보니 그 사람은 그리제트 아줌마가 아니었다. 클라빈 여사제 같기도 했고 이카레이유의 클레망스 숙모 같기도 했다. 가까이 다가가 본 세라비는 그녀가 누구인지 깨달았다. 템푸스 아르카의 플레베르 신전 폭포에서 본 여신상과 똑같이 생겼기 때문이었다.


“플레베르 여신님이세요?” 세라비는 반가워서 외쳤다. “석상하고 진짜 똑같으시네요!”


여신은 나무 사이로 비치는 햇살 같은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는 세라비의 손에 무언가를 쥐어 주었다. 세라비는 손바닥을 펴 보고 그것이 자기가 항상 가지고 다니는 돌멩이임을 깨달았다. 칼베르로 떠나던 날 집 뒤 개울가에서 주워 온, 산을 오르고 강에 떠내려가면서도 잃지 않고 집에 돌아갈 날을 그리며 갖고 있던 소중한 돌이었다.


“이건 원래 제 건데요.” 꿈속의 세라비가 말했다.


여신은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창조신들을 설득하느라 좀 힘들었단다.”


세라비는 무슨 말인지 몰라 가만히 있었다. 여신은 다시 물결 위에 비치는 햇빛처럼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들이 가져간 것을 다시 주마.”


세라비는 손바닥에 놓인 돌을 꼬옥 쥐었다. 여신은 사라졌다.


세라비가 눈을 떠 보니 창밖에는 다시 눈발이 휘날리고 있었다. 세라비는 일어나서 벽난로에 나무를 하나 더 던져놓고 침대가로 돌아왔다.


‘방금 그 꿈은 뭐였을까? 진짜 여신이 나타난 걸까?’


세라비는 제발 그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침대에 누운 게로스를 바라보았다. 그런 꿈을 꾼 탓인지 거무죽죽했던 얼굴빛이 아주 희미하게 밝아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오후에 의사가 다시 게로스를 보러 왔다. 대공의 지시에 따라 의사는 하루에 두 번씩 게로스를 보러 왔지만, 이미 다들 단념하고 있었기 때문에 의사 본인조차도 자신이 할 일은 의사로서 사망선고를 내리는 일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오늘 의사는 뭔가 이것저것 많이 재 보고 들어 보고 짚어 보더니, 대공을 부르러 갔다.


대공은 확신은 이르다고 판단했지만, 삼 일 후 게로스가 희미하게 뒤척이는 모습마저 보이자 당장 파렌베르크에 전령을 보냈다. 세라비는 다시 침대로 기어올라가 그의 심장이 뛰는 소리를 들어 보았다. 이번에는 세라비도 확신할 수 있었다. 그는 되살아나고 있었다.


그는 천천히 죽어가던 것과는 달리 매우 빠르게 회복되어 갔다. 그리고 클로드 에티엔과 코린이 얼어붙은 도로를 정신없이 달려 파렌베르크에서 도착하던 날 아침, 게로스는 세라비와 대공 부부가 지켜보는 앞에서 눈을 떴다.


◆ Illustrations by Mabon de Forêt(AI-assisted)

이전 25화85. 르네트르 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