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8
이 방 안에
공허함이
가득 차 흘러
인생으로는
채워지지 못할 것 같다.
마치 시달린 사람처럼
한참을
외로운 눈을 하고
벽에 기대어 보면
누군가가 그리워진다.
「그렇게
그리워해도
채워지지 않는 건
기다림에 지쳐
떠나간 누군가의
영혼 때문이리라」
흐려진 눈으로
사방을 둘러봐도
보이는 건 온통
눈물에 젖은
완성되지 못한
時들뿐이다.
88년
이 시를 쓸 때쯤의 (청)소년이 이제는 반백의 인간이 되어
어렴풋하게 기억나는 건
"공허"라는 단어를 많이 생각했다는 것이다.
그저 공허했다.
하루가 공허하기도 했고
마음이 공허하기도 했고
텅 빈 머리, 마음이 공허하기도 했었다.
그 어떤 것으로도 채워지지 않았던 것 같았다.
나는
아무것도 없이 텅 비어 있었다.
그렇다고 무엇을 채우려고 노력하지도
애쓰지도 못하고 무기력했다.
누군가를 그리워하고 있었다. 누구였을까?
지금 기억하면 그 공허한 느낌의 원인은
얼굴도 모르는 일찍 여윈 아버지의 부재였을까?
갑자기 지금은 소비되지 않는 "공허"라는 단어가
새삼스럽게
아련하게
또는 지금은 잊혀진 情처럼 따스하게 다가온다.
2026년 3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