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도 계절을 바꾼다

by봄날의꽃잎


어제는 덥다 덥다 했는데, 오늘은 긴소매를 꺼냈다. 얇은 옷으로는 부족해 옷장 안쪽의 니트까지 찾았다.

날씨도 참 변덕스럽다. 그러다 생각했다.


요즘 내 마음도 이렇지 않은가.


한동안은 지금처럼 계속 살아도 괜찮을 것 같았다. 해오던 일이 있고, 내 자리가 있고, 나를 찾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든든했다. 그런데 어느 날은 그 모든 것이 무겁다. 조금 내려놓고 싶다가도, 막상 내 몫이 줄어들면 허전할 것 같다.

나를 위해 살겠다고 마음먹었다가도 누군가의 사정이 들리면 마음이 쓰인다. 이제 남의 시선은 신경 쓰지 말자고 해놓고, 무심한 말 한마디에 오래 잠기기도 한다.


나이가 들면 마음의 방향이 분명해질 줄 알았다.

무엇을 원하고

무엇을 그만둘지,

누구와 가까이하고

어디까지 마음을 쓸지.

살아온 시간이 쌓이면 선택도 조금은 쉬워질 줄 알았다.

그런데 오히려 한 가지 마음만으로 결정하기가 어려워졌다. 하고 싶은 일에도 감당해야 할 것이 보이고, 그만두고 싶은 일에도 놓기 아까운 시간이 있다.


앞으로 남은 날들을 생각하면 서두르고 싶다. 아직 해보고 싶은 것이 많다. 그러다가도 지금까지 애쓴 날들을 돌아보면 이제는 조금 쉬고 싶다.


더 살아보고 싶은 나와

덜 애쓰고 싶은 내가 한마음 안에 있다.

이런 나를 두고 누군가 변덕스럽다고 하면 괜히 자존심이 상할 것 같다.

나도 내 마음을 몰라 답답해하면서,

다른 사람이 쉽게 이름 붙이는 것은 싫다.

어제의 말도 진심이었고

오늘 달라진 마음도 거짓은 아니다.

그 사이에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이 보였을 수도 있고, 견딜 만하다고 여겼던 무게가 뒤늦게 느껴졌을 수도 있다. 오래 품었던 바람이 이제야 고개를 든 것일 수도 있다.


아직은 계속할 것인지 멈출 것인지 선뜻 말하지 못하겠다. 어느 쪽을 택해도 아쉬움은 남을 것이다.

예전처럼 한 방향만 바라보고 힘껏 달려가기는 어렵지만, 그렇다고 모든 마음이 식은 것도 아니다.


꺼내놓은 니트를 바라본다.

덥다고 했던 주말에 오늘의 추위를 예상하지 못했듯, 지금의 마음으로 앞으로의 나를 다 정해놓을 수는 없을 것 같다.


오래 해온 일을 조금 줄이면서 새로운 일을 시작할지도 모른다. 쉬고 싶다고 말한 뒤에 다시 무언가를 꿈꿀지도 모른다.


그때 누군가 “지난번에는 다르게 말했잖아”라고 하면, 조금 머쓱하게 웃게 될 것이다.

나도 안다. 그때는 정말 그랬다.

그리고 지금은, 이쪽으로 마음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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