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 멈추는 것도 용기다

달리던 마음이 처음으로 숨을 고른 날

by쉼표JEONGS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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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래도록 멈추지 않는 것이 용기라고 믿었다.
힘들어도 참고, 지쳐도 버티고, 흔들려도 앞으로 가는 것. 그것이 성실함이고, 바카라임감이고, 어른의 자세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멈추고 싶을 때마다 스스로를 더 밀어붙였다. “조금만 더.” “지금 멈추면 안 돼.” 그런 말들이 나를 앞으로 끌고 갔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렇게 달릴수록 마음은 점점 작아졌다.
몸은 움직이고 있었지만, 마음은 뒤에 남겨둔 채였다.


어느 날, 일을 하다가 잠깐 의자에 앉았다. 아주 잠깐이었다. 손을 멈추고 창밖을 바라봤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는 그 몇 초가 이상하게 불안했다. 괜히 시간을 낭비하는 것 같았고, 누군가 보고 있으면 게으르다고 생각할 것 같았다. 나는 다시 일어나려고 했다. 그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왜 나는 멈추는 것을 이렇게 두려워할까.


멈추면 뒤처질까 봐.
멈추면 인정받지 못할까 봐.
멈추면 쓸모없는 사람이 될까 봐.


그 두려움이 나를 계속 움직이게 만들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멈추지 못하는 것이 오히려 더 두려운 일이었다.


사람은 기계가 아니었다. 숨을 쉬어야 했고, 마음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다. 그런데 나는 숨도 쉬지 않고 계속 달리고 있었다. 멈추지 않으면 무너지지 않을 거라고 믿었지만, 사실은 멈추지 않아서 더 흔들리고 있었다.


그날 나는 일부러 잠깐 더 앉아 있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시간이 길게 느껴졌다. 하지만 조금 지나자 마음이 가라앉기 시작했다. 급하게 뛰던 생각들이 하나씩 속도를 늦췄다. 그리고 그때 알았다. 멈춘다는 것은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다시 시작하기 위한 준비라는 것을.


용기는 늘 앞으로 나아가는 데만 있는 줄 알았다.
하지만 어떤 날에는 멈추는 것이 더 큰 용기였다.


주변을 돌아보면, 멈추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해야 할 일이 많아서, 바카라임이 있어서, 누군가를 지켜야 해서. 그 마음을 잘 안다. 나도 그랬으니까. 하지만 멈추지 않으면 방향을 잃는다. 빠르게 가고 있는데, 어디로 가는지 모르는 상태가 된다.


멈추는 순간,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다.
내가 얼마나 지쳤는지, 무엇이 중요한지, 어디로 가고 싶은지.


그날 이후 나는 가끔 멈추기로 했다. 일을 하다가도, 길을 걷다가도, 생각이 복잡해질 때도. 잠깐 숨을 고르고 마음을 정리하는 시간을 만들었다. 이상하게도 그렇게 멈춘 뒤에는 더 오래 걸을 수 있었다.


용기는 항상 큰 결단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었다.
잠깐 멈추는 작은 선택에서도 만들어졌다.


멈추는 것도 용기다.
그 용기가, 나를 다시 움직이게 한다.

쉼표로고 사인 이미지2026년 3월 27일 오전 07_57_32.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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