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했는데 왜 제자리일까 — 방향 없는 노력의 함정
성실은 언제나 미덕으로 불린다. 우리는 어릴 때부터 성실해야 한다는 말을 배운다. 하루도 빠지지 않고, 약속을 어기지 않고, 맡은 일을 끝까지 해내는 사람. 성실한 사람은 언젠가 인정받는다고 믿는다. 그래서 더 열심히 한다. 더 참고, 더 버틴다. 그런데 어느 순간, 이상한 피로가 쌓인다. 노력은 했는데 제자리다. 성실했는데 달라진 것이 없다. 그때 비로소 묻게 된다. 나는 지금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가.
성실은 힘이다. 그러나 방향이 없으면 그 힘은 흩어진다. 바람은 강해도 나침반이 없으면 제자리에서 맴돈다. 팽이는 아무리 강하게 돌아도 중심이 흔들리면 쓰러진다. 성실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하루를 꽉 채워 보내면서도, 그 하루가 어디로 이어지는지 묻지 않는다. 일정은 가득하지만, 구조는 비어 있다. 바쁘지만 전진하지 않는다. 이것이 방향 없는 성실의 모습이다.
많은 사람이 흔들리는 이유는 게으르기 때문이 아니다. 오히려 지나치게 성실하기 때문이다. 해야 할 일을 다 해내느라 정작 중요한 질문을 놓친다. "나는 왜 이것을 하고 있는가." 이 질문을 통과하지 않은 성실은 결국 소모된다. 에너지는 쓰이지만 축적되지 않는다. 시간은 흐르지만 쌓이지 않는다.
나 역시 그랬다. 하루를 빽빽하게 채우며 성실하게 버티고 있다고 믿었다. 그러나 어느 날 돌아보니, 나는 열심히만 했지 어디로 가고 있는지는 묻지 않았다. 그때 깨달았다. 성실은 방향 위에 놓일 때만 의미가 있다는 것을.
작가만 그런 것이 아니다. 온라인 게임에서 매일 야근하는 사람도, 꾸준히 운동하는 사람도, 성실하게 육아를 버티는 사람도 같은 질문 앞에 선다. 나는 지금 무엇을 위해 이것을 하고 있는가. 무엇을 위해 쓰는지, 무엇을 위해 버티는지 묻지 않으면, 성실은 어느 자리에서든 쉽게 피로로 변한다.
방향이 서면 달라진다. 해야 할 것과 하지 않아도 될 것이 구분된다. 흔들림이 와도 중심이 무너지지 않는다. 속도가 느려져도 멈추지 않는다. 방향은 선택을 정리하고, 성실은 그 방향을 밀어준다. 그때 성실은 더 이상 소모되지 않는다. 축적된다. 쌓인다. 단단해진다.
우리는 성실해지기 전에 먼저 묻는 법을 배워야 한다. 어디로 가고 있는가. 무엇을 위해 버티는가. 방향 없는 성실은 오래가지 못한다. 그러나 방향 위에 세워진 성실은 결국 사람을 바꾼다.
그러니 오늘도 나는 묻는다.
성실해지기 전에, 방향부터 세웠는가.
— 쉼표 JEONGS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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