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담인데 왜 웃고 나서 아팠을까

by봄날의꽃잎


“참 피곤하게 사시네요. 누가 상 주는 것도 아닌데.”


모임에서 요즘 하고 있는 일을 이야기하던 중이었다. 함께 자리한 한 사람이 웃으며 말했고,

옆에 있던 사람도 웃었다.

나도 웃었다.


“그러게요. 제가 일을 만들어서 하죠.”


그렇게 내가 대답하니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넘어갔다.


누군가 다른 이야기를 꺼냈고, 나는 음식을 덜어 먹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자리에서는 별일이 없었다.


그런데 집에 돌아와 옷을 갈아입는데 그 말이 다시 들렸다.


누가 상 주는 것도 아닌데.


나는 상을 받으려고 그 일을 한다고 말한 적이 없었다. 힘들어도 해보고 싶은 일이었고, 조금씩 나아지는 것이 좋아서 이어가고 있었다. 그저 요즘의 나를 이야기했을 뿐이었다.


그런데 내 이야기가 한순간에 유난스럽게 사는 사람의 이야기가 된 것 같았다.

상대가 그런 뜻으로 말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너무 바쁘게 지내는 내가 안쓰러웠을 수도 있고, 분위기를 편하게 만들려고 가볍게 던진 말이었을 수도 있다.


나는 그 가능성들을 하나씩 떠올렸다.

상대를 이해할 이유는 금방 찾을 수 있었다.

그래도 마음은 계속 불편했다.


휴대폰을 열었다.

그 사람과의 대화창에 짧은 문장을 썼다.

‘아까 하신 말씀은 조금…’

끝까지 쓰지 못하고 지웠다.

이미 몇 시간이 지났다. 다들 즐겁게 헤어졌는데 혼자 그 말을 붙들고 있었다고 고백하기가 민망했다. 상대가 “그냥 농담이었는데요”라고 하면 뭐라고 답해야 할지도 몰랐다.

농담인 줄 안다고. 그런데도 마음이 상했다고.

그 말을 함께 꺼내는 일이 어려웠다.


집에 돌아와서는 그 말을 여러 번 되짚는 내가 우습다


나는 분위기를 깨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았다.

농담도 못 받아들이는 사람,

나이만 먹고 마음은 좁은 사람으로 보이고 싶지 않았다.

이 정도는 넘길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오십이 넘었으면.

슬롯생활을 오래 했으면.

다들 악의 없이 한 말이면.


내가 참아야 할 이유는 많았다.

그런데 내 마음이 아픈 이유를 들어주는 데는 인색했다.

특히 말이 오래 남은 것은, 나도 가끔 나에게 비슷한 질문을 했기 때문이었다.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나. 누가 알아주기는 하나. 그만두면 편하지 않을까.


피곤한 날이면 떠오르던 생각이었다. 그러다가도 좋아서 시작한 일이라는 것을 기억하며 다시 해보곤 했다.

그 사람의 말은 내가 애써 넘겨온 의심을 정확히 건드렸다.그러면서 자존심이 상했다.

그동안 얼마나 신경 썼는데.

얼마나 시간을 들였는데.

알아달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가볍게 취급받고 싶지도 않았다. 잘하고 있는지 나도 확신하지 못하는 일을 남이 쉽게 정리해버리자 마음이 흔들렸다.


자꾸 그 말을 어떻게 멋지게 받아쳤어야 했는지 한참 생각했다. 뒤늦게 떠오르는 대답은 많았다.

그런데 어느 것도 실제로 하고 싶은 말은 아니었다.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은 짧았다.


“저는 그 일이 좋아서 하는 거예요.”


상대를 이기거나 무안하게 만들고 싶은 것은 아니었다. 내 이야기가 웃음으로 끝나기 전에, 내 마음을 한 번쯤 말하고 싶었다.


그날 나는 웃었지만, 괜찮았던 것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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