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살아야 하냐고 묻는 당신에게

행복에 이르는 두 가지 길

by페이지 성희



“꽃도 짐승도 살아 있는 것은 모두 행복하다. 오직 인간만이 삶의 이유를 잃는다.”


톨스토이는 19세기 러시아 문학을 대표하는 대문호이자 『전쟁과 평화』와 『안나 카레니나』로 세계적인 명성과 부를 거머쥔 작가다. 그러나 쉰 살 무렵, 삶의 정점에서 그에게 뜻밖의 질문 하나가 찾아온다.


“나는 왜 살아야 하는가?”

부와 명예, 재능과 가족까지 어느 것 하나 부족할 것이 없어 보였지만, 그것만으로는 삶의 의미를 설명할 수 없었다. 답을 찾지 못한 그의 마음에는 점점 깊은 어둠이 드리웠고, 결국 삶을 스스로 끝내고 싶은 충동까지 느끼게 된다.


그가 가진 부도, 명예도, 문학적 재능도 이 질문 앞에서는 아무런 답이 되어주지 못했다. 삶이 풍요롭다고 해서 반드시 살아갈 이유까지 주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탈출구는 뜻밖의 곳에 있었다.

톨스토이는 답을 바카라에서 찾지 않고 삶에서 찾는다.

평생 힘겹게 일하면서도 삶에 만족하고, 가진 것이 많지 않아도 자신의 삶을 묵묵히 살아가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그들의 삶을 깊이 들여다볼수록 그의 마음은 조금씩 편안해졌다.


머리로 쌓아 올린 온갖 지혜가 끝내 답하지 못했던 질문에, 땀 흘려 일하는 사람들의 삶이 묵묵히 답하고 있었다.


삶의 의미는 거창한 깨달음이나 완벽한 해답 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오늘 하루를 살아내는 평범한 노동과 관계, 그리고 작은 기쁨 속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그렇게 그는 귀족의 옷을 벗고 직접 장화를 꿰어 신고 밭을 갈았다. 손에 흙을 묻히고 몸을 움직이며, 생각으로 삶을 이해하려 하기보다 몸으로 삶을 살아 내기 시작한다.


《삶은 사유가 아니라 돌파다》는 톨스토이가 극심한 허무 속에서 써 내려간 『참회록』과, 그 사유가 더욱 깊어진 시기에 쓴 『인생론』에서 가려 뽑아 엮은 바카라이다.


톨스토이가 우리에게 건네는 메시지는 단순하다.

생각만으로는

삶의 답을 얻을 수 없다는 것이다.

걸어야 할 때 걷고,

일해야 할 때 일하고,

사랑해야 할 때 사랑하는 것.

삶은 그렇게 몸으로 부딪치고

살아 내는 과정 속에서

비로소 제자리를 찾아간다.


삶이란 살아야 할 이유를 찾는 일 보다, 오늘 하루를 살아보는 것이 먼저인지도 모른다.


톨스토이는 삶의 답이 학문이나 바카라 속에, 혹은 아직 오지 않은 미래의 성취 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언젠가 찾아올 행복을 위해 오늘을 끊임없이 유예하는 사람은 결국 지금의 삶을 놓치게 된다.

미래의 행복을 좇느라 현재를 희생한다면, 그 행복이 찾아온다 해도 온전히 누릴 수 있을까.


그러니 때로는 헛된 집착과 끝없는 고뇌를 내려놓을 필요가 있다. 거창한 답을 찾느라 삶을 멈추기보다, 묵묵히 일하고 사랑하고 오늘을 살아내는 것. 자신의 손으로 삶을 만들어가는 소박한 현실 속으로 온몸을 던질 때, 비로소 삶은 생각의 대상이 아니라 살아야 할 현실이 된다.


어쩌면 삶의 의미는 발견하는 것이 아니라,

살아가는 과정 속에서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인지도 모른다.


톨스토이가 끝내 도달한 결론은 단순하고 명료하다.

똑똑한 사람의 절망보다 평범한 사람의 삶이 더 깊을 수 있고, 많이 아는 사람보다

묵묵히 걷는 사람이 진리에 가까울 수 있다.


진정한 변화는 거대한 깨달음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오늘 내가 내딛는 작은 한 걸음,

바로 그곳에서 삶은 다시 시작된다.








"세상에 무심코 건넨 사랑이 결국 당신을 구원한다."

분노는 소진되고 욕망은 식는다.

끝내 남는 것은 사랑인지도 모른다.

톨스토이가 마침내 발견한 행복에 이르는 두 번째 길은 ‘사랑’이다.


처음에 그는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더 알아주고 사랑해 준다면 행복해질 것이라 믿었다. 그러나 곧 그것이 거꾸로 된 생각임을 깨닫는다.

모두가 사랑받기만을 기다린다면 누구도 먼저 사랑하지 않은 채, 서로에게 바라는 마음과 원망만 쌓이게 된다.


그가 발견한 길은 단순했다.

"내가 먼저 사랑하는 것이다."

내가 타인을 나 자신만큼, 아니 나보다 더 소중히 여길 때 비로소 상대의 마음에도 나를 아끼는 마음이 자랄 자리가 생긴다.

사랑은 사랑을 부른다.

그래서 톨스토이는 자신의 행복만을 좇는 사람은 오히려 고통에 가까워지고, 자기 자신만을 위해 살아가는 사람은 결국 스스로를 고립시킨다고

보았다.


행복은 움켜쥐려 할수록 멀어지고, 오히려 자신이 가진 것을 세상에 내어놓을 때 뜻밖의 모습으로 돌아온다.


어쩌면 사랑도 그런 것인지 모른다.

내가 세상에 건넨 사랑은 당장 내게 돌아오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누군가의 마음에 머물고,

또 다른 사랑을 낳으며 보이지 않는 길을 따라 흘러간다.


그렇게 세상으로 내보낸 사랑은 언젠가 다른 모습으로, 다른 사람을 통해, 마침내 나에게 돌아온다. 결국 나를 구원하는 것은 내가 얼마나 많은 사랑을 받았느냐가 아니라, 내가 얼마나 많은 사랑을 세상에 내어놓았느냐인지도 모른다.








저자 레프 톨스토이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Lev Nikolayevich Tolstoy)는 러시아의 대문호이자 사상가다.

현실의 모순을 날카롭게 포착한 리얼리즘 문학의 거장이자, 인간 영혼의 구원과 주체적인 삶의 의미를 끊임없이 탐구한 작가, 19세기 세계 문학과 사상계의 상징적인 인물이다.


두 살에 어머니를, 아홉 살에 아버지를 잃고 친척들의 손에서 자랐다. 카잔대학에 입학했으나 학업에 적응하지 못하고 중퇴했으며, 젊은 시절에는 도박과 방탕한 생활에 빠지기도 했다. 1851년 군에 입대해 캅카스 전쟁과 크림 전쟁에 참전하면서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고, 이후 『전쟁과 평화』와 『안나 카레니나』를 발표하며 세계적인 작가로 명성을 얻었다.


그러나 삶의 정점에 이른 50대에 깊은 정신적 위기를 겪는다. 부와 명예, 문학적 성공만으로는 삶의 의미를 설명할 수 없다는 사실 앞에서 극심한 허무에 빠졌고, 끝없는 사유와 성찰을 거듭한 끝에 삶의 답을 일상의 실천에서 찾기 시작했다.


그는 귀족으로서의 특권적인 삶에서 벗어나 직접 장화를 신고 밭을 갈며 노동을 한다. 일하는 평범한 사람들의 삶 속에서 인간다운 삶의 의미와 생명력을 발견한 것이다.


이후 톨스토이는 자신의 사상을 삶으로 실천하며 자립적인 삶과 비폭력, 평화주의를 추구한다.

그의 사상은 문학을 넘어 간디를 비롯한 세계의 평화주의 사상가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쳤다.

1910년 11월, 82세의 나이로 집을 떠나던 중 아스타포보 역에서 생을 마감했다.

『전쟁과 평화』, 『안나 카레니나』, 『참회록』, 『이반 일리치의 죽음』, 『부활』 등을 남겼다.





《참고서적》

*삶은 사유가 아니라 돌파다

레프 톨스토이 / 페이지 2 북스




































금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