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에는 입꼬리를 올리고, 집에 오면 머리가 아팠다

by봄날의꽃잎

웃으면 행복해진다는 말을 믿고 싶었다.

그래서 낮에는 입꼬리를 올렸다. 인사를 하고, 사람들의 말에 웃으며 대답했다. 해야 할 일을 하고 내일 일정도 확인했다. 겉으로는 평소와 다르지 않은 하루였다.

웃음이 모두 억지였던 것은 아니다. 재미있는 이야기에 정말 웃기도 했다. 그 순간에는 마음이 잠깐 가벼워졌다.


그런데 집에 돌아오면 머리가 아팠다.

가방을 내려놓고 앉으면 낮 동안 밀어두었던 생각이 다시 시작됐다.

어떻게 해야 할까.

그때 다르게 했어야 했나.

이대로 두어도 괜찮을까.

한 가지 방법을 떠올리면 뒤따를 일이 걱정됐다.

다른 방법을 생각하면 또 다른 곳이 마음에 걸렸다. 한참 고민하고 도착한 곳은 어젯밤과 같았다.


누군가에게 이야기할 수는 있었다.

위로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대화를 마친 뒤에도 결정은 내게 남아 있었다. 어떤 선택을 하든 그다음을 감당해야 하는 사람은 나였다.


그래서 말을 아꼈다.

어디서부터 설명해야 할지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피곤했다. 아직 답을 찾지 못한 일을 꺼내놓고, 다시 질문을 받고, 내 사정을 설명할 기운이 없었다.

정리되면 말하고 싶었다.

“사실 그때는 좀 힘들었어.”

지나간 일처럼 이야기할 수 있는 날을 기다렸다.

그런데 일이 풀리지 않으니 그 말도 자꾸 미뤄졌다.


낮에는 차라리 나았다. 눈앞에 할 일이 있었고, 누군가 말을 걸어왔다. 대답하고 움직이는 동안에는 같은 생각에서 잠시 벗어날 수 있었다.


혼자가 되면 다시 그 자리였다.

텔레비전을 켜놓고도 내용을 놓쳤다. 이미 읽은 메시지를 또 읽었다. 씻으러 가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한참 앉아 있었다. 몸은 집에 왔는데 마음은 여전히 풀리지 않은 일 앞에 머물렀다.


오늘도 잘 웃었는데. 왜 마음은 이렇게 무거울까.

웃으면 조금은 행복해진다던 말이, 이런 날에는 멀게 느껴졌다. 잠깐의 웃음은 있었지만 걱정까지 사라지지는 않았다. 나는 웃고 돌아와서도 여전히 힘들었다.

그것마저 내 탓으로 돌릴 때가 있었다.


너무 깊이 생각해서 그래.

이제 그만 털어버리면 되잖아.


하지만 털어버릴 수 있었다면 나도 그러고 싶었다.

계속 생각하고 싶어서 붙들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내가 놓으면 더 잘못될까 봐, 아직 해보지 않은 방법이 있을까 봐 쉽게 멈추지 못했다.

그날도 뚜렷한 결론은 내리지 못했다. 소파에 기대 눈을 감았다. 낮 동안 웃느라 힘을 주었던 얼굴이 조금씩 풀렸다.


혼자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에,

혼자서도 씩씩해야 한다고 여겼던 것 같다.

힘들다고 인정하면 버티던 마음까지 무너질까 봐 나에게조차 그 말을 아꼈다.


오늘은 웃으면 행복해진다는 말보다,

웃고도 힘들 수 있다는 말이 필요했다.

아직 해결하지 못해서 힘들다고.

하루 종일 그 마음을 안고 일하느라 지쳤다고.

눈을 감은 채 한동안 그대로 있었다.


잠깐만, 아무것도 결정하지 않고 있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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