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가 길이 된다

— 쉼표 폰트아트홀 2호

by쉼표JEONGSEON



길은 처음부터 거기 있지 않았다.


누군가 걸었기 때문에 생긴 것이다.

발자국이 쌓이고, 쌓인 발자국이 굳어지고,

굳어진 자리에 풀이 눕고, 그렇게 길이 된다.


단어도 그렇다.


처음엔 그냥 소리였다.

입에서 나온 공기.

그것이 마음에 닿으면 감정이 되고,

감정이 기억이 되고,

기억이 글이 되고,

글이 쌓이면 — 길이 된다.


이 그림을 보라.


왼쪽 나무는 갈색이다. 시간, 기다림, 인내, 고독, 방향. 살아온 날들의 단어들이

나무가 되었다. 무겁고 짙다. 그래서 뿌리가 깊다.


오른쪽 나무는 황금빛이다. 사랑, 희망, 믿음, 감사, 내일. 살아갈 날들의 단어들이

나무가 되었다. 밝고 따뜻하다. 그래서 잎이 풍성하다.


그 사이를 한 사람이 걷고 있다.


그 사람의 옷도 단어로 만들어졌다.

절망, 진, 허망 — 상처의 언어들을 입고 걷는다.

그래도 걷는다.

과거의 나무와 미래의 나무 사이,

그 길 위를 걷는다.


나는 39년 동안 옷을 만들었다.


실이 천이 되고,

천이 옷이 되고,

옷이 사람을 감싸는 것을 보았다.


단어도 그렇게 사람을 감싼다는 걸,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알았다.


그리고 이제 안다.

단어는 옷이 될 뿐 아니라 — 길도 된다.


내가 쓴 말들이

내가 걸어온 발자국이

쌓여서 길이 된다.


하늘에 잠자리가 날고,

나비가 날고,

땅엔 단어들이 깔려 있다.


그 길 위를 걷는 사람.

그게 쉼표다.

그게 당신이다.


언어가 길이 된다.


쉼표폰트아트홀2 -언어가 길이된다-Image 2026년 3월 4일 오후 12_14_24.png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글과 이어지는 이야기는 블로그에서도 만나실 수 있습니다.


� 쉼표의 서재
https://star8253.com



글·단어 큐레이션 — 쉼표 이미지 생성 — 푸름이 (AI)



#쉼표폰트아트홀 #언어가 길이 된다 #단어로그린마음 #폰트아트 #워드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