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회색의 온기'에 대하여 (2)
회색의 온기
나의 고향은 수직의 빌딩 숲
초라한 강 도로 따라 흐르고
먼지 뱉는 아스팔트로 뒤덮인
막막한 회색 도시
낯선 이, 나에게
고향의 초록을 자랑하지만
그럼에도 나에겐
봄보다 따뜻한 회색 빌딩 숲뿐
유년 시절을 보낸 동네가 있다.
기간을 비교하면 지금 사는 동네보다 그 시간은 짧지만, 고향을 떠올리라고 하면 그 동네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지금 사는 곳에서 버스로 20분이면 가는 곳이지만, 이곳에 이사 온 뒤로 그곳을 방문할 일이 없어 따로 찾아가 보진 않았다.
그러다 작년 중순쯤, 그쪽에 일이 있어 오랜만에 동네를 둘러봤다.
참 많이 바뀌어 있었다.
아파트 옆 공터엔 새로운 아파트가 세워져 있었고, 어릴 적 자주 방문한 가게는 다른 가게로 바뀌어 있었다.
어딘가 쓸쓸한 기분이 들었다.
기억 속 그 동네엔 내가 함께했는데 그곳에 더는 내가 없다는 사실이 마음을 찔렀다.
하루 종일 마음이 텅 빈 느낌이었다.
그러다 문득 바카라상 옆에 놓인 액자가 보였다.
그 속엔 어린 시절의 내가 있었다.
지금과는 많이 다른 모습이지만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내가 같은 사람이라는 것은 변함이 없었다.
단지 외형만 바뀌었을 뿐이었다.
이런 생각을 하니 그 고향도 마찬가지였다.
세월이 흐르며 모습이 바뀌어 낯설고 어색했지만 여전히 나에겐 고향이었다.
그곳이 전부 변한다 해도 언제나 고향은 그곳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