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창문 Ⅴ-1 by 마거릿 올리펀트
나를 집으로 데려다준 것은 피트밀리 씨였다. 아니, 차라리 고모나 그 누구도 기다리지 않은 채 그의 팔을 꽉 붙잡고 그를 앞세워 밀어붙이며 온 것은 나였다. 망토나 숄도 걸치지 않은 채, 맨 팔과 맨머리에 진주 목걸이만 두른 차림으로 우리는 다시 바깥의 대낮 속으로 나왔다. 사람들이 몰려들었고, 예의 그 빵집 소년이 내 앞을 가로막고 서서는 "이거 아주 걸작이네!"라고 소리치며 다른 아이들을 불러 모았다. 그 말들은 왠지 모르게, 마치 그 소년의 돌멩이가 창문을 때렸을 때처럼 아무 이유 없이 내 마음에 박혔다. 하지만 나는 사람들의 시선 따위 아랑곳하지 않고 피트밀리 씨를 반 걸음 앞세운 채 서둘러 길을 건넜다. 문은 열려 있었고, 자넷은 화려한 드레스를 입은 숙녀들을 구경하려고 문 앞에 서 있었다. 그녀는 길을 가로질러 달려오는 나를 보고 비명을 질렀지만, 나는 그녀를 밀치고 지나가 숨이 턱 끝까지 찬 피트밀리 씨를 위층으로 밀어 올렸다. 그리고 더 이상 한 발짝도 뗄 수 없을 것 같은 기분으로 구석 자리에 몸을 던지고는 건너편 창문을 향해 손을 휘둘렀다.
"저기요! 저기라고요!" 내가 외쳤다. 아! 그곳에 창문이 있었다. 그 어리석은 군중도, 연극 무대 같은 가스등 불빛도, 웅성거리고 덜컹거리는 사람들의 말소리도 없는 그곳에. 요 며칠 사이 그 방이 이토록 선명하게 보인 적은 없었다. 홀의 그 싸구려 조명들이 반사된 것인지 뒤쪽에서 희미한 빛이 감돌았고, 그는 그 빛을 등지고 앉아 얼굴을 창가로 향한 채 사색에 잠겨 평온하게 앉아 있었다. 누구라도 그를 보지 못할 리 없었다. 내가 자넷을 위로 불러올렸다면 그녀도 분명 보았을 것이다. 그것은 내가 아는 모든 것, 같은 자세, 그리고 아무것에도 방해받지 않는 정적 가득한 분위기 그대로, 마치 한 폭의 그림 같았다. 나는 피트밀리 씨를 보내주기 전에 그의 팔을 잡아끌었다.
"보세요, 보시라고요!" 내가 소리쳤다. 그는 마치 울고 싶은 사람처럼 아주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보았다. 그는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 그의 눈을 보니 확실했다. 그는 노인이었고, 그에게는 '보는 힘'이 없었다. 만약 내가 자넷을 불렀다면 그녀는 다 보았을 텐데.
"얘야!" 그가 무력하게 손을 흔들며 말했다. "제발, 얘야!"
"그는 밤마다 저기 있었어요!" 내가 외쳤다. "저는 아저씨가 그 사람이 누구인지, 무엇을 하는지 알려주실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저를 저 방으로 데려가서 무언가를 보여주면 제가 아버지께 말씀드릴 수 있을 거라고요. 아버지는 이해하실 거예요, 듣고 싶어 하실 거라고요. 아, 그 사람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제발 말해줄 수 없나요? 그는 빛이 그림자를 만들어내는 동안에는 단 한 번도 고개를 들지 않다가, 지금처럼 빛이 이럴 때면 몸을 돌려 사색하며 휴식을 취한다고요!"
피트밀리 씨는 떨고 있었다. 그것이 추위 때문인지 아니면 무엇 때문인지는 알 수 없었다. 그는 떨리는 목소리로 "얘야, 아아, 얘야…"라며 말을 잇지 못하더니 곧 울 것 같은 표정으로 나를 보았다. "참으로 가엾구나, 가여워." 그러더니 다시 목소리를 가다듬어 말했다. "내가 다시 건너가서 메리 고모를 모셔오마. 알겠니, 가여운 아이야? 고모가 오시면 좀 나아질 게다."
나는 그가 떠나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어차피 그는 아무것도 보지 못하니까. 나는 어둡지 않은 어둠 속에 홀로 앉았다. 그것은 내가 평생 본 적 없는 아주 맑은 빛이었다. 그 방 안은 어찌나 선명하던지! 홀 안의 가스등이나 사람들의 목소리처럼 요란하지 않고, 모든 것이 너무나 고요하고 뚜렷해서 마치 다른 세상에 있는 것 같았다.
그때 내 뒤에서 작은 바스락거림이 들렸다. 자넷이 두 눈을 크게 뜨고 나를 빤히 쳐다보며 서 있었다. 자넷은 나보다 겨우 몇 살 더 많을 뿐이었다. 나는 자넷을 불렀다.
"자넷, 이리 와 봐. 이리 오면 그분을 볼 수 있어. 어서 와서 좀 봐!" 나는 자넷이 수줍어하며 뒤에만 머물러 있는 게 답답했다.
"아, 아가씨!" 자넷이 외마디 비명을 지르더니 울음을 터뜨렸다. 자넷이 오려하지 않자 나는 화가 나서 발을 굴렀고, 자넷은 겁에 질린 듯 치맛자락을 휘날리며 서둘러 달아나 버렸다.
아무도, 그 누구도 이해하지 못했다! 심지어 나처럼 젊고 시력이 좋은 아이조차도. 나는 다시 몸을 돌려, 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나를 알아주는 저기 저 남자에게 두 손을 뻗었다.
"제발," 내가 말했다. "제게 뭐라고 말 좀 해주세요! 당신이 누구인지, 정체가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당신은 외롭고 저 또한 그래요. 저는 그저… 당신의 마음을 느낄 뿐이에요. 제발 말 좀 해주세요!"
그가 내 말을 들으리라 기대하지도, 대답을 바라지도 않았다. 거리를 사이에 두고 창문도 닫혀 있는 데다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가득한데 그가 어떻게 듣겠는가? 하지만 그 순간만큼은 온 세상에 그와 나, 단둘뿐인 것만 같았다.
그런데 의자에 앉아 있던 그가 움직이는 것을 본 순간, 나는 멎을 뻔한 숨을 몰아쉬었다! 어떻게 된 일인지 모르겠지만 그는 내 말을 들은 것이다! 그가 일어섰고, 나 역시 말도 못 한 채 기계적인 움직임에 이끌려 일어섰다. 그는 마치 나를 자신의 의지대로 움직이는 꼭두각시처럼 끌어당기는 듯했다. 그는 창가로 다가와 서서 나를 건너다보았다. 그는 분명 나를 보고 있었다. 마침내 그가 나를 본 것이다. 비록 어린 소녀일 뿐이지만 누군가 자신을 지켜보고, 찾고 있으며, 믿고 있다는 사실을 그가 마침내 알아차린 것이다. 나는 너무나 당혹스럽고 흥분되어 몸이 떨리는 바람에 제대로 서 있을 수도 없었다. 나는 창가 자리에 무릎을 꿇고 앉아 심장이 몸 밖으로 뽑혀 나가는 듯한 기분을 느끼며 창문에 몸을 기댔다. 그의 얼굴은 차마 설명할 수가 없다. 모든 것이 희미했지만 그 위에는 빛이 감돌고 있었다. 내 생각엔 미소였던 것 같다. 내가 그를 뚫어지게 바라보자 그도 나를 똑같이 바라보았다. 그의 머리카락은 금빛이었고 입술은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그때 그가 창문을 열려고 손을 얹었다. 창문은 뻑뻑해서 잘 움직이지 않는 듯했다. 하지만 마침내 그가 힘을 주어 창문을 열자, 온 거리에 메아리칠 정도로 커다란 소리가 울려 퍼졌다. 거리에 있던 사람들도 그 소리를 듣고 몇몇은 위를 올려다보는 것이 보였다. 나는 두 손을 모으고 유리창에 얼굴을 댄 채, 내 심장과 영혼이 몸 밖으로 빠져나가 그에게 닿을 듯 그에게 매료되어 있었다. 그는 웨스트 포트에서 애비 사원*까지 들릴 만큼 큰 소리를 내며 창문을 열었다. 누가 그 소리를 의심할 수 있겠는가?
그리고 그는 창밖으로 몸을 내밀어 밖을 내다보았다. 거리에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를 보았을 것이 분명했다. 그는 먼저 나를 향해 가볍게 손을 흔들며 인사를 건네는 듯했다. 하지만 그것은 인사가 아니라 나를 저 멀리 밀어내는 손짓 같기도 했다. 그러더니 그는 저물어가는 날의 그 희미한 빛 속에서 거리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동쪽의 오래된 애비 타워를 보았다가, 다시 서쪽을 향해 수많은 사람이 오가는 넓은 거리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곳엔 소음 하나 없었고, 마치 마법에 걸린 장소에 있는 마법에 걸린 사람들 같았다.
나는 말로 다 할 수 없는 깊은 만족감과 녹아내리는 듯한 마음으로 그를 지켜보았다. 이제 누구도 그가 거기에 없다고 말할 수 없으며, 내가 꿈을 꾸고 있다고 말할 수도 없으리라. 나는 숨조차 쉬지 못하는 기분으로—심장은 목구멍까지 차오르고 눈은 오직 그만을 향한 채—그를 지켜보았다. 그는 거리를 살피고는 다시 나를 보았다. 비록 짧은 순간이었지만 내가 처음이었고, 내가 마지막이었다. 그는 자신을 알아보고 내내 공감해 주던 이가 누구인지 알고 있었고, 보고 있었다.
나는 황홀경이면서도 동시에 멍한 상태에 빠져들었다. 내 시선은 그의 시선을 따라 그의 그림자인 양 움직였다. 그러다 갑자기 그는 사라졌고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이 소설의 배경인 세인트 룰스(St Rules)는 스코틀랜드의 세인트 앤드루스(St Andrews)를 모델로 하고 있다. 웨스트 포트(West Port)와 애비 사원(Abbey)은 상상의 장소가 아니라 실제 세인트 앤드루스에 존재하는 랜드마크들이다.
1. 웨스트 포트
실제 장소: 웨스트 포트 게이트(West Port Gate)
세인트 앤드루스의 구시가지를 둘러싸고 있던 중세 성벽의 서쪽 성문. 도시의 서쪽 끝 경계를 상징하는 지점이다.
2. 애비 사원
실제 장소: 세인트 앤드루스 대성당(St Andrews Cathedral) 유적지
스코틀랜드 종교개혁 때 파괴되어 지금은 유적으로 남아있지만 과거에는 스코틀랜드에서 가장 큰 성당이자 아우구스티노 수도회 사원(Abbey/Priory)이었다. 도시의 동쪽 끝 바닷가 바로 옆에 위치한다.
3. 두 곳의 실제 거리
세인트 앤드루스의 구시가지는 중심축이 되는 세 개의 주요 도로(South Street, Market Street, North Street)가 동서로 나란히 뻗은 단순한 구조이다. 웨스트 포트는 이 도시의 서쪽 끝, 대성당 유적은 가장 동쪽 끝이다. 웨스트 포트에서 애비 사원까지의 직선거리는 약 1km이다. 즉 그 남자가 창문을 열었을 때 나는 소리가 웨스트 포트에서 사원까지 들릴 만큼 컸다는 표현은, 구시가지 전체가 다 흔들릴 정도로 엄청나게 울러 퍼졌다는 의미이다.
마거릿 올리펀트는 세인트 앤드루스에 실제로 오래 살았고, 소설 속에서 세인트 앤드루스의 시가지, 랜드마크, 6월 백야의 모습 등을 매우 생생하게 표현하고 있다. 이 글의 번역을 연재 중인 마봉(불량 회사원)은 세인트 앤드루스에 가본 적이 없으며, 6월의 스코틀랜드도 본 적이 없다. 그래서 더 늙기 전에 6월 하지에 맞춰 스코틀랜드에 갈 계획을 짜고 있다(회사에서).
소제목 '그가 창문을 열었다'는 원작에는 없습니다. 올리펀트는 챕터를 숫자로만 구분해 두었습니다. 온라인카지노에 연재하기 위해 임의로 소제목을 달아 놓은 것임을 참고 부탁드립니다.
◆ Illustrations by Mabon de Forêt(AI-assis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