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만 반반인 줄 알았는데

미국에도 반반이 있다

bySusie 방글이




한국에 잠깐 다녀올 때마다 마트 냉장 코너에서 한 번씩 찾게 되는 것이 있다.


Half-and-Half(우유도 크림도 아닌, 그 사이쯤).


미국에서는 너무 익숙해서 이름조차 특별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인데, 한국에 가면 그게 없다. 우유는 있다. 크림도 있다. 그런데 그 사이에 있던 것이 없다.


처음에는 별것 아닌 것 같았다. 그런데 커피를 마시려다 보면 조금 아쉽다. 미국에서는 커피에 이것을 넣는 것이 아주 자연스럽다.


우유를 넣었을 때보다 진하고 부드럽지만, 크림처럼 무겁지는 않다. 커피 맛을 덮어버리지 않으면서도 살짝 다른 질감을 더해준다.


이름도 참 단순하다. '하프 앤 하프', 반은 우유 반은 크림. 우유라고 하기에는 진하고, 크림이라고 하기에는 가볍다. 딱 그 중간이다.


한국에도 '반반'은 아주 익숙하다. 치킨은 양념과 후라이드를 반반으로 시킨다. 이것도 먹고 싶고 저것도 먹고 싶을 때 하나를 포기하지 않는다. 짜장면과 짬뽕도 그렇다. 둘 중 하나를 고르기 어려우면 짬짜면을 찾는다.


양념도 후라이드도 포기할 수 없을 때. 한국의 반반은 '둘 다'다.


짜장도 짬뽕도 포기할 수 없을 때. 하나를 고르는 대신, 둘을 한 그릇에 담았다.


한국의 반반은 대개 두 가지를 함께 갖는 방법이다. 그런데 미국의 반반은 조금 다르다. 우유도 조금, 크림도 조금. 두 가지를 나란히 놓는 대신, 둘을 섞어 그 사이 어딘가에 하나의 맛을 만든다.


이런 방식은 음식에서도 보인다. 토마토소스도 먹고 싶고 크림소스도 먹고 싶다면 한국에서는 짬짜면처럼 두 가지를 따로 담을 수도 있다. 그런데 토마토소스와 크림을 아예 섞어버리면 로제 소스가 된다. 둘 중 하나를 포기하는 것도 아니고, 둘을 따로 담는 것도 아니다. 둘을 섞어 아예 새로운 하나를 만드는 것이다.


한국의 반반이 '둘 다'라면, 미국의 반반은 '그 사이'에 가깝다.


이 차이가 재미있다. 한국에서는 하나를 포기하기 싫으면 둘을 함께 놓는다. 미국에서는 둘 중 어느 하나도 딱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 사이에 새로운 것을 하나 만들어 놓는다.


그래서 미국의 마트에서는 이런 식으로 세분화된 식재료들을 자주 만난다. 우유도 용도와 취향에 따라 여러 종류가 있고, 치즈도 그렇고 빵도 그렇다. 이미 있는 것 중 하나를 고르는 데서 끝나지 않고, 그 사이 어딘가에 새로운 선택지를 만들어 놓는다.


우유와 크림이 이미 있는데 굳이 그 중간이 필요할까 싶지만, 막상 커피에 넣어보면 알게 된다. 아, 이 정도가 좋구나. 아주 진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밋밋하지도 않다. 특별한 재료는 아닌데 없으면 조금 아쉽다.


미국에서 오래 살다 보니 이제는 그 맛이 익숙해졌다. 그래서 한국에 가면 오히려 없는 것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그럴 때마다 음식 문화라는 것이 꼭 거창한 데서 생기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어떤 커피를 마시는지보다, 그 커피에 무엇을 조금 넣는지에서도 생활의 차이가 드러난다.


같은 우유와 크림을 가지고도 한쪽에서는 둘 중 하나를 고르고, 다른 한쪽에서는 그 사이를 하나 더 만든다. 그리고 그 사이에서 만들어진 것이 어느새 하나의 익숙한 선택지가 된다.


비슷해 보여도 용도와 취향은 다르다.이 많은 유제품 사이에서 내 것을 고른다. 우유, 1%, 2%, 아몬드 밀크, 헤비크림, 휘핑크림, 그리고 Half-and-Half 등등


미국 마트에는 '그 사이'도 하나의 선택지다.


Wawa에는 커피 친구가 참 많다. Half-and-Half만 친구인 줄 알았는데.


한 잔의 커피에 딱 필요한 만큼. '조금'도 하나의 제품이 된다.


오늘도 커피에 그것을 조금 붓는다. 우유도 아니고 크림도 아니다. 그런데 커피에는 딱 좋다.


사람도 가끔 그런 것 같다. 한쪽으로 딱 설명되지 않는 사람. 이것 같다가도 저것 같고, 어느 한쪽이라고 하기에는 조금씩 다른 사람.


예전에는 그런 사람을 애매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런데 꼭 하나로 설명되지 않는다고 해서 부족한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


우유와 크림 사이에도 자기 자리가 있듯이, 사람에게도 딱 이름 붙이기 어려운 자기만의 자리가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Half-and-Half.


반은 이것이고, 반은 저것.


그 사이에도 꽤 괜찮은 맛이 있다.


오늘도 커피에 조금. 그 사이의 맛을 더한다.



그 사이에 머무는 것도, 하나의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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