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털어냈다고 생각했는데 마음 구석에서 아직 물이 떨어지고 있었다
오늘은 정말 마음 정리를 끝낸 줄 알았다. 괜찮아졌다고 믿었고, 이제는 다 지나간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일부러 아무렇지 않은 척했다. 웃기도 하고, 커피도 마시고, 괜찮다는 말도 몇 번 했다.
그런데 이상하게 혼자 있는 시간이 되자, 마음 어딘가에서 축축한 감정이 다시 만져졌다. 마치 세탁은 끝났는데 아직 덜 마른빨래처럼. 겉보기엔 괜찮아 보이는데, 조금만 꾹 누르면 물기가 남아 있는 상태.
사람 마음도 그런 것 같다. 정리됐다고 끝나는 게 아니라, 마르는 시간이 따로 필요하다.
예전의 나는 빨리 괜찮아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빨리 잊어야 하고, 빨리 털어내야 하고, 빨리 웃어야 한다고 믿었다. 그런데 마음은 생각보다 느렸다. 머리는 이미 다음 계절로 넘어갔는데, 감정은 아직 지난 장면 앞에 앉아 있었다.
그래서 요즘은 억지로 마음을 개지 않기로 했다. 덜 마른 상태로 접어버리면 결국 다시 꺼내야 한다는 걸 알게 됐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종종 말한다. “이제 그만 잊어.” “다 지나간 일이잖아.” 하지만 어떤 감정은 사라지는 게 아니라, 천천히 옅어지는 거였다. 햇빛 아래 오래 걸어두면 조금씩 마르듯이.
그래서 오늘의 나는 내 마음을 조용히 베란다에 널어두기로 했다. 당장 완벽하게 괜찮아지지 않아도 괜찮다고. 아직 물기가 남아 있어도, 그건 내가 약해서가 아니라 충분히 오래 마음을 써왔다는 증거 같아서.
생각해 보면 사람은 누구나 보이지 않는 마음 빨래 몇 벌 때쯤 안고 살아간다. 그리고 어떤 날은 햇살보다 시간이 더 큰 건조기가 되어주기도 한다.
오늘의 나는 아직 완전히 마르진 않았지만, 그래도 어제보다는 조금 가벼워졌다. 그러니 지금의 나도 생각보다 잘 버티고 있는 중인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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