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트로피의 법칙과 역설
아침에 일어나면
침대는 이미 흐트러져 있다
방금 청소한 거실엔
어디선가 먼지가 날아오고,
갈아입은 옷도
금새 냄새와 땀으로 젖는다
한잔의 라떼에 섞여버린 우유와 커피가
다시는 남남으로 갈라설 수 없듯
우주가 정해놓은 무질서의 길로
세상은 맹렬히 한 방향으로만 흘러간다
부엌을 난장판으로 만들며
맛있게 차려 먹은 밥은
더 빨리 분해 배설되어
변기로 달려가지
결코 멋진 요리로 되돌아오지 않는다
그래도 우리는
또 밥을 짓는다
설거지는
어제도 했고
오늘도 했으며
내일도 예약되어 있다
그것이 우리의 일상이다
우리집 세탁기는
인생은 결국 더러워지는 속도를
따라잡는 일이라는 걸
매일 말없이 증명한다
생각해 보면
우리의 하루는
엔트로피를 거스르는
작은 반란이다
쓸고,
닦고,
먹고,
씻고,
정리하고,
또 흐트러진다.
우리는 죽는 순간까지
이 무질서를 결코 이기지 못한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있다.
방은
날마다 어질러지는데,
마음은
조금씩 정리되어 간다
머리는
빠지고 하얘져 가는데,
생각은
조금씩 깊어져가듯
몸은
엔트로피를 따라 늙어가는데,
의식은
경험이라는 별을 하나씩 달며
우주를 닮아간다
세상은
흩어지는 쪽으로 흐르지만,
배움은
무질서 속에서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나간다.
물질은
질서를 잃어가고,
삶은
주름을 얻어가지만
영혼 의식은
매일의 실패와
설거지와
세탁과
눈물과
웃음 속에서
조금씩
업그레이드된다.
결국
엔트로피는
세상을 무너뜨리는 법칙이 아니라,
날마다 우리를
성장시키는 배경일지도
그러니
방은 어질러져도 괜찮다.
커피는 식어도 괜찮다.
우리는
질서를 잃어가는 물질 속에서
의미를 빚어가는
존재니까.
몸은 엔트로피를 따라가고,
의식은 우주를 향해 자라며
그 두 방향이 함께 흐르는 것,
어쩌면 그것이 삶이다.
[시작(詩作) 노트]
열역학 제2법칙은 열은 항상 온도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만 이동하며, 시스템의 무질서도인 엔트로피도 시간의 흐름에 따라 감소하지 않고 항상 증가한다는 것이다.
이와같이 우주의 모든 물질과 에너지가 '질서'에서 '무질서'한 상태로 나아가는것이 자연계의 법칙이다.
뜨거운 커피는 식고, 물에 떨어진 잉크는 퍼지며, 시간이 가면 방이 자연스럽게 어질러지듯 물리적 세계는 끊임없이 흩어지고 소모됨을 엔트로피가 증가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다람쥐 쳇바퀴 도는 일상과 물질이 낡아가는 피할 수 없는 이 법칙 속에서도, 인간 내면은 쉼 없는 배움을 통해 오히려 질서를 찾아가고 단단해져 가는 것이 인생의 의미임을 말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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