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난 앞에서도 누군가를 대접할 수 있다면

출처: 롱블랙 (2026.07.06) 윤경혜 | K

byBella

이 글은 누구를 향하고 있나

살면서 '왜 이런 일이 나에게'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차오른 적 있는 사람. 절망 속에서도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걸 알지만,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 내 고통을 견디면서도 곁의 누군가를 돕고 싶지만, 그게 가능한 일인지 의심하는 사람.


가슴에 꽂히는 문장들


"원래 저는 일밖에 몰랐어요. 새벽 3시에도 업무 미팅을 하던 사람이었죠. 하지만 흔들리는 제 삶과 김 대표님의 괴로움 앞에서 '제 삶의 모든 걸 다시 세우라'는 신호를 느꼈어요. 그동안 내가 잘나서 누린 줄 알았던 것도, 거저 얻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_서은영 모스가든 공동대표


"하나라도 더 좋은 걸 주고 싶은 마음에 무리하게 되는 것. 그게 정성이라 생각해요. 그래서 정성은 비효율적이죠. 저희는 그걸 손님들께 전하고 싶었어요."

_김혜진 모스가든 공동대표


"저는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해줄 때 비로소 나까지 행복해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선한 사마리아인이, 또 다른 선한 사마리아인들을 만들어내는 것. 그게 제 꿈이에요."

_서은영 모스가든 공동대표


삶이 흔들릴 때, 이들은 서로를 붙잡았다

2016년, 두 사람은 각자의 자리에서 무너졌습니다. 서은영 대표는 10년 가까이 키운 직원에게 7억 원의 횡령을 당했고, 김혜진 대표는 열세 살 아들의 혈액암 판정을 받았습니다. 두 고통은 성격이 달랐지만, 두 사람이 택한 방향은 같았어요. 자기 고통에 함몰되지 않고, 서로의 곁에 머물렀습니다.


서은영 대표는 "아이가 죽을까 살까 하는 분 앞에서 내가 어떻게 울겠냐"며 오히려 정신을 차렸고, 김혜진 대표의 디자인 회사 일을 도왔습니다. 이상한 역설이지만, 그는 "옆 사람을 도우면서 내 고통을 잊을 수 있었다"고 했어요.


그게 이 이야기의 출발점입니다. 고난이 사람을 파괴할 수도 있지만, 때로는 '내 옆의 사람을 보게' 만들기도 한다는 것.


핵심 메시지

이 이야기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굿사마리안레시피'라는 이름의 유래입니다. 성경 속 선한 사마리아인은 유대인들에게 멸시받는 이방인이었어요. 그런데도 강도를 만나 쓰러진 유대인을 도왔습니다. '내 처지와 관계없이, 눈앞의 고통에 응답한다'는 태도.


김혜진 대표는 레스토랑을 준비하는 내내 아이의 상태가 좋아졌다 나빠지길 반복했습니다. 완치를 확신하지 못한 상태에서 가게를 열었죠. 그럼에도 "내가 어떤 상황에 처해 있든,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는 건 다른 것"이라 했어요.


이 '결과를 모르는 상태에서의 정성'이, 굿사마리안레시피가 8년 넘게 이어질 수 있는 뿌리라고 생각합니다.


3줄 요약

1. 2016년 각자의 절망(횡령 피해, 아들 혈액암)을 겪은 두 사람이 서로를 돕다가 레스토랑을 열었다.

2. 아들에게 해주던 '설탕·밀가루 없는 건강식 + 아름다운 상차림'이 레스토랑의 정체성이 됐다.

3. 결과를 알 수 없는 상황에서도 정성을 다하는 태도가, 월 1만 명이 찾는 식당과 2019년 아들의 완치를 만들었다.


기억할 만한 인사이트


정성은 비효율적이다. 그래서 힘이 있다.

스타우브 냄비는 무겁고 뜨겁다. 식당에서 쓰기 불편하다. 그런데도 두 대표는 "아들이 병실에서 따뜻하게 먹었으면 해서" 쓰던 냄비를 식당에 그대로 가져왔다. 효율을 버린 자리에 마음이 들어간다.


곁의 고통에 응답하는 건 나를 위한 일이기도 하다.

서은영 대표는 자신의 고통을 잊기 위해 김 대표를 도왔다고 했다. 역설적이지만, 타인을 돕는 행위가 자신을 살리는 행위가 되기도 한다.


완치 전에 레스토랑을 열었다.

결과를 확인하기 전에 움직였다. '다 해결되면 시작해야지'가 아니라, 지금 할 수 있는 것을 했다. 그 순서가 기적을 만들었다.


생각해볼 질문들


지금 내 삶에서 '비효율적인 정성'을 써야 할 곳은 어디인가?


나는 고난 앞에서 내 안으로 파고드는 편인가, 아니면 옆 사람을 보게 되는 편인가?


내가 처한 상황과 관계없이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선한 사마리아인'의 행동은 무엇인가?


함께 읽으면 좋은 것들


「로렌조 오일」(1992, 조지 밀러 감독) — 희귀병에 걸린 아이를 위해 부모가 직접 치료제를 개발하는 실화 기반의 영화. 이 글의 두 대표에게 의지를 심어준 작품.


약식동원(藥食同源) — '약과 음식의 근본은 같다'는 한의학 사상. 이 레스토랑의 철학적 뿌리.


오늘 이 글을 읽은 당신에게


지금 당신이 감당하기 어려운 무게를 지고 있다면, 잠깐 이 이야기를 떠올려보세요.


김혜진·서은영 대표는 아들의 완치를 확인하기 전에 타인을 위한 식탁을 차렸습니다. 내 상황이 완전히 해결된 후에야 남을 도울 수 있는 게 아니었어요. 오히려 그 반대였죠.


결과를 알 수 없을 때도 지금 할 수 있는 정성을 다하는 것. 그게 어쩌면 기적이 찾아오는 방식인지 모르겠습니다.


기획노트 by 완비


굿사마리안레시피라는 이름을 처음 들었을 때, 저는 이 이름이 참 용기 있는 이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선한 사마리아인'은 도울 의무가 없는 사람이었어요. 그럼에도 도왔습니다.


두 대표가 레스토랑을 열 때도 그랬습니다. 아들이 완치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타인을 위한 식탁을 차렸어요. 그 '의무 없는 정성'이 이 이야기를 특별하게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당신이 누군가에게 작은 정성 하나를 건넬 수 있다면, 그게 시작입니다.


출처: 롱블랙 (2026.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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