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도 신분 세탁한다

누가 얘들한테 이런 신분을 줬을까

bySusie 방글이




평소보다 아침이 바빴다. 늘 하던 대로 계란을 삶고 과일을 준비할 시간이 없었다. 회사에 도착해서 간단하게 먹기로 하고 집을 나섰다.


주유를 하려고 Wawa에 들렀다. 기름이 들어가는 동안 안으로 들어가 커피 한 잔과 머핀 하나를 골랐다.


회사에 도착하니 할 일이 한가득이었다. 컴퓨터를 켜놓고 커피를 한 모금 마신 뒤 머핀을 한입 베어 물었다. 그때였다. 해야 할 일과는 전혀 상관없는 생각 하나가 불쑥 끼어들었다.


그런데 얘는 왜 머핀이지?

컵케이크랑 뭐가 그렇게 다른가?


모양도 비슷하고, 들어가는 재료도 비슷하고, 둘 다 커피 옆에 놓고 먹는데. 왜 머핀은 아침이고 컵케이크는 디저트일까?


둘 다 밀가루와 설탕이 들어가고, 둥글게 구워지고, 종이가 둘러져 있다. 둘 다 커피와 잘 어울린다. 초콜릿도 넣을 수 있고 블루베리도 넣을 수 있다. 생김새도 크게 다르지 않은데, 우리는 머핀은 아침에 먹고 컵케이크는 디저트로 먹는다.


머핀은 아침 식탁에 올라와도 아무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컵케이크가 아침부터 식탁 위에 놓여 있다면 조금 설명이 필요하다. 둘 다 달고 맛있는 빵인데, 하나는 아침이고 하나는 디저트다.


나는 아침이다


나는 디저트다


물론 둘이 완전히 똑같은 것은 아니다. 머핀이 조금 더 투박하고 묵직하다면 컵케이크는 좀 더 부드럽고 화려하다. 특히 프로스팅까지 올라가면 컵케이크는 대놓고 디저트 행세를 한다.


그래도 이상하다. 그 정도 차이로 머핀은 아침이 되고 컵케이크는 디저트가 되는 걸까?


머핀은 꽤 달아도 괜찮다. 초콜릿 칩이 잔뜩 들어가도 머핀이고, 위에 설탕이나 크럼블이 올라가도 여전히 머핀이다. 거의 디저트처럼 생긴 녀석도 머핀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으면 아침 식탁에 당당하게 올라온다.


블루베리 몇 알만 들어가면 상황은 더 좋아진다. 블루베리는 머핀의 이미지 관리 담당자다. 초콜릿이 잔뜩 들어 있어도 과일이 들어갔다는 사실 하나가 묘하게 마음을 편하게 한다. 적어도 오늘 아침에 과일도 조금 먹었다는 명분이 생긴다.


그래서 머핀에는 프로스팅 대신 명분이 올라가는지도 모르겠다.


컵케이크는 조금 억울하다. 위에 프로스팅이 올라가는 순간부터 파티 분위기가 난다. 같은 초콜릿을 넣어도 초콜릿 머핀은 아침에 먹을 수 있지만, 초콜릿 컵케이크는 디저트 접시를 기다린다.


머핀은 출근 복장이고, 컵케이크는 파티복이다. 둘 다 밀가루와 설탕으로 만들어졌는데, 한쪽은 회사에 가고 한쪽은 생일 파티에 간다.


음식의 신분은 생각보다 쉽게 바뀐다. 머핀에 초 하나 꽂고 생일 축하를 하면 케이크처럼 대접받기도 한다. 같은 전도 밥상에 올라가면 반찬이 되고, 막걸리 옆에 놓이면 안주가 된다. 음식 자체가 달라진 것은 아닌데, 놓인 자리와 상황이 이름과 역할을 바꿔놓는다.


초를 꽂았을 뿐인데, 머핀은 케이크가 되었다.


사람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같은 사람인데도 어디에 놓이느냐에 따라 다르게 불리고, 다르게 평가받는다. 어떤 곳에서는 평범해 보이던 사람이 다른 곳에서는 꼭 필요한 사람이 되기도 한다.


사람이 달라진 게 아니라 자리가 달라졌을 뿐인데.


그러고 보면 우리는 사람을 볼 때도 그 사람이 가진 것만 보는 건 아닌지도 모르겠다. 그 사람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 누구와 함께 있는지, 어떤 역할을 맡고 있는지까지 함께 보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지금 내가 머핀처럼 보인다고 해서 너무 속상해할 필요는 없겠다. 프로스팅이 없다고 해서 컵케이크보다 못한 것도 아니다. 아직 케이크 접시에 올라가지 않았을 뿐일 수도 있으니까.


그날 아침에도 나는 머핀 하나를 먹었다. 블루베리도 들어 있었다. 계란을 준비하지 못했지만, 적어도 과일은 조금 먹은 셈이다.


나는 아침을 먹었다고 생각한다.

머핀도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같은 집안, 다른 신분


같은 머핀도 어디에 놓이느냐에 따라 다른 이름으로 불린다. 사람이라고 다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