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너무 많은 마침표를 쌓으며 산다

끝내지 못한 것들 사이에서 숨을 배우는 시간

by숨결biroso나


삶은 끝내는 능력이 아니라,
비워내는 용기에서 다시 시작된다


들이마신 숨이
내 것이 아닌 날이 있다.

지워지지 않은 말 하나가
늦은 시간까지 남아
가만히 나를 채우고

나는
내 것이 아닌 감정으로
하루를 견딘다.

끝나지 않은 것들은 잠들지 않는다.



불을 끄지 못한 채
한참을 앉아 있었다.

창밖은 이미 어두워졌는데
방 안에는 아직 낮의 기운이 남아 있었다.


정리하려다 만 종이들이
바카라상 위에 얇게 겹쳐져 있었고

버리지도, 남겨두지도 못한 채
그 자리에 멈춰 있었다.


그때 문득
이건 물건이 아니라
끝내지 못한 시간들이 아닐까 싶었다.

대답하지 못한 메시지 하나,
그날 건네지 못했던 말,
괜찮다고 넘겼지만
끝내 괜찮지 않았던 순간들

우리는 그렇게
마침표를 찍지 못한 문장들을
조용히 쌓아두며 살아간다.


그래서 삶은
어느 순간부터 무거워진다.

무언가를 더 가져서가 아니라
끝내지 못한 것들이
자꾸만 우리 안에 남아 있기 때문에



창문을 조금 열었다.

바람이 들어왔다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조용히 나갔다.

어디로 가는지 묻지 않는 것들은
이상하게 오래 남지 않는다.

그 순간 알았다.

흘려보낸다는 건
지운다는 뜻이 아니라는 걸

그저
붙잡지 않는 일이라는 걸

나는 그날
하나를 끝냈다.

완벽하게 정리해서가 아니라
그냥
그 자리에 두는 것으로

더 이상
내 안에서 붙잡지 않는 방식으로.

비워낸 자리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는 것이 아니라

다음 숨이
먼저 와 앉는다.




삶은 늘 정리되지 않은 상태로 남아 있고, 그 미완의 순간들이 우리를 무겁게 만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모든 것을 완벽하게 마무리해야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어떤 날은 단지 붙잡지 않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하나를 끝낸 것이 될 수 있습니다.


오늘 하나쯤은,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으니 조용히 내려놓아도 되겠지요. 놓는다는 것은 잊는 일이 아니라, 나를 조금 덜 붙드는 선택이니까요.


숨은
붙잡는 곳이 아니라
흐르는 곳에서 고르게 된다.

삶은 끝내는 능력이 아니라, 비워내는 용기에서 다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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