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저는 원래 부지런한 사람인데요.
요즘 너무 게을러진 것 같아서 걱정이에요.
회사에서 심리상담 서비스를 지원해 준단다. 이렇게 좋은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 집 근처 상담센터를 예약했다. 적어도 갱년기 우울증상에 대해 입 밖으로 꺼낼 수 있는 곳이 생겨서 기뻤다. 상담 첫날, 어떤 말로 나의 이야기를 시작해야 할지 순서를 정했다. 선생님의 질문에 속사포처럼 쏟아지는 나의 이야기들에 나도, 선생님도 놀랐다. 내가 이렇게 수다스러운 인간이었나 싶었다. 마치 오랫동안 할 말 못 하고 꾹꾹 참았던 사람처럼 나의 말을 토했다. 그리고 고백했다. 요즘 너무 게을러져서 걱정이라고. 이젠 게을러진 것까지 스스로를 탓하기 시작했다니 우습고도 슬펐다.
왜 게을러졌다고 생각하세요?
증거는 차고 넘치게 찾아낼 수 있었다. 청소를 매일 하지 않고, 식사 후 설거지를 한참이나 쌓아두고, 빨래가 건조기에서 다 돌아가도 바로 빼지 않는다고 했다. 아이들이 부탁한 것도 자꾸 까먹고, 내가 한 말도 잊어버리고 허둥댄다고도 했다. 오늘 할 일을 내일 미루는 일이란, 결코 없었지만 요즘엔 일을 미루는 게 일상이라고 했다. 가만히 듣고 있던 선생님은 잠시 나의 말을 멈추게 하고, 읊조렸다. 그거, 당연한 거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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