짠맛은 숨어있을 뿐이다
유럽이나 미국을 여행하고 돌아온 사람들은 종종 같은 말을 한다.
"생각보다 음식이 너무 짜더라."
나 역시 미국에 살면서 비슷한 경험을 자주 한다. 햄버거를 먹어도, 스테이크를 먹어도, 파스타를 먹어도 짠맛이 먼저 느껴질 때가 있다.
반면에 한국 음식을 먹을 때는 그렇게까지 짜다는 생각을 잘하지 않는다. 한국 음식에도 소금이 많이 들어가는대도 말이다.
김치에도 소금이 들어가고, 국과 찌개에도 들어간다. 간장으로 간을 하고, 된장과 고추장도 기본적으로는 짠맛을 품고 있다. 젓갈도 빠지지 않는다.
실제로 우리 식탁은 김치, 국, 찌개, 찜, 조림처럼 소금과 양념을 사용하는 음식이 대부분이다. 한 조사에서는 한국인의 소금 섭취가 김치와 국·찌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 섭취량도 세계보건기구(WHO) 권장량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라는 결과가 소개되기도 했다. 그런데도 우리는 식사를 하면서 "너무 짜다"는 말을 자주 하지 않는다.
왜일까.
한국 음식은 맛이 하나씩 존재하지 않는다. 국에는 마늘이 들어가고, 고춧가루가 들어가고, 파와 양파가 들어간다.
찌개에는 여러 재료가 함께 끓고, 볶음에는 양념이 골고루 배어 있다. 감칠맛과 매운맛, 단맛과 향이 한데 섞여 짠맛을 감싸 안는다. 소금은 앞에 나서기보다 여러 맛 사이에 자연스럽게 섞여 있는 셈이다.
라면 국물도 같은 구조 안에 있다. 갓 끓인 라면 국물을 먹을 때는 생각보다 짜다는 느낌이 크지 않다. 뜨거운 온도와 여러 맛이 함께 느껴지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나 국물이 식으면 같은 국물인데도 훨씬 짜게 느껴질 때가 있다. 소금을 더 넣은 것도 아닌데 말이다. 그동안 다른 맛과 온도에 가려져 있던 짠맛이 뒤늦게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다.
반대로 서양 음식은 조금 다르다. 유럽뿐 아니라 미국 음식도 비슷하다. 고기면 고기, 생선이면 생선.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고, 그 위에 소금과 버터, 허브로 간을 더한다.
맛의 구성이 비교적 단순하다 보니 소금의 존재도 훨씬 선명하게 느껴진다. 같은 짠맛이라도 한국 음식에서는 여러 맛 속으로 흩어지고, 서양 음식에서는 앞에 나와 인사를 하는 느낌이다.
남편을 보면서도 늘 신기했다. 한국 음식을 먹을 때는 짜다는 말을 거의 하지 않는다. 국을 먹고 반찬을 먹어도 특별히 짠맛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서양 음식을 먹을 때는 다르다. 눈에 띄게 짠 음식이 아닌데도 "오늘은 좀 짠데?"라는 말을 자주 한다. 처음에는 단지 입맛의 차이인 줄 알았다. 같은 장면이 반복될수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소금의 양을 느끼는 걸까, 아니면 소금이 드러나는 방식을 느끼는 걸까.
어쩌면 짠맛은 늘 그 자리에 있었는지도 모른다. 다만 어떤 음식에서는 여러 맛 사이에 조용히 섞여 있었고, 어떤 음식에서는 가장 앞에 서 있었을 뿐이다. 같은 소금도 다르게 기억되고, 같은 짠맛도 다르게 느껴졌는지 모른다.
어떤 맛은 섞여 있을 때는 지나가고,
어떤 맛은 단순해지는 순간에야 비로소 또렷해진다.
그런 맛은, 생각보다 오래 남는다.
짠맛은 늘 그 자리에 있었는지도 모른다. 다만 여러 맛 사이에 조용히 섞여 있었을 뿐이다.
드러난 뒤에야 비로소 알게 되는 것들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