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 담벼락 앞 화단에 , 보라 꽃이 나를 붙잡았다
공장 담벼락 앞 화단에 키 작은 보라 꽃 몇 송이가 줄을 서 있었다.
아무도 보지 않아도, 그 꽃들은 제시간에 피어 있었다.
사람들은 나를 성실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나는 늘 일찍 도착했고, 먼저 움직였고, 끝까지 남아 있었다. 멈추지 않는 것이 나의 장점이라고 믿었다. 시간이 나를 앞질러 가기 전에 내가 먼저 달려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늦는다는 것은 뒤처지는 것이고, 뒤처진다는 것은 사라지는 것과 같다고 여겼다. 그래서 나는 늘 빨랐다. 생각도 빨랐고, 결정도 빨랐고, 하루의 속도도 빨랐다.
그런데 어느 날,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멈춰 서 있었다.
몸이 멈춘 것이 아니라 마음이 멈춘 날이었다.
그날도 평소처럼 새벽이었다. 베트남 공장으로 향하는 길, 아직 해가 완전히 뜨지 않은 시간이었다. 담벼락 앞 화단에 보라색 꽃이 조용히 피어 있었다. 그 꽃은 어제도 있었고, 그제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 꽃을 본 적이 없었다. 아니, 봤지만 보지 못했다. 빠르게 걸어가는 동안 풍경은 늘 배경이었고, 목적지만이 나의 전부였기 때문이다.
그날은 이상하게 발걸음이 느려졌다.
정확히 말하면, 느려진 것이 아니라 멈췄다.
꽃을 한참 바라보고 있었다. 바람이 불었다. 꽃잎이 조금 흔들렸다. 아침 햇살이 담벼락을 타고 올라왔다. 그 순간, 아주 사소한 생각이 스쳤다.
나는 왜 이렇게 빨리 살아야 했을까.
답은 없었지만, 질문이 오래 남았다.
그리고 그 질문이 나를 멈추게 했다.
그동안 나는 멈추는 것을 두려워했다. 멈추면 뒤처질 것 같았고, 멈추면 실패하는 것 같았고, 멈추면 무너질 것 같았다. 그래서 쉬는 날에도 마음은 쉬지 않았고, 밤에도 생각은 멈추지 않았다. 멈추지 않는 것이 나를 지켜줄 것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멈춘 그 순간, 이상하게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세상은 그대로 돌아갔고, 사람들은 여전히 바쁘게 움직였고, 공장의 문은 평소처럼 열렸다. 내가 잠깐 멈췄다고 해서 무너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오히려 그 짧은 멈춤이 나를 살렸다.
빠르게 달리는 동안에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아침의 공기, 햇빛의 온도, 꽃의 색, 그리고 내 마음의 속도. 나는 그날 처음으로 나 자신을 따라잡은 기분이었다. 늘 앞만 보며 달려왔는데, 그날은 내가 나와 나란히 서 있었다.
멈춘다는 것은 뒤로 가는 것이 아니었다.
멈춘다는 것은, 방향을 확인하는 일이었다.
그 이후로 나는 속도를 조금씩 늦추기 시작했다. 여전히 해야 할 일은 많았고, 바카라임도 사라지지 않았다. 하지만 마음만은 급하게 움직이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빨리 끝내는 것보다, 오래 남는 것을 선택하려고 했다.
이상하게도 속도를 늦추자 오히려 오래 버틸 수 있었다.
빠르게 달릴 때는 지쳤지만, 천천히 걸을 때는 멈추지 않았다.
그날 담벼락 앞 화단에서 본 보라색 꽃은 여전히 그 자리에 피어 있을 것이다.
아마 내일도, 그다음 날도 피어 있을 것이다.
나는 이제 그 꽃을 지나칠 때마다 마음속으로 쉼표 하나를 찍는다.
멈춰도 괜찮다고, 늦어도 괜찮다고,
하지만 멈춰 서서 다시 걸어가면 된다고.
빠르게 살던 내가 멈춘 순간,
나는 비로소 천천히 살아갈 용기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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