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창문은 어디 있어요?

도서관 창문 Ⅳ-2 by 마거릿 올리펀트

by마봉

옷을 갈아입는 동안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가 남들보다 고독을 훨씬 좋아할 거라 확신하긴 했지만, 혹시라도—그저 만에 하나라도—그곳에 그가 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말이다. 그 생각이 들자마자 나는 자넷이 꺼내놓은 파란 드레스 대신 하얀 드레스를 꺼내 입었고, 너무 아까워서 평소엔 하지 않던 진주 목걸이도 걸었다. 그리 크진 않았지만 소박하고 고른 광택이 도는 진짜 진주였다. 당시의 나는 내 외모에 그리 자신이 없었지만, 그때의 내 모습엔 분명 시선을 끄는 무언가가 있었을 것이다. 창백한 안색에 금세 발그레해지곤 하던 얼굴, 하얀 드레스와 하얀 진주, 그리고 어스레하게 드리워진 머리카락까지.


심지어 피트밀리 씨조차 기묘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셨다. 기뻐 보이면서도 어딘가 안쓰러워하는 듯한, 마치 아직 너무 어려서 닥쳐올 고난을 알지 못하는 가련한 생명체를 보는 듯한 눈빛이었다. 메리 고모가 나를 보셨을 때도 입가에 미세한 떨림이 일었다. 고모는 예쁜 레이스 옷을 입고 백발을 아주 우아하게 손질한, 그 어느 때보다 아름다운 모습이셨다. 피트밀리 씨 역시 아주 세밀하게 주름을 잡은 프랑스산 캠브릭 장식*이 달린 셔츠에 다이아몬드 핀을 꽂고 계셨는데, 그 보석은 칸비 대부인의 반지 못지않게 반짝였다. 하지만 이 다이아몬드는 사람의 얼굴을 정면으로 마주하며 다정하게 빛나는, 마치 사람을 만나서 반가운 듯이 그 정직하고 성실한 노신사의 가슴 위에서 춤을 추는 듯한 보석이었다. 피트밀리 씨는 젊은 시절 고모의 연인 중 한 분이셨고, 여전히 세상에서 고모 같은 여자는 없다고 생각하시는 분이었다.


저녁의 부드러운 빛을 받으며 길을 건너 도서관 홀로 향할 때, 내 마음은 어느덧 행복한 동요로 가득 찼다. 어쩌면 정말 그를 보게 될지도 모르고, 내가 그토록 잘 아는 그 방을 직접 보게 될 것이며, 왜 그가 늘 그곳에만 앉아 있고 밖에는 전혀 나타나지 않는지 알아낼 수 있을 터였다. 어쩌면 그가 무슨 작업을 하는지도 들을 수 있을 거고 그럼 집에 돌아가서 아버지께 아주 즐겁게 말씀드릴 수 있을 것이다. "세인트 룰스에 제 친구가 한 명 있는데요, 아빠보다 훨씬, 훨씬 더 바쁜 사람이에요!" 그럼 아버지는 늘 그러셨듯 당신은 그저 빈둥거리는 게으름뱅이일 뿐이라며 껄껄 웃으시겠지.


홀 안은 온통 밝은 불빛으로 가득했고, 꽃을 놓을 수 있는 곳마다 꽃이 피어 있었다. 벽을 따라 길게 늘어선 바카라장들은 금박 장식이나 문양이 있는 곳마다 불빛을 받아 은은하게 응답하고 있었다. 처음엔 그 눈부신 빛에 정신이 아득했지만, 나는 아주 조용히, 그러면서도 간절하게 주변을 살폈다. 혹시 어느 구석이나 사람들 틈바구니에 그가 있지는 않을까 해서 말이다. 그가 숙녀들 사이에 섞여 있을 거라곤 생각지 않았다. 그는 너무나 학구적이고 침묵을 즐기는 사람이니까. 하지만 홀 위쪽의 머리가 희끗한 노신사들의 모임 중 어딘가에는 혹시…


아니었다. 사실 나를 닮은 그 막연한 이미지와 조금이라도 닮은 사람이 없다는 걸 확인하는 게 오히려 기쁘기까지 했다. 이런 시끄러운 말소리와 번뜩이는 불빛 아래 그가 있을 거라 생각하는 것 자체가 터무니없는 일이었다. 평소처럼 자기 방에서 작업을 하거나, 의자를 돌려 빛을 마주한 채 깊은 사색에 잠겨 있을 그를 떠올리니 오히려 약간의 자부심마저 느껴졌다.


그를 보게 될 거라는 기대가 사라지자 실망스럽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안도감이 들어 마음이 조금은 차분해졌다. 바로 그때 피트밀리 씨가 팔을 내밀며 다가오셨다.


"자, 이제 '진귀한 구경거리들'을 보여주마."


나는 그것들을 다 구경하고 아는 사람들과 인사만 나누고 나면 고모가 나를 집에 보내주실 거라 생각하며 기꺼이 그를 따라나섰다. 그런데 홀을 가로질러 걷는 동안 무언가 기이한 기분이 나를 덮쳤다. 홀의 동쪽 끝에 열린 창문에서 꽤 강하고 신선한 공기가 불어오고 있었다.


'저기에 왜 창문이 있지?' 처음엔 그게 무슨 의미인지 잘 몰랐지만, 그 바람이 마치 어떤 의미라도 담고 있는 듯 내 얼굴을 때렸고 나는 이유 모를 불안감을 느꼈다.


그리고 나를 깜짝 놀라게 한 것이 또 하나 있었다. 거리 쪽을 향한 벽면에는 창문이 단 하나도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벽의 처음부터 끝까지 긴 바카라장들이 빈틈없이 메우고 있었다. 그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나는 완전히 혼란에 빠졌다. 마치 낯선 나라에 와 있는 것 같았고, 내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다음에 무엇을 발견하게 될지 전혀 알 수 없었다. 거리 쪽 벽에 창문이 없다면, 내가 보던 내 창문은 대체 어디에 있단 말인가? 내내 요동치다 가라앉기를 반복하던 내 심장이 이 순간, 마치 몸 밖으로 튀어나올 듯이 크게 덜컥 내려앉았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나는 알지 못했다.


우리는 유리 진열장 앞에 멈춰 섰고, 피트밀리 씨는 그 안의 물건들을 내게 보여주셨다. 하지만 나는 그것들에 집중할 수 없었다. 머리가 빙글빙글 돌았다. 그의 목소리가 계속 들려왔고, 내 귀에는 공허하게 울리는 기묘한 소리로 대답하는 나의 목소리도 들렸다. 하지만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전혀 알 수 없었다.


피트밀리 씨는 내가 창백해 보인다며 바깥공기를 쐬면 좀 나아질 거라는 말을 내뱉고는 나를 홀의 맨 끝인 동쪽 끝으로 데려가셨다. 레이스 드레스와 머리카락을 들어 올릴 정도로 꽤 쌀쌀한 바람이 내게 정면으로 불어왔다. 그 창문은 건물 끝을 지나는 작은 골목과 창백한 대낮의 빛을 향해 열려 있었다. 피트밀리 씨는 계속 무어라 말씀하셨지만, 나는 단 한 마디도 알아들을 수 없었다.


그때 내 입에서 흘러나오는 내 목소리가 들렸다. 정작 나는 내가 말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하는 듯했다.


"내 창문은 어디 있죠? 그럼 내 창문은 대체 어디에 있는 거예요?" 나는 그의 팔을 붙잡은 채 그를 끌다시피 하며 몸을 홱 돌렸다. 그러자 마침내 내 눈에 익숙한 무언가가 들어왔다. 그것은 건너편 벽에 걸린, 넓은 액자에 담긴 커다란 그림이었다.


이게 대체 무슨 의미일까? 아, 대체 무슨 뜻일까! 나는 다시 동쪽 끝에 열린 창문과 그림자 없는 기묘한 대낮의 빛을 돌아보았다. 그 빛은 이 환하게 밝혀진 홀을 마치 곧 터져버릴 비눗방울처럼, 실재하지 않는 무언가처럼 감싸고 있었다. 진짜 장소는 내가 잘 아는 그 방, 저 그림이 걸려 있고 글쓰기용 바카라상이 있으며 그가 빛을 마주하고 앉아 있는 바로 그곳이어야 했다. 하지만 그 빛과 그것이 들어오는 창문은 대체 어디에 있단 말인가? 내 정신이 나갔던 게 분명하다. 나는 내가 아는 그 그림 앞으로 다가갔다가, 얼굴이 창백해진 채 당황해하면서도 저항 없이 끌려오는 피트밀리 씨를 붙들고 홀을 가로질러 똑바로 걸어갔다. 창문이 있어야 할 곳으로, 하지만 창문이 없는 곳으로, 창문의 흔적조차 없는 그곳으로 말이다.


"내 창문은 어디 있어요? 내 창문은 어디 있냐고요!" 내가 소리쳤다. 그러면서도 나는 이 모든 게 꿈이고, 이 화려한 조명과 떠드는 사람들은 모두 연극적인 환상일 뿐이며, 오직 저 멍청한 비눗방울이 터지기를 기다리며 서 있는 저 창백하고 머뭇거리는 대낮의 빛만이 진짜라고 확신했다.


"얘야," 피트밀리 씨가 말씀하셨다. "얘야! 여긴 공공장소라는 걸 잊지 마라. 네가 어디 있는지 생각해야지. 비명을 질러서 메리 고모를 놀라게 해서는 안 된다. 자, 나랑 같이 나가자. 어서 나가자꾸나 아가씨야! 잠시 앉아서 마음을 가라앉히렴. 아이스크림이나 와인을 좀 가져다주마." 그는 내 손을 연신 토닥이며 아주 걱정스러운 눈길로 나를 바라보셨다. "세상에, 세상에! 이런 반응을 보일 줄은 꿈에도 몰랐구나."


하지만 나는 그가 이끄는 대로 순순히 물러나지 않았다. 나는 다시 그림으로 다가가 보지도 않으면서 그것을 응시했다. 그러고는 내가 계속 우기면 창문을 찾아낼 수 있을 거라는 광기 어린 생각에 사로잡혀 다시 방을 가로질러 갔다. "내 창문, 내 창문!"


거기 서 있던 교수 한 분이 내 말을 들었다. "창문 말입니까!" 그가 말했다. "아, 밖에서 보이는 모습에 속으셨군요. 그건 계단에 있는 창문과 대칭을 맞추려고 만들어 놓은 가짜입니다. 진짜 창문이었던 적은 한 번도 없죠. 바로 저 바카라장 뒤에 숨겨져 있답니다. 많은 사람이 그것에 속곤 하지요."


그의 목소리는 아주 먼 곳에서 들려오는 듯했고 영원히 계속될 것만 같았다. 홀은 내 주변에서 소음과 빛의 소용돌이가 되어 일렁였다. 열린 창문 너머의 대낮은 이 모든 상황이 끝나 비눗방울이 터지기만을 기다리며 점점 더 잿빛으로 변해갔다.

도서관 창문 4-2-1.png도서관 안에서 바카라으로 가득 찬 벽을 바라보는 주인공과 피트밀리 씨 ⓒ Mabon / AI

옮긴이의 친절한 설명

*캠브릭(Cambric)

'캠브릭'은 아주 고운 린넨이나 면직물을 말하는데, 19세기 신사들의 정장 셔츠 가슴 부분에 세밀하게 주름을 잡은 '프릴(Frills)'이나 '자보(Jabot)' 장식을 만드는 데 주로 쓰였다. 당시 영국 신사들 사이에는 프랑스산 캠브릭이 최고의 품질로 대접받았기 때문에 피트밀리 씨가 프랑스산 캠브릭으로 정교하게 주름 잡힌 셔츠에 다이아몬드 핀 장식을 했다는 것은 피트밀리 씨의 안목이나 그의 경제적 여유를 은근히 드러내는 장치라고 볼 수 있다.


소제목 '내 창문은 어디 있어요?'는 원작에는 없습니다. 올리펀트는 챕터를 숫자로만 구분해 두었습니다. 온라인카지노에 연재하기 위해 임의로 소제목을 달아 놓은 것임을 참고 부탁드립니다.

◆ Illustrations by Mabon de Forêt(AI-assis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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