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지도의 크기는 얼마만큼일까?
학교가 끝나며 시작되는 아이의 발자취를 보여주는 그림바카라 《마음의 지도》는 볼 때마다 구석구석 살피게 된다. 그리고 매번 새로운 것을 발견한다. 자신의 목적지로 향하는 아이는 ‘그곳’을 향하지만 ‘그곳만’을 향하지 않는다. 가는 동안 자신의 친구 생각을 하기도 하고, 고양이와 놀기도 하며, 커다란 나무를 아래에서 올려다보기도 하고, 높은 곳에서 아래를 내려다보거나, 철봉에 거꾸로 매달려 세상을 뒤집어 보기도 한다. 그러고는 말한다. “이상한 사람들도 있지만 뭐 괜찮아요. 나에겐 좋은 친구들이 있으니까요.” 세상은 정말 그렇다. 이상하다. 사람들은 이상적인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지만 서로의 생각이 다르기 때문에 늘 어긋난다. 그 어긋남으로 인한 다채로움이 세상을 아름답게 만든다고 하지만, 실상 삶을 대하는 태도는 다르다. 사람들은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지만, 그 꿈이란 것이 내 삶이 아닌 타인의 삶을 동경하고 그들처럼 되기 위한 경우가 더러 있다. 그들의 마음의 지도는 어떤 모양일지 궁금하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을 만날 때면 내 마음의 지도는 얼마만큼의 크기일지 궁금해진다.
내가 살면서 가장 힘들었던 건 한 곳을 향하지 않는 지향이었다. 새로운 것을 시작하는 것은 쉽지만 그것을 오래 끌고 나가는 힘이 부족했다. 가고자 하는 마음이 향하는 곳, 나는 그 마음이 없었다. 순간을 즐기는 것을 좋아했고,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일까. 내 마음은 언제나 안개처럼 피어오르다가 곧잘 사라지곤 했다. 눈에는 보이는데 잡히는 것이 없으니 무언가를 하면서도 불안한 마음이 한편에 자리 잡았다. 자기 확신이 부족해서라고 생각했다. 스스로를 믿기보다는 타인의 인정에 기대어 그들의 평가를 통해 자신을 바라봤기에 그 타인이 주변에서 사라진 순간 나 또한 사라지는 기분을 느꼈다. 하지만 이것은 나의 단점인 동시에 장점이기도 하다. 지향 없는 하루하루를 보내던 중 우연히 간 동네 바카라방에서 뜻하지 않은 점을 발견했으니. 사람들과 그림바카라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먼 곳에 가지 않아도 먼 곳을 다녀온 것 같은 경험이 쌓였다. 마음속 알 수 없던 감정들을 들여다보니 흐릿하던 것이 형체를 드러냈고, 비록 내가 원하는 모양이 아니어도 그것을 알아냈다는 기쁨으로 행복을 느꼈다. 그렇게 새로 나온 그림바카라을 보다가, 동화·동시를 쓰다가, 에세이를 쓰다가, 그림바카라으로 철학을 나누다가 그 생각들이 모여 글이 되고, 바카라이 되었다. 그리고 북페어에 참가해 직접 만든 바카라도 판매했다. 불안했지만 용기를 내어 한 걸음 더 나아갔다. 늘 있던 곳이 아닌 다른 곳에서 풍경을 바라보자고 생각했다. 하루 동안 열리는 북페어는 다소 한산했지만, 종종 부스를 찾아주는 사람들과 나누는 이야기가 즐거웠다. 계획하지 않았던 행사라 준비하는 동안 밤도 여러 번 샜다. 그래도 그 어느 때보다 정신이 맑아지는 것을 느꼈다. 온몸에 피로감을 느끼며 단 몇 시간을 자는 동안 꿈을 꿀 때면 늘 좋은 꿈들이 나를 토닥여주었다. 아침이면 아이가 내려주는 커피 향으로 잠에서 깨어났다. 아이는 자신이 밥을 먹는 동안 엄마가 식탁에 함께 있어 주지 않는다고 말하며 서운함을 토로했지만 누워있는 나에게 다가와 어제도 늦게까지 작업했냐며 안아주었다. 그렇게 아이 품에서 투정을 부리다가 부스스한 모습으로 아침 인사를 나누었는데 돌이켜보니 내 삶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깨달았다. 무언가를 지향한다는 것이 이런 거구나. 그곳에 도착하는 것이 아닌 그곳에 향하는 과정 자체가 하나하나의 점이 된다는 것을. 《마음의 지도》의 앞면지에는 아이가 목적지에 다다를 때까지의 과정이 점선으로 표시되어 있다. 포르투갈어로 된 글을 그림으로 표현하기 위해 직접 리스본에 살았다던 작가 비올레타 로피스도 이 길을 지났을지 궁금했다.
일본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을 때, 같이 일하는 동료가 출근 시간에 맞춰서 아슬아슬하게 도착한 적이 있었다. 그녀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やっと辿り着いた! (얏토타도리츠이타!)”라고 말했다. 그 당시에 일본어에 능숙하지 않았던 나는 그녀가 했던 말의 정확한 뜻이 궁금해서 나중에 찾아봐야겠다고 생각하며 일하는 내내 그 말을 여러 번 되뇌었다. 그리고 퇴근하면서 전자 사전을 꺼내 그 뜻을 찾아보았다. — 辿り着く(타도리츠쿠): 1. 겨우 목적지에 다다르다 2. 여러 곡절 끝에 겨우 그곳에 이르다. — 단순히 목적지에 도착하는 것이 아닌 힘들여서 도착하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 이 단어가 마음에 들었다.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과 닮았다고 생각했다. 괴테가 파우스트에서 “인간은 지향이 있는 한 방황한다.”라고 말했듯이 살아가면서 지향점이 있다고 쉽고 빠르게 갈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는 살면서 계속해서 무수한 점들을 찍어 나간다. 그리고 그 무수한 점들이 결국은 내 삶의 지도를 넓혀가는 과정이 되는 것인데, 나는 왜 여태 그것을 모르고 살았을까. 살아가는 데 중요한 것은 어찌 되었든 ‘나’라는 모습으로 살아간다는 것, 그리고 내가 서 있는 그곳은 내가 만든 지도여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아직 내 삶의 목적지가 어딘지 알 수 없지만 그곳에 도착한다면 “辿り着いた!”라고 말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 이야기 나눈 그림바카라
마음의 지도(Amigos do Peito, 2014년)
클라우지우 테바스 지음, 비올레타 로피스 그림, 정원정·무루 옮김
오후의소묘(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