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히 살 건 없었는데 마음은 자꾸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갔다
나는 가끔, 딱히 살 것도 없는데 백화점에 간다. 정확히 말하면 물건을 사러 가는 게 아니라, 마음을 잠깐 돌아다니게 하러 간다.
백화점은 참 묘한 곳이다. 문이 열리는 순간 괜히 사람이 조금 근사해진 기분이 든다. 향수 냄새는 인생이 잘 풀릴 것 같고, 반짝이는 조명 아래 서 있으면 오늘만큼은 내가 조금 괜찮은 사람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사람들은 생각보다 많은 걸 사러 백화점에 가는 게 아닐지도 모른다. 어쩌면 잠깐이라도 지친 현실 말고 다른 공기를 마시고 싶어서 가는 건지도 모른다.
푸드코트에 앉아 있으면 재미있는 생각이 든다. 사람들은 모두 바빠 보이는데, 자세히 보면 다들 조금씩 허전해 보인다. 누군가는 쇼핑백을 들고 있고, 누군가는 케이크 상자를 안고 있고, 누군가는 아무것도 안 샀는데 계속 돌아다닌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그 모습들이 전부 사람 냄새 나서 좋다.
특히 나는 아무것도 안 사고 에스컬레이터만 타고 올라가는 사람들을 좋아한다. 그 사람들은 진짜 물건보다 마음 둘 곳을 찾는 사람 같아서.
생각해 보면 인생도 백화점이랑 조금 비슷하다. 사람은 늘 뭔가를 찾으면서 돌아다닌다. 행복일 수도 있고, 위로일 수도 있고, 누군가의 인정일 수도 있다. 그런데 막상 손에 넣고 나면 또 다른 층으로 올라가고 싶어진다.
그래서 인간은 계속 방황하면서 살아가는 존재인지도 모른다. 예전엔 그런 내가 싫었다. 왜 이렇게 한 곳에 마음을 못 두는 걸까. 왜 늘 뭔가 허전할까.
그런데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 방황한다는 건 아직 마음이 살아 있다는 뜻이라는 걸. 진짜 지쳐버린 사람은 아무 곳도 돌아다니지 않게 되니까.
오늘의 나는 결국 아무것도 사지 않고 백화점을 나왔다. 그런데 이상하게 조금은 숨이 트인 기분이었다. 아마 내 마음도 잠깐 에어컨 잘 나오는 곳에서 쉬다 온 모양이다.
생각해 보면 백화점은 물건보다, 방황하는 사람 마음들이 더 많이 진열되어 있는 곳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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