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사가 닫히는 순간

시 '막은 내려가고'에 대하여

by박헤디

막은 내려가고


이름 없는 소설은

읽는 이 없이 막을 내리고


그 어느 날 누군가

먼지 가득한 바카라장에서 꺼내보면


아무도 들어가지 않은

낡은 집이 낯선 손님을 반긴다




학창 시절의 서사가 닫히는 순간이었다.


국어 시간과 대학교 전공 시간 내내 지겹도록 들은 것이 '수미상관'이었다.

처음과 끝이 같은 것.

삶에서도 수미상관을 느낀 적이 있었다.


중학교 3학년 2학기 기말고사가 끝난 후였다.

중학교 마지막 시험이 끝났다는 생각에 반 전체가 들떠있었다.

하루 종일 영화를 보고, 과자파티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


시험이 끝난 후 첫 과학 시간.

기말고사 점수를 확인하는데 반 전체가 시끄러웠다.

어떤 아이들은 과자를 먹으며 떠들고 있었고, 어떤 아이들은 큐브를 갖고 놀고 있었다.


점점 데시벨이 올라가다 선생님께서 화를 내시며 말씀하셨다.


"중학교 3학년 2학기 기말고사가 끝났다는 건 너희는 이제 고등학생이라는 거야. 고등학생이 공부를 해야지, 너희는 마치 수능 끝난 고3처럼 행동하잖아."


그제야 반 전체가 조용해졌다.

모두가 하던 행동을 잠시 접어두고 서랍 속에 넣어둔 예비 고등학생을 위한 문제집을 꺼냈다.


이상하게 그 말이 그 이후로도 가끔씩 떠올랐다.

특히 시험이 끝나는 날만 되면 선생님의 말씀이 생생하게 들려오는 듯했다.


시간은 흐르고 흘러 수능 날이었다.

정신없이 문제를 풀고 나니 마지막 시간인 '탐구 영역' 시간이었다.


이제 진짜 마지막이라는 기쁨과 끝까지 집중해야 한다는 은근한 압박감이 마음속에서 싸우고 있었다.

그때 앞문이 열리고 수능 감독관 선생님이 들어오셨다.

중학교 3학년 때 과학 선생님이셨다.

가끔 선생님의 말씀을 떠올려서 그런 건지 한눈에 선생님을 알아볼 수 있었다.


소설과도 같은 상황에 웃음이 나왔다.


탐구 영역이 끝나자 선생님께서 시험지와 답지를 갖고 수험장 밖으로 나가시는 모습을 보았다.

문이 닫히는 그 순간 수능이 끝났다는 사실이 실감 났다.


'이젠 정말 수능 끝난 고 3이 되었구나.'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영원히 오지 않을 것 같던 순간.


학창 시절의 서사가 닫히는 순간이었다.

월, 수, 금 연재
이전 16화가장 좋아하는 달이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