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 탓과 핑계 따위는 없다
큰 아이의 좌우명을 들었다. 자기 인생에 남 탓과 핑계 따위는 없다고 했다. 그거 참 멋지다고 했더니, 아빠가 지어줬는데 본인도 마음에 쏙 들었다고 했다. 순간 뜨끔했다. 그렇게 멋진 좌우명을 갖고 있는 아이 앞에서 이 엄마는 남 탓보다는 내 탓을 훨씬 많이 하고, 온갖 핑계를 잘도 대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세상에서 내가 제일 잘하는 일은 내 탓하기와 핑계 대기인데, 아이는 10대인데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벌써 깨달은 것이다.
내 탓이오, 내 탓이오, 나의 큰 탓이로소이다
성당에서 미사를 드릴 때, 신앙고백하는 순간이 있다. 그때 주먹으로 내 가슴을 치며 고백한다. 내 탓이오, 내 탓이오, 내 큰 탓이로소이다. 이때 가슴을 좀 세게 치는 편이다. 정말 내 가슴에 사무치는 독백이기 때문이다.
남 탓하는 것보다 내 탓하는 편이 훨씬 낫다고 믿었다. 적어도 누군가에게 민폐는 끼치지 않고 살 수 있을 테니까. 사실 더 쉽다. 남 탓하는 것보다 내 탓을 하면 비난받지 않는다. 눈치 볼 필요도 없다. 하지만 더 큰 문제가 있다.
매사에 과하게 내 탓만 하다 보면 자꾸만 초라해진다. 내가 너무 쭈글쭈글해진다. 내 탓이 아닌데도, 내 탓이라고 해버리면 내가 사라진다. 자존감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형편없어진다. 내 탓이라고 하는 게 정답은 아닐 수 있다.
엄마, 내 탓이 아닌데도
내 탓이라고 해야 되는 거예요?
아니다, 그건 아니다. 아이의 물음에 자신 있게 얘기할 수 있다. 이제는 말할 수 있다. 내 탓이 아니면, 아니라고 하기만 하면 된다. 내 탓이 아닌데 내 탓으로 돌려버리면 내가 사라지니까. 그것만은 막아야 한다. 평생 그렇게 살다 갱년기가 되어서야 알게 되었다. 이제라도 알아서 다행이다. 고등학생 아이가 어른이 되고, 나이를 먹어도 나처럼 살지 않기를 바란다. 모든 비난의 화살을 나에게 돌리는 편이 손쉽다고 늘 자바카라하며 살지 않기를 바란다.
나는 언제 '내 탓'을 하게 되는지 상황을 정리해 보고, 나도 모르게 자동 반응하게 될 때, 어떻게 하면 자기 비난을 멈출 수 있을지 생각해 보자.
어떤 상황이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자. 누구의 탓도 하지 말자. 남 탓은 물론, 내 탓하는 것도 일단 멈추자. 어떤 판단도 하지 않고, 객관적으로 상황을 바라보고, 수용하자. 나를 치유하는 첫걸음은 여기서부터 시작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