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런들에게 분노 대신 고요한 절연(絶緣)을 선사하다.
오늘도 낮 동안 나에게 날아온 타인의 무례한 가시를 빼내느라, 밤잠을 설치며 이불킥을 하고 있을 상처 입은 영혼들에게 이 서늘한 서두를 바친다. 우리는 언제까지 착한 사람이라는 영광스러운 감옥에 갇혀, 나를 갉아먹는 인간들을 감내하며 살아야 하는가.
우리는 흔히 모두에게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이 미덕이라 배웠다. 과거의 나 역시 누군가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해 쩔쩔매고, 나를 은근히 무시하는 온라인 게임 빌런들의 언사에도 그저 둥글게 웃어넘기던 지독한 착한 사람 콤플렉스의 소유자였다. 관계가 삐걱거릴 때마다 내 탓을 하며 밤새 괴로워했던 시간들은, 사실 포용력이 아니라 나 자신을 방치한 지독한 미련(迷戀)에 불과했다. 내가 선의를 베풀수록 상대는 그것을 권리로 여겼고, 나의 친절은 그들의 감정 쓰레기통으로 전락할 뿐이었다.
하지만 회사를 나와 홀로서기를 시작한 뒤, 인간관계의 판도가 완전히 뒤집히는 반전(反轉)을 맛보았다.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자산은 한정되어 있고, 그 소중한 에너지를 아무에게나 낭비해서는 안 된다는 잔인한 진리를 깨달은 것이다. 나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인간들을 꾸역꾸역 안고 가는 우직함은 이제 내 사전에 없다. 나를 지키지 못하는 관계는 결국 허상(虛像) 일뿐이며, 진짜 현명한 이들은 관계의 양이 아니라 질을 엄격하게 통제한다는 사실을 이제야 단호하게 인정한다.
많은 이들이 인간관계에서 상처를 받으면 어떻게 복수할까를 고민하며 칼을 갈아댄다. 그러나 상대에게 분노를 쏟아내고 똑같이 진흙탕에서 싸우는 행위는, 결국 내 영혼의 품격을 스스로 떨어뜨리는 가장 하바카라(下策)의 선택이다. 진짜 가장 완벽하고 우아한 복수는, 그 사람을 내 마음의 장부에서 영원히 '0원'으로 처리해 버리는 완벽한 잊어버림이다. 그 어떤 감정의 동요도 없이, 존재 자체를 지워버리는 고요한 무관심이야말로 상대의 존재를 가장 작게 만드는 강력한 무기다.
타인의 시선이라는 감옥에서 걸어 나와 온전한 독립을 선언한 지금, 나는 나만의 단호한 손절 기준을 세웠다. 내 삶의 궤도를 흔들고 자존감을 깎아내리는 소음들과는 미련 없이 작별을 고한다. 돈을 버는 법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내 영혼의 안전지대를 확보하는 일이며, 무례한 이들과 잠시 절연하는 용기를 가질 때 인간은 비로소 내면의 중심축을 굳건히 세울 수 있다. 혼자가 되는 고독을 두려워하지 마라, 그 텅 빈 공간은 비로소 진짜 내 사람들과 온전한 휴식으로 가득 채워질 테니까.
이제 우리는 관계에 목매는 우직한 바보의 가면을 과감하게 벗어던져야 한다. 모두를 만족시키려다 정작 가장 소중한 나 자신을 잃어버리는 모순(矛盾)을 범해서는 안 된다. 나를 아프게 한 이들에게 굳이 눈물 흘릴 필요는 없다. 그저 고요하게 문을 닫아걸고, 나만의 엉뚱하고도 세련된 방식으로 내가 잘 사는 모습을 증명하면 그만이다.
밤 10시, 하루 동안 인간관계의 풍파에 부딪히며 지친 당신의 마음에 나지막이 쉼표를 건넨다. 무례한 타인의 시선에 당신의 소중한 밤을 저당 잡히지 마라. 억지로 관계를 유지하려 애쓰는 우직함 대신, 가끔은 과감하게 선을 긋고 뒤돌아서는 단호함을 가져라. 당신 마음의 방파제를 쌓을 수 있는 유일한 주인은, 오직 당신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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