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심이 시리즈 06. 사람은 가끔 응원에도 지친다
오늘 영심이는
현관문도 안 두드리고 들어왔다.
그리고 뒤이어
엄청 시끄러운 녀석 하나가 같이 따라 들어왔다.
“You got this!”
녀석은 들어오자마자 소리쳤다.
“You can do it!”
“Come on!”
“Let’s go!”
나는 소파에 누운 채 눈만 끔뻑거렸다.
“와… 너 오늘 왜 이렇게 텐션 높냐.”
그러자 영심이가 귀찮다는 얼굴로 한숨을 쉬었다.
“쟤 오늘 하루 종일 저러고 다녔다.”
“You got this!”는
형광색 후드티라도 입은 사람처럼 지나치게 밝았다.
괜히 어깨를 두드리고,
괜히 힘내라고 하고,
괜히 웃으라고 했다.
처음엔 나도 피식 웃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몇 번 듣고 나니까 점점 숨이 막혔다.
“You got this!”
또 시작이었다.
나는 결국 쿠션으로 얼굴을 덮었다.
“야… 나 오늘은 아무것도 못 가질 것 같은데.”
그러자 녀석이 잠깐 멈칫했다.
하지만 곧 또 웃으며 말했다.
“No negative energy!”
순간 방 안 공기가 이상하게 답답해졌다.
생각해 보면 세상은 요즘 너무 밝다.
할 수 있어!
괜찮아질 거야!
넌 특별해!
포기하지 마!
좋은 말들인데,
가끔은 너무 크게 들린다.
정작 사람 마음은
조용히 무너지고 있는데도.
영심이는 말없이 컵에 물을 따랐다.
그리고 내 앞에 슬쩍 밀어놓았다.
나는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한동안 아무도 말하지 않았다.
창밖에서는 늦은 밤바람만 천천히 지나가고 있었다.
그러다 영심이가 조용히 말했다.
“Not every day has to be productive.”
그 말이 이상하게 마음을 풀어버렸다.
오늘 하루:
아무것도 안 했어도,
무기력했어도,
계속 누워 있었어도,
웃을 힘이 없었어도
그런 날도 그냥 살아낸 하루일 수 있다는 것.
나는 한참 말이 없었다.
반대로 “You got this!”도 조용해져 있었다.
녀석은 소파 한쪽에 앉아
처음으로 힘없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Maybe I was too loud…”
영심이가 피식 웃었다.
“이제 좀 사람 같네.”
나는 결국 웃어버렸다.
가끔 사람은:
응원보다,
가만히 옆에 앉아 있는 누군가가 더 필요할 때가 있다.
돌아갈 시간이 되자
“You got this!”는 오늘따라 조용히 운동화를 신었다.
그리고 문을 열기 직전,
아주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You can rest, too.”
문이 닫히고 난 뒤에도
그 말은 이상하게 오래 마음에 남아 있었다.
오늘 영심이는
사람이 늘 강해야만 하는 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
? 영심이 지난 이야기
“Maybe.”는 끝내 확실한 대답 대신 조용한 한숨 하나를 남겨두고 돌아갔다.
→ 영심이 시리즈 05. 애매한 사람들은 늘 쉽게 상처받았다?
? 영심이 첫 번째 이야기
“Take your time.”은 어느 날 불쑥 우리 집에 들어와 마음부터 천천히 놓고 갔다.
→ 영심이 시리즈 01. 천천히 해
… by 쉼표 JEONGS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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