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향이 선명해지면 두려움은 줄어든다

불안을 없애려 애쓰는 사람들에게 — 필요한 건 용기가 아니라 선명함이다

by쉼표JEONGSEON


두려움은 없애야 할 감정이라고 배워왔다. 불안은 극복해야 하고, 흔들림은 이겨내야 한다고 믿었다. 그래서 더 강해지려 했고, 더 단단해지려 했다. 마음을 고쳐먹고, 새벽에 일어나고, 다짐의 말을 수첩에 적었다.

그러나 솔직히 말하면, 두려움은 그렇게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다짐을 한다고, 용기를 낸다고 없어지지 않는다. 강해지려 할수록 오히려 더 예민해지는 날이 있다. 왜일까.


두려움은 약해서 생기는 것이 아니다. 대부분은 모호함에서 온다. 어디로 가는지 모를 때,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 모를 때, 지금 이 노력이 어디에 닿는지 보이지 않을 때 우리는 불안해진다. 감정이 앞서는 것이 아니라 구조가 흐릿한 것이다. 사람은 어둠 자체보다, 어둠 속에서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는 상황을 더 두려워한다. 공포의 실체는 감정이 아니라 방향의 부재다.


방향이 없는 상태에서의 두려움은 끝이 없다. 작은 변수 하나에도 흔들리고, 누군가의 말 한마디에도 무너진다. 비교가 시작되고, 속도가 불안해지고, 혹시 내가 틀린 건 아닐까라는 질문이 반복된다. 주변을 보면 다들 앞서가는 것 같고, 나만 제자리를 맴도는 것 같다.


이때 사람은 감정에 반응한다. 기분에 따라 움직이고, 분위기에 따라 결정을 바꾼다. 어제의 확신이 오늘은 흔들리고, 오늘의 결심이 내일이면 식는다. 그 반복 속에서 사람은 점점 지쳐간다. 두려움 때문이 아니라, 두려움에 계속 끌려다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방향이 선명해지면 상황이 달라진다.


두려움은 약함의 증거가 아니다. 모호함의 신호다.


두려움은 사라지지 않는다. 대신 정리된다. 해야 할 것과 하지 않아도 될 것이 구분된다. 지금 겪는 어려움이 과정인지, 경고인지 판단할 수 있다. 남의 속도가 내 기준을 흔들지 않는다. 비교는 줄어들고 집중이 남는다.


똑같은 어려움 앞에서도 방향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은 반응이 다르다. 방향이 없는 사람은 어려움을 신호로 읽고 멈추지만, 방향이 있는 사람은 어려움을 과정으로 읽고 통과한다. 방향은 두려움을 밀어내지 않는다. 그 위에 질서를 세운다.


나는 오십을 넘겨 타지에서 공장을 운영하며 이것을 배웠다. 낯선 언어, 낯선 사람들, 낯선 문화 속에서 매일 크고 작은 불안이 찾아왔다. 처음에는 그 불안들을 억누르려 했다. 더 강하게 결심하고 더 바지런히 움직이면 두려움이 사라질 거라 믿었다. 그러나 그렇지 않았다.


두려움이 줄어든 것은 내가 강해진 날이 아니었다. 내가 왜 여기 있는지, 무엇을 만들어가고 있는지가 선명해진 날이었다. 방향이 잡히자 두려움은 나를 흔드는 파도에서, 내 상태를 알려주는 신호로 바뀌었다.


많은 사람이 두려움을 없애려 애쓴다. 더 독한 마음을 먹고, 더 큰 용기를 쥐어짜고, 더 강한 언어로 자신을 다그친다. 그러나 필요한 것은 용기가 아니라 선명함이다. 어디로 가는지 아는 사람은 느려도 멈추지 않는다. 조금 돌아가도 포기하지 않는다. 두려움이 와도 방향을 의심하지 않는다. 흔들리되 무너지지 않는다.


지금 불안하다면, 더 강해지려 하기 전에 먼저 물어보자. 나는 지금 어디를 향하고 있는가. 그 질문에 스스로 답할 수 있다면 두려움은 이미 반쯤 정리된 것이다. 방향이 서면 감정은 제자리를 찾는다. 흔들림은 줄고 선택은 단순해진다.


그리고 그때 비로소 사람은 조용히, 그러나 멀리 간다.



— 쉼표 JEONGS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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