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성 관찰 일지

당신의 미래 수영장에 어떤 토성이 떨어졌나요?

by수키

어느 날, 남편은 말한다. “나는 왜 좋아하는 게 없지?” 실직하고 이직을 준비하는 남편은 틈틈이 자격증 공부를 하고 있다. 작년부터 회사 사정이 좋지 않았던 터라, 당신은 종종 농담으로 “갑자기 실직하더라도 PC방이나 공원 가지 말고 집에서 편히 쉬어.”라고 말했다. 어쩌면 이런 상황을 일찍부터 예상하고 있었을지도. 회사에서 내일부터 출근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을 들었을 때, 남편은 전화를 해서 미안하게 됐다며 소식을 전했다. 미안할 일이 아닌데, 미안하다고 말하는 남편의 속사정을 당신 또한 모를 리 없기 때문에 그동안 고생했다고 당신은 말했다. 남편은 회사에 다닐 때처럼 새벽에 일어나 운동을 가고, 9시가 되면 노트북을 들고 도서관으로 향한다. 그렇게 각자의 하루를 보내던 어느 날, 남편은 당신에게 어떻게 해야 좋아하는 걸 찾을 수 있냐고 묻는다. 그 분야에 있어서는 자칭 전문가였던 당신은 이것저것 해 봐야 좋아하는 걸 알 수 있다고 말한다. 남편의 하루도 제법 바쁘게 돌아간다. 취업 사이트에 들어가 일자리를 찾아보고, 일본어 자격증 시험, 대형 운전면허, 버스 운전면허, 택시 운전면허를 준비한다. 때때로 아이와 게임도 하고, 운동 경기를 보러 간다. 종종 ‘생활의 달인’, ‘극한 직업’을 보면서 저 일을 해 봐야겠다고 말하다가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당신의 말에 그저 웃으며 텔레비전을 본다. 남편이 처음 자격증을 취득한 날, 당신은 아이와 함께 진심으로 축하해 주었다.


어느 날, 아이는 말한다. “구독자 17명이 17만 명이 되려면 얼마나 걸릴까?” 아이는 유튜브에 채널을 만들어 영상을 올리고 있다. 영상의 주제는 게임, 그림 그리기, 축구, 피아노 연주, 놀러 간 장소 등등 자신의 여러 일상을 담은 내용이다. 언제부턴가 자동차에 대한 숏폼을 올리기 시작했는데, 영상으로 올렸을 때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의 많은 조회수에 아이는 뛸 듯이 기뻐했다. 그러고는 자동차 관련 영상만 올리겠다는 포부를 담아 채널명까지 바꾸었다. 그날그날 자신의 조회수와 댓글을 확인하던 아이가 하루는 씩씩대며 하교했다. 무슨 일이냐 물으니 자신의 영상에 누군가가 악플을 달았다고 한다. 얼마 전에 새로 산 자전거 영상에 달린 댓글이었는데, 왜 로드로 사지 않았냐는 내용이었다. 악플이 달렸다며 하루 종일 투덜거리는 아이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당신은 그게 왜 악플이냐고 묻는다. 그러고는 당신의 톤으로 그 댓글을 아이에게 읽어 준다. 악플에 안절부절못하던 아이는 그럴지도 모르겠다며 고개를 위아래로 크게 끄덕인다. 하나의 댓글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어떻게 17만 명 구독자를 기대할 수 있겠냐고 아이를 놀린다. 그 후로 아이는 악플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았지만, 그 댓글을 지워 버렸다. 차를 타고 이동할 때면 아이는 창밖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당신이 알지도 못하는 차 이름을 말하면서 그것도 모르냐고 나무란다. 지나가는 차를 영상과 사진으로 담고 서둘러 집에 가자고 말한다. 얼마 전 구독자가 줄었다고 실망했던 아이는 최근에 구독자가 한 명 늘었다며 기뻐한다. 당신은 그런 아이의 모습이 걱정되지만, 그저 웃으며 바라볼 뿐이다.


어느 날, 당신은 궁금해진다. “계속해서 글을 쓸 수 있을까?” 동네 바카라방을 드나들며 시작한 글쓰기가 4년째 이어지고 있다. 바카라방에서 함께 읽은 그림바카라은 아이와의 잠자리에서도 함께 읽었다. 아이는 당신이 바카라방에 가는 날을 기다렸고, 궁금해했다. 당신은 자주 아이에게 자신의 글을 읽어 주곤 했다. 첫 독자가 되어 준 아이는 제법 진지하게 들어준다. 칭찬 일색이었던 아이의 평가는 글쓰기의 재미를 잃지 않게 해 준 힘이다. 당신은 사람들의 칭찬에 자신감을 얻어 온라인카지노에 글을 공개하기 시작했다. 큰 기대는 없었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는 글을 계속해서 올려야 할지 고민한다. 합평 모임에서도 글에 재미가 없고 지루하다는 말을 들었다. 혼자 힘으로 앞으로 나아갈 힘이 없다는 것을 깨달은 당신은 글쓰기를 배울 수 있는 곳을 생각하다가 학교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학교에 간다고 글을 잘 쓸 수 있는 건 아니라고 말한다. 그러나 당신은 여전히 글쓰기가 궁금하다. 결국 당신은 모두의 조언을 뒤로하고 문예창작과를 선택했다. 당신의 하루는 강의 듣기와 글쓰기로 시작된다. 오후가 되면 아이와 수다를 떨다가 다 듣지 못했던 강의를 마저 듣는다. 밤이 되면 밀린 집안일을 한 번에 해치우고, 아이와 바카라을 읽고, 아이가 잠들면 읽으려고 잔뜩 대출해 두었던 바카라의 문장들을 훑어본다. 배우면 배울수록 어렵다고 말하는 당신의 말에, 원래 배우면 배울수록 모르는 거라며 한 교수가 댓글을 달아 준다. 그 말에 힘입어 당신은 하루하루 맞서 글을 쓰고 있다.


당신은 미래 수영장에 떨어진 토성을 바라보며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한다.

당신은 미래를 위해 무언가를 할 수 있는 게 없음을 깨닫는다.

당신은 결국, 토성을 받아들인다.





+ 이야기 나눈 그림바카라

수영장에 토성이 떨어졌다고?(2026)

벤디 베르니치 지음, 송순섭 옮김, 두마리토끼바카라

목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