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9년 6월
나의 무대로
하나 둘
스쳐간 얼굴들.
저마다
다른 색깔들을 하고
나를 물들였다.
지치고
다시 지치고
만났다가는
또다시 헤어지고
여기저기 헤매이다
모두들 저마다의
무대로 떠나간다.
홀로 살아간다는 것이
날 더욱 지치게
만들면
나는 눈을 감는다
그 속에....
나의 무대에
막이 올라가고
모두들 진실한
대사를 외우며
나의 무대로
나의 무대로 ...
89년 6월
반백의 고개를 넘어선 지금도 여전히 나는 사람을 마주하는 일이 서툴고 버겁다. 새로운 인연을 맺을 때 찾아오는 그 특유의 어색함과 부자연스러운 공기는, 돌이켜보면 고등학교 시절에 훨씬 더 짙고 무거웠을 것이다. 마음을 열어 타인을 받아들이는 법을 몰랐기에, 만남이 주는 무게만큼이나 이별이 남기는 잔상에 오래도록 아파했다.
그때의 어린 나는 사람 사이에 섞이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하기보다, 차라리 모든 것을 단념한 채 가만히 눈을 감아버리는 쪽을 택했다. 세상으로부터 한 걸음 물러선 채 감아버린 눈이 절망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실은, 언젠가 온전한 내 모습으로 나의 무대에 다시 한번 우뚝 올라설 날을 꿈꾸던 시간이었다. 지금 와 생각하면 조금은 부질없어 보일지라도, 그때의 나는 그 어두움 속에서 누구보다 간절한 희망을 가질 수 있는 나를 꿈꿨던 게 아닐까? 그리고 그게 지금의 내가 아닐까 역시 소심한 결론을 내어 본다.
2026년 6월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