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잠시' 살았습니다》
마침내 1년간의 미국 생활이 시작된다.
우리 가족 모두가 제법 오랜 시간 고민하고, 결정하고, 준비해 온 일이었지만... 그 과정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번거롭고 힘겨웠다.
계획형 인간인 나에게, 예상했던 타임라인을 벗어나는 건 상당히 괴로운 일인데, 미국으로 나오는 과정 하나하나가 그랬다.
원했던 집은 눈앞에서 허무하게 놓쳐버렸고, 뒤늦게 부랴부랴 구한 집은 가구부터 생필품까지 하나부터 열까지 내 손으로 채워 넣어야 하는 텅 빈 공간이었다. 게다가 비자 발급마저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결국 비행기표를 미뤄야 했다. 연말 연휴로 관공서와 현지 행정이 모두 닫히기 전에 도착해 차근차근 일을 처리하겠다던 야심 찬 계획은 그렇게 시작도 전에 무산되어 버렸다.
그뿐인가. 이번 미국행을 계기로 한국 집을 정리하기로 한 것은 내 인생을 통틀어 가장 난이도가 높은 과제였다. 지난 10년간 차곡차곡 쌓아온 살림살이를 비워내는 일 앞에서 스스로 맥시멀리스트였음을 뼈저리게 반성했다. 당근마켓에 가입해 100개가 넘는 물건을 파는 경지에 올랐음에도 짐은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결국 막바지엔 눈물을 머금고 나눔을 하거나 쓰레기통으로 직행시킨 물건이 부지기수였다.
집을 빼고 남편이 잠시 지낼 오피스텔로 거처를 옮기고 나서야 비로소 본격적인 미국행 짐 싸기가 시작되었다. 사흘 동안 캐리어에 물건을 넣었다 뺐다를 수없이 반복한 끝에야 겨우 23kg 제한 선에 무게를 맞출 수 있었다.
출국을 하루 앞둔 날, 몸도 마음도 지칠 대로 지쳐 급기야 병원으로 수액을 맞으러 갔다. 차가운 병실 침대에 누워 바늘을 꽂은 채, 스스로에게 수백 번도 넘게 반문했다.
'정말 가는 게 맞을까? 이거야말로 돈 주고 사서 하는 고생 아닌가.'
그래도 이제는 돌릴 수 없는 지경까지 왔으니, 일단 간다.
좋겠지? 좋아야 하는데!
#NorthCarolina #노스캐롤라이나 #하하남매 #1년 살기 #연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