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이. 「푸른 숨결에 잠기다」(2026 글로벌경제신문 시니어 신춘문예)
김도이 작가는 「푸른 숨결에 잠기다」는 업무에 지친 화자가 어린 시절 농촌에서 친구들과 물장구치며 뛰어놀던 아릿한 추억을 수려한 문장으로 꺼내놓는다. 특별한 문장 훈련을 받지 않고서야 어찌 이런 문장들을 구사할 수 있을까, 싶을 만큼 수필이 군더더기 없이 그러나 매우 속도감 있게 펼쳐진다.
수필은 먼저, 화자가 '무심히 올려다본 하늘이 너무 푸르러서 울컥'하며 어린 시절로 회귀한다.
업무에 지친 어느 오후, 무심히 올려다본 하늘이 너무 푸르러서 울컥, 가슴이 일렁였다. 어린 시절, 나의 여름은 언제나 하늘빛으로 시작되었다. 아침에 눈을 뜨면 봉창 문을 넘어 쏟아져 들어오던 그 투명한 푸르름. 너무 맑아서 되레 가슴 한구석이 아릿해 오던 서늘한 빛깔 속으로 나는 맥없이 빨려 들어가곤 했다. 마치 하늘이 내 이름을 부르는 것 같았고, 나의 어린 영혼은 그 부름에 기꺼이 온몸을 적셨다.
그 시절은 '숨조차 푸르게 물들어' 있었고, '뭉게구름은 돛단배'였으며, 논들은 '초록의 파도를 일으키는' 바다였다. 무엇보다 풍덩 몇 번이고 지칠 때까지 몸을 던지고 놀던 덤벙(물웅덩이)은 최고의 해방감 넘치는 놀이센터였다.
차가운 물살이 발목을 간질이고, 수면 위로 흩어지는 윤슬이 별빛처럼 일렁이던 찰나들. 우리는 게처럼 옆으로 헤엄치다 숨을 참고 깊은 적막 속으로 잠수했다. 물속은 서늘한 청보랏빛이었고, 물 밖의 바위는 한낮의 해를 삼킨 듯 뜨거웠다. 그 극렬한 온도 차가 주는 쾌감에 취해 우리는 지칠 줄 모르고 물과 바위를 오갔다.
저녁해가 기울어지면, 그때야 발걸음을 재촉하고 귀가하여 장작불 가마솥에서 익어가는 감자가 익을 때까지 기다렸다.
놀이에 취해 있다 보면 어느덧 서쪽 하늘이 발그레한 수줍음을 띠었다. 허기가 발걸음을 재촉할 무렵 도착한 집 마당에는 드럼통 위 가마솥이 김을 뿜고 있었다. 솥 안에는 감재와 북감재가 포슬포슬하게 익어가고, 불쏘시개를 삼킨 장작불은 거친 숨결처럼 일렁였다. 우리는 바구니를 둘러앉아 뜨거운 감재를 이리저리 굴렸다. 델 듯한 열기에 손가락을 귓불에 갖다 대면서도 웃음은 멈추지 않았다. 저녁이 조금씩 식어 손끝에 내려앉을 때까지, 우리는 그 구수한 기다림을 즐겼다.
저녁 식사 후에는, 덕석(멍석)에 '다닥다닥 누워서' 하늘의 은하수를 바라보는 우주여행에 빠져들었다.
저녁 식사를 마친 뒤 너른 마당에 펼쳐진 덕석은 우주로 향하는 창이었다. 나란히 다닥다닥 누워 바라본 하늘에는 은하수가 터진 둑에서 흘러나온 강물처럼 넘쳐흐르고 있었다. 어둠은 깊을수록 포근했고, 별들은 손을 뻗으면 닿을 듯 은근히 유혹했다. 우리는 그 밤의 바다를 유영하며 통통 별을 하나씩 건져 올렸다. 그렇게 별을 꿰어 만든 목걸이를 목에 걸고서야 긴 여름밤의 하루를 마무리지었다.
그 시절은 '시간은 마르지 않는 샘물' 같았고, '하루하루가 영겁처럼' 느껴졌고, '여름은 영원히 끝나지 않을 축제' 같았다. 그래서 업무에 지친 지금도 화자는 눈을 감으면 그때 그 시절이 투명하게 투영된다.
지금도 문득, 무심히 덮쳐오는 비릿한 풀 내음이나 서늘한 바람의 숨결에 가슴 한편이 물결칠 때가 있다. 그럴 때면 나는 푸르게 번진 기억의 실타래를 따라 천천히 눈을 감는다. 그리고 다시 그곳으로 돌아간다. 하늘이 너무 투명해 눈물이 날 것 같던 그 시절로. 큰 웅덩이의 물보라 속에 몸을 던지고, 쏟아지는 별빛을 주워 담던 그 단편의 여름으로.
수필 '푸른 숨결에 잠기다' 역시 길지 않은 수필이다. 그러나 어린 시절 '여름의 하루'를 잘 포착하여 유영하듯 보여주는데, 독자가 빠져 들어갈 수밖에 없는 활력과 매력이 넘친다. 시니어 신춘문예에서는 이렇듯 유려한 문장만 선별하나, 싶을 만큼 탄탄한 문장과 형상화가 돋보이는 명품 수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