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상이 아직 깨어나기 전의 기록
새벽 세 시쯤이면 알람이 울리기 전에 눈이 떠진다. 오래된 습관이다. 누가 깨우는 것도 아니고, 해야 할 일이 있어서도 아니다. 그냥 그 시간이 되면 자연스럽게 몸이 먼저 깨어난다. 창문 밖은 여전히 어둡다. 아직 새벽이 아니라 밤에 가까운 시간이다. 세상은 조용하고, 공기도 조금 차갑다.
부엌으로 가서 커피를 내린다. 물이 끓는 소리와 커피 향이 천천히 공간을 채운다. 그 소리는 이상하게 마음을 안정시킨다. 커피잔을 들고 바카라상에 앉는다. 그리고 성경을 펼친다. 몇 구절을 읽고 잠깐 눈을 감는다. 특별한 기도를 하는 것도 아니다. 그저 오늘 하루를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마음이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지 잠깐 바라본다.
묵상을 마치고 나면 노트북을 연다. 그리고 아무도 보지 않는 문장을 하나씩 적기 시작한다. 사실 그 문장들이 어디로 가는지 나도 잘 모른다. 글을 잘 써보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한 적도 없다. 그저 마음속에 오래 남아 있던 생각들을 밖으로 꺼내 놓는 것에 가깝다.
새벽에는 마음이 숨을 곳이 없다. 낮에는 사람들을 만나고, 해야 할 일을 하고, 여러 가지 역할을 하면서 마음이 분주해진다. 하지만 새벽에는 아무도 없다. 그래서 마음도 조용해진다. 그 시간에는 괜찮은 척할 필요도 없고, 강해 보일 필요도 없다. 그저 있는 그대로의 마음이 그대로 드러난다.
그래서 나는 새벽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냥 기록이었다. 하루를 지나며 느꼈던 생각들, 사람들과의 대화, 어떤 순간에 멈춰 서게 만들었던 감정들. 그런 것들을 하나씩 적다 보니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글을 쓰며 나를 다시 만나고 있다는 생각이었다.
사람은 생각보다 자기 마음을 잘 모른다. 바쁘게 살아가는 동안 마음이 어디로 흘러가는지 돌아볼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조금씩 알게 되었다. 내가 무엇을 두려워하는지, 무엇을 붙잡고 버텨왔는지, 그리고 어떤 순간에 마음이 가장 흔들리는지를.
그래서 지금도 나는 새벽에 글을 쓴다.
창문 밖은 여전히 어둡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시간에 마음은 가장 또렷해진다. 세상이 아직 시작되지 않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아무도 나를 부르지 않고, 아무것도 나를 재촉하지 않는 시간. 그 시간에 나는 나와 조금 더 가까워진다.
어쩌면 글은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해 쓰는 것이 아니라, 먼저 나 자신에게 솔직해지기 위해 쓰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새벽 세 시에 일어나 커피를 내리고, 잠깐 묵상을 하고, 노트북을 연다.
그리고 다시 한 줄의 문장을 적는다.
아무도 없는 시간에,
나를 만나기 위해서.
이 글을 쓰며 떠오른 생각을
블로그에 조금 더 정리해 두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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