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꾸벅꾸벅 하는 방법
30년 만에 복간된 사노 요코의 그림바카라 《꾸벅꾸벅》을 바카라방에서 함께 읽고 ‘꾸벅꾸벅’이 무엇을 뜻하는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는 망설임 없이 ‘나를 낮추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답은 다시 질문이 되어 돌아왔다.
“그렇다면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높고 낮음이 존재한다는 말일까요?”
나는 다시 생각에 빠졌다. 내가 낮아진다는 건 상대방을 높인다는 의미일까. 한창 이런 생각에 잠겨 있을 때, 다른 분이 ‘존중’이라는 단어를 꺼냈다. 그 말에 나도 꾸벅꾸벅했다.
아이는 요즘 학교생활에 지루함을 느낀다. 그런 아이에게 “너는 학교에서 어떤 애인 것 같아?” 하고 물은 적이 있다. 아이는 자신이 개구쟁이 같다고 했다. 수업 시간에 곧잘 딴생각을 하고, 선생님에게 꾸지람도 자주 듣는다고 했다. 공부는 싫고 놀고만 싶다고 했다. 아이와 한 대화를 사람들과 나누었을 때, 한 분이 말했다. “아이한테 그런 질문하면 안 돼요.” 한창 공부와 친구 관계로 스트레스를 받는 아이에게 그런 질문을 하면, 자칫 자신을 다른 친구들과 비교하며 평가하게 될 수도 있다고 했다. 그 말에 아이가 매사 소극적이었던 모습이 나의 질문 탓인 것 같았다. 그날 하교한 아이와 나란히 앉아 간식을 먹으며 사과했다. 그런 의도로 질문한 것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자 아이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고 오히려 나를 달랬다. 그러고는 내 손을 잡고 신경 쓰지 말라고 했다. 아이의 말을 듣고 마음이 놓였다.
나는 사람들에게 질문을 자주 한다. 궁금한 게 있으면 머릿속으로 한 번 더 생각하기 전에 입으로 튀어나올 때가 있다. 친밀한 사이일수록 더 그렇다.
“오늘 하루 어땠어?”
“요즘 뭐 하면서 지내?”
“뭐가 그렇게 재밌어?” 등등.
지극히 단순해 보이는 이 질문이 내가 타인을 존중하는 방식이라는 걸 《꾸벅꾸벅》을 읽으며 깨달았다. 질문과 대답이 오가는 시간 속에 나는 그 사람에게 한 발짝 더 가까이 다가간다. 좋은 사람일수록 더 궁금해진다. 더 관심이 가고, 잘 지내고 싶은 마음이 커질수록 질문을 쏟아낸다. 마음이 가면 귀도 따라가서, 그 사람의 이야기가 더 듣고 싶어진다. 그래서인지 누군가가 내게 질문을 할 때면 나를 궁금해하는 그 마음이 그저 반갑다. 아이와 《꾸벅꾸벅》을 읽고 “너는 어떻게 존중해?”라고 물었다. 그러자 아이는 엄마를 존중한다고 말했다. 그 말에 어떻게 존중하는지 더 물어보고 싶었지만 나는 이미 알고 있었다. 아이는 종종 나에게 묻는다. “엄마, 오늘은 뭐 했어?” 하고.
고명재 시인은 절을 하는 감각을 좋아한다고 한다. 온몸을 바닥에 최대한 밀착시키는 행위를 하는 동안 사랑하는 사람을 떠올린다고 한다. 그렇게 시간과 마음을 다스리면 절을 하기 전과 후가 달라져 있다고. 고명재 시인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림바카라 《꾸벅꾸벅》 속의 임금님을 떠올렸다. 왕비님에게도 꾸벅꾸벅, 신하에게도 꾸벅꾸벅, 공작새와 생선에게도 꾸벅꾸벅, 전쟁에 나서기 전에도 꾸벅꾸벅, 전쟁에 나서서 이웃 나라 군대와 임금님에게도 꾸벅 고개를 숙였다. 모두가 ‘흥’이라고 말해도 계속 고개를 숙이는 임금님은 낮은 존재로 느껴지지 않는다. 그에게 고개를 숙이는 순간은 나를 내세우기 전에 너와 나 사이에 무엇이 중요한지 헤아리는 시간이었을지도 모른다. 나에게는 질문을 건네고 대답에 귀 기울이는 시간이 그렇다.
혹시 내가 당신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면, 그것은 당신의 이야기를 더 듣고 싶다는 의미다. 부디 귀찮아하지 말기를. 그리고 내가 궁금하다면 언제든지 질문을 건네주기를. 꾸벅꾸벅.
+ 이야기 나눈 그림바카라
꾸벅꾸벅(원제: ぺこぺこ)
사노 요코 지금, 김영순 옮김
문학과지성사(2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