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의 환승역

식지 않은 빛이 머무는 자리

by숨결biroso나



시간은
낯선 얼굴로 창가에 서 있다가

아무 말 없이
빈 의자에 앉아 간다.

남겨진 것은
식지 않은 빛이었고,

사라진 것은
또 다른 이름으로 돌아왔다.

살아간다는 건
익숙함에 스며든 낯섦을
조용히 안아내는 일.

한숨이 지나간 자리마다
숨결이 다시 피어난다.



숨은 늘, 다른 이름으로 다시 돌아온다.



누구나 가슴속에 의자 하나쯤은 두고 살아가지요. 때로는 상실이 앉았다 가고, 때로는 고단한 한숨이 머물다 가는 그 자리. 우리는 그곳에서 익숙함이라는 옷을 입은 채 불쑥 찾아오는 낯선 슬픔들을 마주하곤 합니다.


시간은 말없이 흐르는 것 같지만, 사실은 창가에 서서 우리의 기척을 살피는 이방인과 같습니다. 그 낯선 시간이 내어준 여백을 조용히 안아낼 때, 비로소 우리는 알게 됩니다.

내뱉은 한숨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토양의 지층처럼 차곡차곡 쌓여 다시 숨결로 피어날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것을요.




당신의 한숨이 헛되지 않기를, 그 자리에 다시 맑은 숨결이 피어나기를


삶의 무게가 유독 무겁게 느껴지는 날이면, 제 안의 빈 의자를 들여다봅니다. 그곳에 머물다 간 수많은 낯선 얼굴들이 결국은 저를 빚어낸 숨결이었음을 이제야 조금씩 배웁니다.


한숨의 끝은 절벽이 아니라 새로운 숨이 시작되는 언덕입니다. 낯선 시간들을 환대할 때 우리는 비로소 나 자신이 됩니다.

텅 빈 의자는 누군가를 밀어낸 자리가 아니라 누군가를 맞이할 준비입니다. 오늘 당신이 내뱉은 고단함도 내일은 따스한 빛의 이름으로 돌아올 것입니다.




글을 쓴다는 것은 결국 내 안의 숨을 고르고, 그 숨이 따스한 온기가 되기를 바라는 과정입니다. 누군가의 낡은 의자에 잠시 머물다 가는 바람 같은 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부족한 문장들이지만, 그 행간 사이에서 잠시나마 편안히 숨 쉬실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여기 글들이 글벗님들의 지친 숨에 작은 쉼표 하나가 될 수 있기를요.


한숨이 지나간 자리마다 다시 숨결이 피어납니다. 지층 사이사이로 맑은 공기가 스며들고, 굳어있던 대지는 다시 생동감을 얻습니다. 이제 낯선 시간의 안부를 두려워하지 않기로 합니다. 그 숨의 층위들이 쌓여 비로소 나라는 한 권의 바카라이 완성되어가고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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