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도 네가 해줄 거지?”
그 말을 듣고 마음이 멈칫했다.
지난번에는 기꺼이 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었고, 도움이 되고 싶었다. 시간을 내고 신경 쓰는 것도 괜찮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내 대답보다 내 몫이 먼저 정해진 것 같았다.
할 수 있는지, 다른 일정은 없는지, 다시 맡을 마음이 있는지. 그 질문들이 빠진 채 내가 해줄 것이라는 기대만 놓여 있었다.
“너는 부탁하면 다 해주잖아.”
전에 들었던 말도 떠올랐다.
나는 어려운 일은 거절한다. 받아들인 부탁에도 내 판단이 있었다. 그런데 내가 선택한 일들이 거절하지 못한 결과로 여겨지는 것은 불쾌했다.
나를 만만하게 보는 걸까.
너무 쉽게 받아줬나.
웃으며 했으니 아무 수고도 들지 않는 것처럼 보였을까.
하지만 지난번의 마음까지 후회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때는 정말 돕고 싶었다. 다만 그 마음이 이번의 약속까지 되는 것은 아니었다.
“해줄 수 있을까?”와 “해줄 거지?”는 내게 다르게 들렸다. 하나는 내 대답을 기다렸고, 다른 하나는 대답이 이미 정해진 것 같았다.
상대는 익숙해서 가볍게 물었을 수도 있다. 그래도 먼저 확인해주었으면 했다.
“이번에도 부탁해도 될까?”
그 말이면 충분했다. 보답보다 내 시간과 마음을 존중받고 싶었다.
잠깐은 거절하고 싶었다. 나도 거절할 줄 안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하지만 만만하지 않다는 것을 증명하느라 내가 원하는 도움까지 거두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이번에는 일정부터 보고 알려줄게요.”
지난번에는 기꺼이 했다. 이번에도 그럴 수 있다.
하지만 내가 건넨 “네”는 “아니요”를 몰라서 나온 대답이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