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 — 새벽 5시, 세상이 멈춘 시간

아무도 서두르지 않는 시간 속에서 나를 만났다

by쉼표JEONGS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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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5시는 이상하게 조용하다.
아직 해는 완전히 떠오르지 않았고,
세상은 준비 중이지만 움직이지는 않는다.


이 시간에는
누구도 나를 재촉하지 않는다.
전화도 울리지 않고,
메시지도 오지 않고,
결정을 요구하는 일도 없다.


세상이 멈춘 것 같은 시간.


나는 이 시간을 좋아하게 됐다.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다.
그저 일찍 일어나다 보니
우연히 마주친 시간이었을 뿐이다.


공장 앞 길을 걸어가면
밤과 아침 사이의 공기가 있다.
가로등은 아직 켜져 있고,
하늘은 서서히 밝아오고,
도로는 비어 있다.


그 시간에는
속도가 존재하지 않는다.


누군가보다 빨리 가야 할 이유도 없고,
누군가를 따라잡아야 할 필요도 없다.
그저 걷는 만큼만 시간이 흐른다.


나는 그때 비로소 알았다.
하루의 방향은 아침이 아니라
새벽에 정해진다는 것을.


낮에는 많은 선택이 쏟아진다.
사람들의 말, 상황의 변화,
예상하지 못한 변수들.


하지만 새벽에는
내 생각만 남는다.


그 고요 속에서
나는 나에게 묻는다.


오늘, 꼭 해야 하는 일은 무엇인지.
서두르지 않아도 되는 일은 무엇인지.
놓아도 되는 걱정은 무엇인지.


이 질문들을 정리하고 나면
하루가 조금 가벼워진다.


새벽 5시는
시간이 멈춘 것이 아니라
마음이 정리되는 시간이었다.


해가 떠오르면
세상은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다.
오토바이가 늘어나고,
사람들이 바빠지고,
일정이 쏟아진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나는 더 이상 휩쓸리지 않는다.


이미 새벽에
나의 속도를 정해두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새벽 5시를 기다린다.
세상이 멈춘 그 시간 속에서
다시 나를 만나기 위해.

쉼표로고 사인 이미지2026년 3월 27일 오전 07_57_32.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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