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벨이 울리면 괜히 마음이 먼저 바빠진다.
무슨 일이지?
급한 일인가?
어떻게 말해야 하지?
막상 받아 보면 별일 아닌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도 전화를 걸고 받는 일은 늘 조금 어렵다.
회사에 다닐 때도 그랬다. 나는 전화보다 메일이나 사내 메신저를 먼저 열었다. 가끔은 이런 말을 듣는다.
"전화 한 통이면 끝날 일을."
맞는 말이다. 직접 이야기하는 편이 더 빠를 때도 많고, 오해도 줄어든다. 나도 그걸 안다. 그런데 이상하게 나는 글이 더 편하다. 왜 그럴까?
곰곰이 생각해 보니 전화가 싫은 것이 아니었다. 전화는 생각보다 말이 먼저 나간다. 생각은 아직 끝나지 않았는데 대답은 먼저 해야 하고, 한 번 입 밖으로 나온 말은 다시 고칠 수 없다. 반면 메일이나 메신저는 조금 다르다. 한 문장을 쓰다가 멈출 수도 있고, 다시 읽어볼 수도 있다. 내 생각이 어느 정도 정리된 뒤에야 상대에게 닿는다. 나에게는 그 짧은 시간이 필요했다.
물론 전화가 더 좋은 순간도 있다. 급한 일은 빠르게 해결되고, 오해도 금방 풀린다. 그래서 이제는 하나만 고집하지 않는다. 급한 일은 전화로 이야기하고, 정리해야 하는 내용은 메일이나 메신저로 남긴다. 필요하면 다시 전화로 이어 간다. 그렇게 하니 일은 더 자연스럽게 흘러가고, 마음도 훨씬 편해진다.
예전에는 이런 내 모습이 답답했다.
왜 전화 한 통도 이렇게 어렵지?
왜 다른 사람들처럼 바로 말하지 못할까?
그럴수록 더 나를 재촉했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말하면서 생각을 정리하는 사람이 있고, 생각을 정리한 뒤 말하는 사람도 있다. 나는 아마 후자에 가까운 사람이다. 그 사실을 받아들이고 나니 나를 바라보는 마음도 조금 달라진다. 지금도 예약 전화를 걸기 전에는 잠시 망설인다. 통화 버튼을 누르기 직전, 괜히 한 번 더 숨을 고르는 날도 있다.
'아직도 이러네.'
혼자 웃음이 나기도 한다. 그래도 이제는 안다.
나를 바꿔야 했던 것이 아니라, 나를 이해하는 일이 먼저였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