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누구야?

시 '나'에 대하여

by박헤디

나


수많은 발자국에 차이는 돌

채이기 전과 같은 존재일까


매연에 흐려져가는 꽃

선명한 색을 간직하던 것과 같은 존재일까


거울에 비치는 나

어제의 모습과 같은 존재일까




'너는 누구야?'

어쩌면 영원히 답할 수 없는 질문일지도 모른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윤리와 사상'이라는 과목을 선택했다.

과목명에서 알 수 있듯 윤리와 사상에 대해 배우는 지루하지만 의미 있는 수업이었다.


1학기 중반쯤이었다.

수업이 시작되자 선생님께서 나에게 질문하셨다.


'너는 누구야?'


전혀 예상치도 못한 질문에 어색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저는 OOO이에요.'


그때까지만 해도 '분명 어제도 선생님과 오래 대화했는데 나를 잊으신 걸까?'라는 생각에 당황스러움만 가득했다.


그때 선생님께서 다시 질문하셨다.


'아니 네 이름 말고 너는 누구냐고.'


그 질문을 듣고 나서야 선생님이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깨달았다.


'저는... 저는...'


질문의 의도를 알았으나 쉽게 대답이 나오지 않았다.


나는 나고, 누군가의 딸이고, 친구이며, 학생이고, 동아리 부장이었다.


그러나 이것들이 나를 정의할 수 있을까?

단순한 신분 나열이 나인 것일까?


그날 선생님께서는 내가 대답하지 못하자 이것이 자아에 대한 물음이라고 말씀하셨다.

이 질문은 나에게 신선한 충격이었다.


과연 나는 누구인가?


몇 년이 흘렀지만 가끔 그 질문을 마음속에서 꺼내본다.

그 질문이 세상으로 나올 때면 십 분이고 이십 분이고 가만히 앉아 생각을 이어간다.


나는 누구일까?

여전히 나는 대답을 하지 못한다.


나는 나고, 누군가의 딸이고, 친구이며, 글을 쓰는 사람이고,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이다.


여기까지 생각이 이어지면 선생님의 목소리가 마음속에서 울려 퍼진다.


'아니 그런 거 말고 너는 누구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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