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가 방향이 된다

— 쉼표 폰트아트홀 5호

by쉼표JEONGSEON



길을 잃어본 적 있는가.


지도가 없는 게 아니다.

지도가 있어도 길을 잃는다.

내가 어디에 있는지 모를 때,

지도는 아무 소용이 없다.


나침반은 다르다.


지도가 없어도 된다.

내가 어디에 있든 상관없다.

나침반은 언제나 북쪽을 가리킨다.

흔들려도, 기울어져도,

바늘은 돌아온다.

방향으로.


나는 오래 흔들렸다.


낯선 나라에서 길을 잃었고,

사람에게 상처받고 헤맸고,

무엇을 위해 버티는지 모른 채 버텼다.


표류였다.

방향 없는 떠돌음.


그런데 어느 순간 알았다.

내가 쓴 단어들이 나침반이었다는 걸.


인내라고 썼을 때 — 방향이 생겼다.

믿음이라고 썼을 때 — 중심이 잡혔다.

사랑이라고 썼을 때 — 목적지가 보였다.


이 나침반을 보라.


북쪽은 짙은 갈색이다. 방향 · 흔들림 · 기준 · 잃어버림 · 표류. 헤매던 시간의 단어들. 무겁다. 하지만 그 무게가 있었기에 — 바늘이 중심을 잡는다.


남·동·서는 황금빛이다. 자유 · 여정 · 나아감 · 목적지 · 열림. 방향을 찾은 후의 단어들. 따뜻하다. 그리고 — 앞을 향한다.


중앙엔 쉼표가 있다.


나침반의 바늘.

방향을 가리키는 존재.

그게 쉼표다.

그게 나다.


39년 동안 나는 방향을 찾았다.


실이 엉키면 다시 감았고,

공장이 흔들리면 중심을 잡았고,

사람들이 떠나도 자리를 지켰다.


그 모든 시간이 지금

이 나침반 안에 있다.


흔들린 만큼 단단해진 바늘.

헤맨 만큼 선명해진 방향.


당신이 지금 길을 잃었다면,


지도를 찾지 마라.

지도보다 나침반이 먼저다.


당신 안에 있는 단어를 꺼내라.

가장 자주 떠오르는 단어.

가장 오래 붙잡고 있는 단어.

그게 당신의 나침반이다.


언어가 방향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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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단어 큐레이션 — 쉼표 이미지 생성 — 푸름이 (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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