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군대로 복귀하는 시간, 나는 치킨을 뜯고 있었다. 나로선 제주에 내려와 처음 시켜먹는 치킨이었다. 누구는 다시 나라 안으로 걸어 들어가고, 누구는 여관집 여주인 같은 이사 욕이나 하며 생맥주 거품을 입술로 밀어 올리고 있는,
지금.
문자 한 줄은 보냈다.
“다음 휴가, 금방 올 거야.
건강하게 다시 만나자.
온 우주의 기운 그 이상으로 널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다.”
보내놓고 잠시 휴대폰을 내려다봤다. 잘 전달됐을까. 인간 마음은 늘 조금씩 늦게 도착하니까.
“너처럼 기 세지고 싶다.”
결정적인 순간에 자꾸 움츠러드는 사람이 있다면, 그래서 내 아들에게 그렇게 고백했다면, 난 아들 대신 말해주고 싶다. 내 아들 대신, 내게 말해. 해결해 줄게. 내 아들이 누군가의 고민을 듣고 괜히 센 척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너 역시 납작해진 채 살고 있을 텐데. 군대라는 그 더러운 조직 안에서. 할 수만 있다면 내 오장육부 하나쯤 떼어주고 싶었다.
인간은 결국 어디선가 납작해진다. 카드값 앞에서든, 사랑 앞에서든.
아들은 배려심 좋고 뚝심 있는 청년답다. 나는 안다. 집안 온갖 약을 입안 가득 털어 넣고 사흘 동안 혼수상태였던 여자를 지켜본 아들. 차부터 먼저 제주로 보내놓고 훌쩍 떠나는 여자를 둔 아들. 어쩌면 내 아들은 강한 인간보다 안 접히는 인간을 먼저 배웠을지 모른다.
돈 때문에 오랜 세월 우울했던 여자. 사람들은 모른다. 동안이란 말을 들을 때마다, 세월의 때가 없단 칭찬을 들을 때마다, 이죽거림을 감추지 못하는 나. 감정을 오래 숨기지 못하고 욕하고, 울고, 뛰쳐나가고, 억지로 점잖은 얼굴을 붙들고 사는 사람들보다, 차라리 조금 미친 얼굴로 살아남은 인간이 덜 늙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다행이라면 나는 발 뻗을 데 보고 지랄하는 인간이다. 큰 조직에서는 웃으며 “네, 확인했습니다.” 하다가도, 작은 권력으로 인간을 움켜쥐고 쥐어짜는 인간은 도저히 견디기 어렵다. 1원, 2원까지 맞춰 적으라던 여관집 여주인 같은 이사는 정작 내 비과세 급여 목록을 0원 처리하고 있다. 고객 환불 건도 끝까지 질질 끄는 그 여자. 이상하게 그런 인간들은 늘 돈 앞에서 가장 예민하다. 자기 영혼의 크기를 1, 2원으로 확인하는 것처럼.
그래서 나는 자꾸 글을 쓰고 싶은지 모르겠다. 고상을 원해서라기보단 주변 인간들이 너무 오염스러워서. 그 탁함으로부터 오늘의 나를 정화하기 위해.
치킨을 뜯고, 술을 마시고, 누군가를 욕하고, 홍삼 사진 하나를 저장해두고. 그렇게 또 살아가겠지. 징글징글하게.
그러나 어쩌랴.
날 밝으면 눈부신 햇살이 다시 날 깨우는 걸. 난 그 순간이 미치도록 좋은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