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484] 어느 시대에 존재해도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
D-484. Sentence
어느 시대에 존재해도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
한달살기에 참여하고 있는 청년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무슨 말을 하는지, 왜 웃는지 모르겠는 순간이 있다. 그렇다고 그 말을 알아들으려 애쓰지도, 스트레스를 받지도 않는다. 별로 중요하게 느껴지지 않아서이기도 하다. 원래 트렌드에 그리 민감한 사람이 아니라서이기도 하다. 시대를 가장 많이 타는 디자인을 전공했고 지금도 그 분야에 몸담고 있는 사람으로서는 흠일 수도, 게으름일 수도 있다. 그래도 그게 나다. 그래서인지 나이가 들수록, 시대가 바뀌고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것에 마음이 간다. 클래식, 혹은 오리지널이라 부르는 것들.
며칠 전 첫째가 또 거짓말을 했다. 숙제는 다 했냐고 물었더니 당당하게 "당연하죠"를 외쳤다. 수학학원 선생님은 왜 숙제를 하나도 안 해 왔냐고 물었다. 아들은 숙제가 있는 줄 몰랐다고 능청을 떨었다. 늦은 밤 11시, 남편과 함께 아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아들은 귀찮다는 듯 고개를 숙인 채 졸린 눈으로 우리 말을 들었다. 애매한 게 가장 안 좋은 선택이라고, 하기 싫으면 학원을 쉬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어떻게 하고 싶으냐는 물음에 아들은 모르겠다고 했다. 나는 아무 말 없이 그런 아들을 한참 쳐다보았다.
예전 같았으면 협박부터 했을 것이다. 이제는 그게 먹히지 않는다는 걸 안다. 학원을 쉬게 한다는 건 상상도 못 했을 일이다. 그런데 정말 그것도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쉽게 흘려보낸 내 시간들이 후회스러워서, 아들만큼은 세월을 아끼는 사람이 되기를 늘 기도한다. 하지만 그것도 내 욕심이다. 내가 그 나이에 그랬듯, 지금 아들에게 내 말은 들리지 않는다.
시대가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아름다움을 떠올려 본다. 아들을 위해 누군가에게 허리를 굽히고, 아픔을 삼킨 뒤 다시 웃는 엄마의 강인함이 있다. 중년을 훌쩍 넘어 제 분야에서 인정받는 자리에 오르고도 자기 부족함을 인정하는 사람이 있다. 그 부족함을 넘어서려고 발버둥 치는 그 사람의 열심도 그렇다. 노트북 작업으로 염증을 달고 사는 엄마 어깨를 낫게 해 주겠다며 토닥이고 주무르는 고사리 같은 아들의 손도 있다. 모두 누군가의 온전함을 위해 마음과 시간을 쓰는 모습이다. 그렇다면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건 기다리는 일이다. 내 감정과 욕심과 기준으로 아들의 시간을 망치지 않는 것. 그게 지금 엄마가 아들에게 줄 수 있는 아름다움일 것이다. 오늘따라 가을 하늘이 참 깊다. 나도 저 하늘만큼 깊어질 수 있을까. 그쪽으로 가고는 있는지, 조용히 물어본다.
내 안의 한 줄
기다려 주는 것도, 시대를 타지 않는 사랑이다.
매일의 감정이, 나를 설명할 언어가 된다.
#기다림 #온전함 #퍼스널브랜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