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도착 중입니다.>
12화. "왜 나만 이래?"

by청아

사춘기, 조금 다른 질문이 찾아온 시간


사춘기는 갑자기 오지 않았습니다.

미나에게는 늘 그렇듯, 조금씩 아주 천천히 찾아왔습니다. 말수가 조금 줄고, 방문을 닫는 시간이 늘고, 나를 부르는 목소리도 조금 낮아졌습니다.

처음엔 이 변화가 조금 낯설었지만, 나는 곧 알게 되었습니다.

이건 미나가 자기만의 세계를 만들어가는, 아주 자연스럽고 건강한 성장의 신호라는 것을요.

그래도 가끔은 방문이 닫히는 소리가 조금 서운하게 느껴지는 순간도 있었습니다.

그럴 때면 나는 문 앞에 살짝 간식을 두고 가곤 했습니다.


다음 날이면 그릇은 늘 깨끗이 비워져 있었고, 그 작은 흔적이 나에게는 여전히 이어진 우리의 연결처럼 느껴졌습니다.

어느 날 밤, 미나가 물었습니다.

"엄마, 왜 나만 이래?"

그 질문은 학교에서 배워온 것도, 어떤 검사 결과에서 나온 것도 아니었습니다.

아마 오래도록 마음속에 담아두었던 생각이, 그날 밤 드디어 자기만의 말을 찾은 순간이었을 겁니다.

나는 바로 대답하지 못했습니다.

그동안 나는 수없이 설명해왔습니다.

느린 이유를, 다른 속도를, 괜찮다는 근거들을.

하지만 그 질문 앞에서는 어떤 익숙한 설명도 조금 부족하게 느껴졌습니다.

미나는 이미 스스로 알고 있었습니다. 자기가 또래와 조금 다른 속도로 가고 있다는 걸.

그리고 가끔은 그 사실이 마음을 조금 무겁게 한다는 것도.


사춘기의 미나는 이전과는 또 다른 결을 가진 아이가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예전엔 넘어지면 씩씩하게 툭툭 털고 다시 일어나던 아이였는데, 요즘은 넘어졌다는 사실을 조금 더 마음에 담아두는 것 같았습니다. 친구들의 대화 속도가 빨라졌고, 관계의 기준도 조금씩 더 또렷해졌습니다.

그 사이에서 미나는 자기만의 자리를 다시 찾아가려 애쓰고 있었습니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처음으로 깨달았습니다.

이제는 내가 앞장서서 하나하나 설명해주던 시기가 조금씩 저물어가고 있다는 걸요.

그리고 그건 슬픈 일이 아니라, 미나가 자기 삶의 운전대를 조금씩 넘겨받고 있다는 뜻이었습니다.


그래서 나는 대신, 미나 옆에 가만히 앉기로 했습니다.

"미나야, 어떤 마음인지 조금만 말해줄래?"

그 질문이 완벽한 답을 주진 못했지만, 미나가 마음을 꺼내놓을 수 있는 편안한 공간은 만들어주었습니다.

미나는 한참 뜸을 들이다가 짧게 대답했습니다.

"응… 그냥… 좀 다른 것 같아."

그 말이면 충분했습니다.

나는 미나의 어깨를 가만히 감싸 안았고, 우리는 한동안 아무 말 없이 나란히 앉아 있었습니다.

창밖으로 저녁 하늘이 붉게 물들고 있었습니다.


사춘기는 아이에게는 자기 자신을 새롭게 바라보는 눈을 열어주고, 부모에게는 손을 조금씩 놓아주는 연습을 시켜주는 시간 같았습니다. 그 연습이 나에게는 쉽지만은 않았지만, 미나가 이렇게 스스로 질문을 꺼낼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 자체가, 이 시기를 씩씩하게 잘 통과하고 있다는 증거처럼 느껴졌습니다.


며칠 뒤, 미나가 불쑥 방에서 나와 나에게 요즘 즐겨 듣는 노래를 들려주었습니다.

"엄마도 한번 들어봐, 이거 완전 좋아."

나는 그 노래를 몇 번이고 다시 들으며, 미나가 나에게 다시 자기만의 세계 한쪽 문을 열어준 것 같아 마음이 따뜻해졌습니다.

사춘기는 문을 닫는 시간이면서, 동시에 아주 가끔씩 그 문을 다시 살짝 열어주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그날 밤, 나는 미나에게 말했습니다.

"너는 늦게 온 게 아니라, 너만의 길로 씩씩하게 오고 있는 거야."

미나는 고개를 끄덕이지도, 부정하지도 않았습니다.

그저 그 말을 가만히 품고 방으로 들어갔습니다.


다음 날 아침, 식탁 위에는 미나가 써놓은 짧은 메모가 있었습니다.

"엄마, 어제 그 말 고마워."

그 몇 글자가 나에게는 세상 어떤 긴 대답보다 크게 다가왔습니다.

사춘기는 정답보다 생각을 남기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생각들은, 언젠가 분명히 미나만의 단단한 말이 되어 돌아올 것입니다.





우리는 여전히 도착 중입니다.

지금은 조금 조용한 구간을 함께 지나고 있을 뿐입니다.


사춘기의 질문은 서둘러 고쳐야 할 문제가 아니라,

곁에 함께 앉아 다정하게 견뎌내야 할 시간이었습니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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