쿨한 척이라는 갑옷

"괜찮은 척, 상관없는 척하는 마음에 대하여"

by쉼표JEONGSEON


"어, 난 별로 상관없어."


이 말을 할 때 나는 조금 멋있어진 기분이 든다. 서운한 일이 있어도 "괜찮아, 신경 안 써", 기대가 무너져도 "뭐, 별로 기대 안 했어", 누가 나를 서운하게 해도 "그럴 수도 있지" 하고 어깨를 으쓱한다.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 나. 사소한 일에 상처받지 않는 나. 얼마나 쿨한가. 얼마나 어른스러운가.


그런데 그렇게 "상관없어"를 말하고 돌아선 밤, 이상하게 가슴이 아리다. 분명 상관없다고 했는데, 왜 이렇게 신경이 쓰이는 걸까.


그 "상관없어"가, 이 글이 벗기려는 탈이다.


쿨함이라는 탈은 가장 세련돼 보이는 탈이다. 이 탈을 쓰면 약해 보이지 않는다. 매달리지 않고, 서운해하지 않고, 상처를 내보이지 않는 사람. 그런데 이 탈에는 비밀이 하나 있다. 정말로 상관없는 사람은 "상관없어"라고 말하지 않는다는 것. 그 말을 굳이 꺼내는 순간, 사실은 상관있다는 걸 스스로 증명하는 셈이다. 쿨한 척은, 하나도 안 쿨한 마음을 가리려고 두른 갑옷이다.



진짜 무심한 사람은 무심하다고 말하지 않는다


지난 화에서 우리는 무뎌짐을 이야기했다. 하지만 쿨한 척은 무뎌짐과 다르다.


무뎌진 사람은 정말로 안 느낀다. 감각이 마취된 것이다. 반면 쿨한 척하는 사람은 누구보다 생생하게 느낀다. 서운하고, 아프고, 신경 쓰인다. 다만 그것을 들키지 않으려고 필사적으로 태연한 표정을 지을 뿐이다.


안이 죽은 게 아니라, 살아 있는 안을 필사적으로 숨기는 것이다. 그래서 쿨한 척이 더 아프다. 아픈 걸 다 느끼면서, 안 아픈 척까지 해야 하니까.


우리가 왜 이 갑옷을 두르는지는 분명하다. 무서워서다. 서운하다고 솔직히 말했다가 "예민하다"는 소리를 들을까 봐. 기대했다고 인정했다가 실망하는 모습을 들킬까 봐. 좋아한다고 말했다가 거절당해 초라해질까 봐. 그 모든 상처의 가능성으로부터 나를 지키려고, 우리는 "상관없어"라는 갑옷을 두른다. 이 갑옷을 두른 채로는 아무도 나를 찌를 수 없으니까.


그런데 갑옷의 문제는, 그것이 창만 막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갑옷은 손길도 막는다. 나를 해치려는 것도 못 들어오지만, 나를 안아 주려는 것도 못 들어온다. "난 상관없어"라고 말하는 사람에게는 아무도 다가가지 않는다. 상관없다는데 뭘 어쩌겠는가. 그렇게 우리는 상처받지 않는 데는 성공하지만, 위로받을 기회도, 사랑받을 기회도 함께 잃는다.


아무도 찌를 수 없는 사람은, 아무도 안아 줄 수 없는 사람이기도 하다.



뽁뽁이의 고백


하루는 택배 상자에서 나온 뽁뽁이를 정리하다가, 그것이 말을 걸어오는 상상을 했다. 작은 방울마다 공기를 잔뜩 품고 빵빵하게 부풀어, 무엇이든 튕겨 내던 그 에어캡이.


"나 왜 이렇게 빵빵한지 알아?"

뽁뽁이의 목소리는 공기처럼 얇았다.


"사실 나는 약해. 손가락으로 꾹 누르기만 해도 톡 터져 버리거든. 그래서 무서워. 그래서 나는 나를 공기로 잔뜩 채워서, 겉을 빵빵하게 부풀렸어. 뭐가 부딪혀도 튕겨 내려고. 봐, 나한테 뭘 던져도 끄떡없지? 나 진짜 단단해 보이지?


근데 있잖아, 나한테 아무리 좋은 걸 줘도 나는 못 받아. 다 튕겨 내거든. 손으로 쓰다듬어 줘도 나는 그 온기를 못 느껴. 공기막이 다 막아 버려서. 나를 지키려고 두른 이 막이, 나를 아껴 주려는 손길까지 다 막아 버린 거야.


너도 딱 나야. '상관없어, 신경 안 써'라고 빵빵하게 부풀려서, 아무것도 못 들어오게 막았지. 근데 그거 알아? 사람들이 너를 못 찌르는 만큼, 못 안아 주기도 해. 너는 안 깨지는 데는 성공했지만, 아무도 너한테 못 닿아. 무심한 척은 안전하지만, 외로워.


진짜 안 깨지는 건 빵빵한 게 아니라, 깨져도 괜찮다는 걸 아는 거야."


뽁뽁이의 고백은 공기처럼 가벼웠지만, 내 안에서 톡, 하고 무언가 터지는 소리가 났다. 나는 그동안 내가 쿨하다고 믿었다. 그런데 나는 쿨한 게 아니라, 깨질까 봐 무서운 사람이었다. 상처받는 게 두려워서 "상관없어"로 나를 빵빵하게 감싸고, 그 공기막 안에서 아무에게도 닿지 못한 채 혼자 떠 있었을 뿐이다.



다 드러내라는 말이 아니다


오해는 말자. 모든 감정을 시시콜콜 다 내보이며 매달리라는 게 아니다. 그건 갑옷을 벗는 게 아니라, 방패도 없이 벌판에 서는 무모함일 뿐이다.


내가 하려는 말은, 쿨함과 두려움을 구분하자는 것이다. 진짜 담담한 사람은 굳이 담담한 척을 하지 않는다. 서운하면 "나 좀 서운했어"라고 말할 줄 알고, 좋으면 좋다고 표현할 줄 안다. 그 솔직함이 오히려 진짜 강함이다. 약함을 인정할 수 있는 사람만이, 약함에 잡아먹히지 않으니까. 반면 쿨한 척은 강한 게 아니라, 약한 걸 들키기 무서운 것이다.


그러니 "상관없어"라는 말이 입에서 나오려 할 때, 딱 한 번만 물어보자. 나는 정말 상관없는 걸까, 아니면 상관있다는 걸 들키기 무서운 걸까. 이 무심함은 여유일까, 아니면 상처를 감추려 두른 갑옷일까.


갑옷을 두른 채로는 아무도 나를 해치지 못한다. 그러나 갑옷을 두른 채로는, 아무도 나를 안아 주지 못한다. 어느 쪽이 더 외로운지는, 그 갑옷 안에 있는 사람이 가장 잘 안다.



쉼표의 엉뚱한 질문


오늘 당신이 "난 상관없어"라고 말했을 때, 정말 마음이 편안했는가. 아니면 그 말을 하고 돌아선 밤, 이상하게 가슴 한구석이 아렸는가.


당신이 두른 그 쿨함이라는 갑옷은 당신을 지켜 주고 있는가. 아니면 당신을 찌르려는 것도, 안아 주려는 것도 모두 막아 낸 채, 그 안에 당신 혼자 떠 있게 만들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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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울고 싶은데」 · HELLOPING



노래 「나도 울고 싶은데」를 기꺼이 내어 주신 HELLOPING 님께 고마움을 전합니다.



— 쉼표 JEONGS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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