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창문 Ⅰ by 마거릿 올리펀트
그 창문을 두고 그렇게 말이 많았는지 처음에는 미처 알지 못했다. 내가 인생에서 아주 중요했던 그해 여름을 보냈던 집, 그 고풍스러운 거실 창문 바로 맞은편에 문제의 그 창문이 있었다. 우리 집과 도서관은 세인트 룰스(St Rule's)의 넓은 ‘하이 스트리트’를 사이에 두고 마주 보고 있었다. 길은 아주 넓고 시원시원했으며, 시끄러운 곳에서 온 외지인들이 생각하기에 동네는 참으로 고요했다. 하지만 여름 저녁이면 오가는 사람들의 발소리와 정겨운 목소리가 밤공기를 타고 부드럽게 들려와 고요함 속에 활기가 돌곤 했다.
가끔은 이 동네도 시끌벅적해질 때가 있었다. 장날이나 토요일 밤, 혹은 단체 관광객들이 기차를 타고 들이닥칠 때면 그 부드러운 저녁 공기도 거친 목소리와 비틀거리는 발소리까지는 어쩌지 못했다. 그럴 때면 우리는 창문을 꽉 닫아걸었다. 그러면 나 역시 거실 한구석에 나만의 성벽처럼 만들어둔 그 창가 자리에서 물러나야만 했다. 밖에서 벌어지는 온갖 구경거리를 훔쳐보는 게 내 유일한 즐거움이었는데 말이다.
사실 집 안에서는 별다른 사건이 일어나지 않았다. 그 집은 고모의 소유였는데, 고모는 본인의 표현을 빌리자면, 주님께 감사하게도 자신에겐 아무 일도 안 일어난다고 말씀하시곤 했다. 내 생각엔 고모도 젊은 시절엔 별별 일을 다 겪었을 것 같지만, 내가 거기 머물 때는 이미 나이 지긋하고 정적인 노인이 되어 있었다.
고모의 하루는 시계추처럼 정확했다. 매일 똑같은 시간에 일어나 똑같은 순서대로 일을 반복했다. 고모는 이런 규칙적인 생활이 세상에서 가장 큰 힘이며, 일종의 구원이라고 했다. 그 말이 맞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가 보기엔 참 따분한 구원이었다. 그때의 나는 나이 든다는 게 어떤 건지 몰랐기에, 그게 어떤 일이든 좋으니 제발 무슨 사건이라도 터지기를 간절히 바랐다.
그 시절, 거실 창가의 깊숙한 자리는 나에게 정말 큰 위안이었다. 고모는 아주 고령이었고 아마 너무 나이가 많아서 그랬겠지만, 참 너그러웠다. 내가 거기 바카라이며 바느질 바구니를 잔뜩 쌓아놓고 내 세상을 만들어도 고모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저 가끔 흐뭇하게 웃어줄 뿐이었다. 사실 바느질은 거의 하지 않았다. 가끔 마음 내킬 때 한두 땀 뜨거나, 아니면 바카라 읽는 것보다 망상에 빠지는 게 더 재밌을 때나 좀 만지작거렸다. 바카라이 흥미로울 때는 거기 앉아서 누가 오든 말든 몇 권이고 해치우기도 했다.
그렇다고 주변에 아예 신경을 끄고 산 건 아니었다. 메리 고모의 친구들인 노부인들이 놀러 오면, 난 안 듣는 척하면서도 그 수다를 다 듣고 있었다. 참 신기하게도, 딱히 귀 기울인 게 아닌데 나중에 보면 그녀들이 했던 흥미로운 얘기들이 내 머릿속에 둥둥 떠다니곤 했다. 마치 바람이 내 귓가에 실어다 준 것처럼 말이다. 그녀들이 왔다 갔다 할 때마다 낡은 보닛 모자가 들락거리고 드레스가 바스락거리는 기운이 느껴졌다. 가끔은 나를 아는 분이 있으면 벌떡 일어나서 악수하고 부모님 안부를 전해야 했다. 그러고 나면 고모는 또 살짝 미소 지어 주었고, 나는 얼른 내 아지트 같은 창가로 다시 숨어들었다.
고모는 내가 그러는 걸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만약 우리 엄마랑 있었다면 어림도 없었을 거다. 엄마는 내가 가만히 있는 꼴을 못 봐서, 분명 쓰지도 않을 물건을 가져오라고 이층으로 보내거나 하녀에게 쓸데없는 심부름을 시키며 나를 끊임없이 뺑뺑이 돌렸을 게 분명하니까. 아마 그래서 내가 고모네 거실과 그 깊숙한 창가 자리를 그렇게 좋아했나 보다. 커튼이 반쯤 드리워져 있고, 널찍한 창가 자리에 온갖 잡동사니를 늘어놓아도 잔소리 들을 걱정이 없었으니까. 당시엔 몸이 좀 안 좋다 싶으면 기운을 차리기 위해 세인트 룰스로 요양 보내지곤 했다. 나 역시 그때 딱 그런 처지였다.
내가 말을 배우기 시작했을 때부터 사람들은 나를 두고 '별나다', '공상가다', '꿈속에 산다' 같은 말들을 해댔다. 시를 좀 좋아하거나 생각에 잠기길 즐기는 여자애들이 흔히 듣는, 사람을 참 불편하게 만드는 그런 단어들 말이다. 사람들은 '별나다'라고 말할 때 그게 정확히 무슨 뜻인지도 모르면서 떠든다. 그 말을 들으면 꼭 소설 속 미친 여자라도 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엄마는 내 머릿속에서 그런 쓸데없는 생각을 몰아내려면 내가 잠시도 쉬지 않고 움직여야 한다고 믿으셨다.
하지만 사실 난 쓸데없는 짓을 좋아하는 게 아니었다. 오히려 남들보다 꽤 진지한 편이었다. 나를 그냥 내버려 두기만 했다면 난 누구에게도 골칫덩이가 아니었을 거다. 그저 나에겐 일종의 '제2의 시력' 같은 것이 있어서, 딱히 신경을 쓰지 않아도 주변의 것들이 저절로 느껴졌을 뿐이다. 아무리 흥미진진한 바카라을 읽고 있어도 사람들 나누는 대화가 내 안으로 흘러 들어왔고, 창밖 거리에서 지나가는 사람들이 하는 소리가 다 들렸다. 메리 고모는 내가 한 번에 두세 가지 일을 거뜬히 해낸다고 말씀하시곤 했다. 읽으면서 듣고, 동시에 보기까지 하니까. 물론 일부러 엿듣거나, 길 가는 여자들이 무슨 모자를 썼나 감시하려고 창밖을 뚫어지게 본 적은 거의 없다. 하지만 바카라에 푹 빠져 있으면서도 들리는 건 어쩔 수 없었고, 한 30분 동안 고개 한 번 안 들고 있어도 온갖 것들이 내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이런 내 성격이 처음에 말했던 '그 창문을 둘러싼 수많은 논쟁'을 설명해 주지는 못한다. 그 창문은 하이 스트리트, 그러니까 우리 고모 집 맞은편에 있는 대학 도서관 건물의 맨 끝 창문이었다. 정확히 맞은편이라기보다는 약간 서쪽으로 치우쳐 있어서, 내 아지트인 창가 자리 왼쪽에서 가장 잘 보였다. 거실에서 오가는 대화를 듣기 전까지만 해도 난 그게 그냥 평범한 창문인 줄로만 알았다.
"발카레스 부인,” 피트밀리 노신사가 입을 열었다. "저 맞은편 창문, 저게 진짜 창문인지 아닌지 이제 결론을 좀 내렸습니까?"
그는 고모를 '미스트리스 발카레스'라고 불렀고, 사람들은 그를 늘 ‘모턴의 피트밀리 씨’라고 불렀다. 모턴은 그가 사는 저택의 이름이었다.
"사실 저도 잘 모르겠네요.” 고모가 대답했다. "여기 수십 년을 살았는데도 말이에요."
"네에?" 노부인 중 한 명이 외쳤다. "대체 저게 어떤 창문이길래 그래요?"
피트밀리 씨는 말할 때마다 낄낄거리는 버릇이 있었는데 난 그게 참 싫었다. 뭐, 그도 나를 기쁘게 할 생각은 전혀 없었겠지만. 그는 웃음 섞인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 그냥 저 맞은편 창문 말이오. 우리 친구(고모)는 저 앞에 산 지가 벌써... 음, 언제부터였더라, 여태 결론을 못 내리고 있거든."
"아이구, 날짜는 따져서 뭐 하나.“ 다른 할머니가 말을 끊었다. "도서관 창문? 참나, 창문이 창문이지 그럼 뭐겠수? 저 높이에 문을 달아놨을 리는 없고 말이야."
"문제는 말이지." 고모가 조용히 덧붙였다. "저게 유리가 끼워진 진짜 창문인지, 아니면 그냥 그려놓은 건지, 그것도 아니면 예전엔 창문이었다가 지금은 벽으로 막아버린 건지 알 수가 없다는 거예요. 사람들이 보면 볼수록 더 모르겠다고들 하니까."
"어디 나도 좀 봅시다." 기운 넘치고 자기주장 강한 칸비 대부인이 나섰다. 그러자 노부인 서너 명이 내 쪽으로 우르르 몰려왔다. 피트밀리 씨의 하얀 머리카락이 할머니들 머리 위로 삐죽 보였고, 고모는 뒤에서 조용히 미소 지으며 앉아 계셨다.
"저 창문 난 아주 잘 알지." 칸비 대부인이 말했다. “암, 나 말고도 아는 사람 많을 거야. 근데 지금 꼴을 보니 그냥 평범한 창문 같구먼. 내 생각에 저건 인류 역사 이래로 한 번도 청소를 안 한 게 틀림없어."
"무슨 뜻인지 알겄네." 다른 할머니가 거들었다. "그냥 꽉 막힌 게 아무것도 안 비치는구만. 근데 뭐 이것보다 더한 것도 본 적 있는디."
"암암, 죽은 창문이나 다름없네." 또 다른 할머니가 말했다. "근데 그게 뭐 대순가? 요즘 세상에 되바라진 하녀 애들이 워낙 정신머리가 빠져가지고 청소를 안 하니까..."
"아니, 걔네가 뭔 죄예요." 가장 부드러운 목소리, 메리 고모가 끼어들었다. "난 우리 애들이 저 높은 데 매달려서 창문 닦는 거 위험해서 절대 안 시켜요. 게다가 저 옛날 도서관 건물엔 하녀도 없잖아요. 아마 거기엔 우리가 모르는 뭐가 더 있을 거예요."
그들은 모두 내 창가 자리로 밀고 들어왔다. 그 늙은 얼굴들이 줄지어 늘어서서, 자기들은 이해하지도 못할 무언가를 뚫어지게 들여다보며 나를 압박해 왔다. 세월의 흔적이 묻어 번들거리는 낡은 새틴 드레스를 입은 노부인들의 벽, 그리고 머리에 레이스를 두른 칸비 대부인까지. 참 묘한 광경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도 나를 보거나 신경 쓰지 않았지만, 나는 그녀들의 늙음과 대비되는 나의 젊음을 무의식적으로 느끼며, 내 머리 너머로 도서관 창문을 구경 중인 그녀들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때까지 난 그 창문에 아무런 관심이 없었다. 내가 보고 있는 것보다, 그걸 보고 있는 할머니들에게 더 마음이 쏠려 있었다.
"창틀은 멀쩡해 보이는구먼. 검은색으로 칠해진 것도 다 보이고 말이야."
"유리창도 검은색으로 칠해버렸네유. 발카레스 부인, 저건 창문이 아녀유. 옛날에 창문세* 낼 적에 그냥 막아버린 거지. 칸비 대부인도 기억나시쥬?"
"기억나냐고?" 최고령인 칸비 대부인이 대꾸했다. "네 에미 시집가던 것도 내가 똑똑히 기억하네. 그게 엊그제 일도 아닌데 말이지. 근데 저 창문 저거는 그냥 헛것이야. 나한테 물어본다면 내 결론은 그렇다네."
"그 대학 도서관 큰 방이 아주 어둡긴 혀." 다른 할머니가 거들었다. "저게 진짜 창문이었으면 도서관이 훨씬 환했을 거 아녀."
조금 젊은 축에 속하는 부인이 정리하듯 말했다. "한 가지 확실한 건, 저건 밖을 내다보는 용도의 창문은 아니라는 거네요. 속을 채워 넣었든 벽으로 막았든, 빛이 들어오는 창문은 아니라는 거죠."
"아니, 세상천지에 밖도 못 보는 창문이 어디 있다나?" 칸비 대부인이 말했다. 나는 대부인의 얼굴 표정에 완전히 매료되었다. 마치 자기는 말로 다 못 할 무언가를 더 알고 있다는 듯한, 묘하게 냉소적인 표정이었다. 그러다 내 방황하던 시선은 대부인이 손을 들어 올려 손목 위로 떨어진 레이스를 걷어낼 때 그 손에 꽂히고 말았다.
칸비 대부인의 상징은 바로 그 레이스였다. 커다란 꽃무늬가 들어간 무거운 검은색 스페인 레이스**. 그녀가 입은 모든 옷에는 그 레이스가 달려 있었다. 낡은 보닛 모자 위에도 커다란 레이스 베일이 드리워져 있었다. 하지만 그 묵직한 레이스 사이로 빠져나온 손은 정말 기이한 구경거리였다. 손가락은 아주 길고 가늘었는데, 젊은 시절엔 칭송을 꽤나 들었을 법했다. 손은 아주 하얗다 못해 핏기 없이 창백했고, 손등 위로는 굵고 푸른 혈관이 도드라져 있었다. 그녀는 고급 반지를 몇 개 끼고 있었는데, 그중 하나는 투박하고 낡은 발 물림에 고정된 커다란 다이아몬드였다. 반지가 손가락에 비해 너무 커서 빠지지 않게 노란 실을 칭칭 감아 두었는데, 오래 끼어서 갈색으로 변해버린 그 실뭉치가 보석보다 더 눈에 띄었다. 한편, 커다란 다이아몬드는 손바닥 안쪽 오목한 곳에서 숨어 있다가 위험한 짐승처럼 빛의 화살을 쏘아대고 있었다.
거의 뾰족하게 모이는 듯한 그 손이 손바닥 아래에 그런 기묘한 장신구를 감춘 채 움직이는 모습은 내 반쯤 겁먹은 상상력을 자극했다. 그 손 또한 말로 다 할 수 없는 깊은 의미를 품고 있는 것 같았다. 그 손이 날카로운 발톱으로 나를 낚아채고, 그 숨어 있는 눈부신 괴물이 심장을 찌르는 독침으로 나를 물어뜯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곧이어 모여있던 노부인들은 각자의 자리로 돌아갔다. 체구는 작지만 자세가 아주 곧은 피트밀리 씨가 그녀들 가운데 서서, 마치 노부인들 사이의 작은 신탁처럼 온화하면서도 권위 있게 이야기를 시작했다. 오직 칸비 대부인만이 그 깔끔하고 단정하며 작은 노신사의 말에 사사건건 토를 달았다. 그녀는 말할 때 프랑스 여자처럼 손짓이 화려했는데, 레이스가 매달린 그 손을 내뻗을 때마다 그 숨어 있는 다이아몬드가 슬쩍슬쩍 보였다. 피트밀리 씨가 하는 말이라면 뭐든 귀를 기울이는 저 안락한 무리 사이에서, 그녀는 마치 마녀처럼 보였다.
"내 생각엔 저기엔 창문이라는 게 아예 없습니다." 피트밀리 씨가 말했다. "과학적인 용어로는 '착시 현상'이라고 부르는 것과 아주 비슷하단 말입니다. 이건 대개—부인들 앞에서 이런 단어를 써도 될지 모르겠소만—간 수치가 완벽한 균형을 이루지 못할 때 발생하는 문제랍니다. 그러면 헛것이 보이죠. 예전에 푸른 개가 보인다는 사례도 있었고, 또 다른 경우는..."
"저 양반이 아주 노망이 났구먼." 칸비 대부인이 쏘아붙였다. "내 정신머리가 붙어있는 한 저 낡은 도서관 창문은 늘 저기 있었는데. 그럼 뭐 도서관 건물 자체가 헛것이라는 말인가?"
"에이, 아녀, 그건 아녀." 노부인들이 입을 모아 손사래를 쳤다. "세상에 파란 개가 어디 있다나, 그건 참말로 말도 안 되는 소리고. 근데 저 도서관은 말이여, 우리가 코흘리개 적부터 있었던 거 아녀." 한 명이 거들었다. 그러자 옆에 있던 다른 노부인이 또 한마디 보탰다. "내 정신이 똑똑히 기억하는데, 저기 시청 지을 때 저 도서관서 무도회도 열고 그랬었잖어. 그게 다 언제여~"
“나한테야 그냥 심심풀이죠.” 메리 고모가 말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고모는 거기서 말을 잠시 멈추더니, 아주 낮은 목소리로 “지금은 말이죠...”라고 덧붙였다. 그러고는 다시 말을 이었다. “우리 집에 누가 오든 저 창문 얘기는 꼭 나오거든요. 나도 여태 결론을 못 내렸어요. 가끔은 지니 양 말대로 그놈의 고약한 창문세 때문에 세금 좀 아껴보려고 창문을 반쯤 막아버린 건가 싶기도 하고요. 그러다가 또 에딘버러 ‘어든 마운드***’에 있는 그 큰 신식 건물들마냥 창문을 그냥 장식으로만 만들어놓은 건가 싶기도 하고... 근데 또 어떨 때는, 오후에 햇살이 딱 비치면 유리창이 반짝이는 게 아주 똑똑히 보이거든요.”
“그렇게 궁금하시면 확인해 보는 건 일도 아니죠, 발카레스 부인. 만약 저라면...”
“동네 꼬마 녀석한테 용돈 한 푼 주면서 돌땡이라도 한 번 던져보라고 해 봐. 그럼 바로 답이 나오지.” 칸비 대부인이 툭 던졌다.
“글쎄요, 난 굳이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 별로 없네요.” 고모가 대답했다. 그때 방 안이 부산스러워졌고, 나는 아지트에서 나와 노부인들이 나가는 길에 문을 열어주고 아래층까지 배웅해야 했다. 피트밀리 씨는 사사건건 자기 말을 가로막던 칸비 대부인에게 정중히 팔짱을 내어주었고, 그렇게 차 모임은 끝이 났다. 고모는 옛날식 예우대로 계단 꼭대기까지 나와 손님들을 배웅했고, 나는 하녀가 문 앞에서 대기하고 있는지 확인하러 함께 내려갔다. 다시 올라왔을 때, 고모는 여전히 창가 자리에 서서 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내가 자리에 앉자 고모는 묘하게 아련한 표정으로 물었다.
“자, 우리 강아지. 너는 어떻게 생각하니?”
“전 아무 생각 없어요. 내내 바카라만 읽고 있었는걸요.” 내가 대답했다.
“그러니? 바카라만 읽다니 좀 예의없긴 하지만, 그래도 난 다 알지. 너 우리 하는 얘기 한마디도 안 빼놓고 다 들었잖어.”
*창문세 (Window Tax)
1696년부터 1851년까지 영국에서 시행된 조세 제도로, 집에 달린 창문의 개수에 따라 세금을 부과한 제도
배경: 당시 소득을 직접 조사하기 어려웠던 정부가 '창문이 많을수록 부자'라는 논리로 도입한 일종의 부유세
영향: 세금을 아끼기 위해 사람들이 멀쩡한 창문을 벽돌이나 나무판자로 막아버리는 일 발생. 이로 인해 채광과 환기가 차단되어 서민들의 건강이 나빠지는 일도 있었음.
**스페인 레이스(Spanish Lace)
17~19세기 유럽 상류층이 애용한 고급 수공예 레이스. 특히 검은색 실크 레이스가 유명하며, 무늬가 굵고 화려해 부와 권위를 상징한다. 칸비 대부인도 소설 속에서 온몸에 스페인 레이스를 둘러 부와 지위를 과시하고 있음.
***어든 마운드(Earthen Mound)/더 마운드(The Mound)
에딘버러의 구시가지(Old Town)와 신시가지(New Town)를 연결하는 인공 언덕. 18세기 후반, 신시가지를 건설하면서 파낸 엄청난 양의 흙과 돌(약 150만 수레 분량!)을 옛 '노어 로크(Nor Loch)'라는 늪지대에 쏟아부어 만든 언덕으로 지금은 스코틀랜드 국립미술관이나 스코틀랜드 은행 본점 같은 아주 웅장하고 고풍스러운 건물들이 늘어서 있다. 더 마운드는 어든(Earthen) 마운드 즉 '흙으로 쌓은 언덕'이라고도 불렸는데 이것은 실제로 쓰레기와 흙을 쌓아 만들었기 때문이다.
소제목 '모든 일의 시작은 그 창문이었다'는 원작에는 없습니다. 올리펀트는 챕터를 숫자로만 구분해 두었습니다. 온라인카지노에 연재하기 위해 임의로 소제목을 달아 놓은 것임을 참고 부탁드립니다.
◆ Illustrations by Mabon de Forêt(AI-assis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