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장은 금방 쓸 수 있다. 그런데 보내는 일은 꼭 그렇지만은 않다.
짧은 문장 하나를 적어 놓고도 한참 화면을 바라본다.
'이렇게 쓰면 너무 차갑지 않을까.'
'조금 더 부드럽게 말해야 하나.'
'이 문장은 괜히 오해하지 않을까.'
글자는 몇 줄 되지 않는데, 마음은 그보다 훨씬 길어진다.
예전에는 이런 내 모습이 답답했다. 답장 하나 보내는 데 왜 이렇게 오래 걸릴까. 그냥 보내면 될 일을 몇 번이나 읽고, 또 고친다. 보내고 나서도 다시 읽어 본다. 혹시 이상하게 쓰지는 않았는지. 빠뜨린 말은 없는지. 상대는 이미 다음 일을 하고 있을 텐데, 나는 혼자 지난 문장을 붙잡고 있다.
생각해 보면 나는 답장을 고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고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상대가 기분 나쁘지 않았으면 좋겠고,
내 뜻도 제대로 전해졌으면 좋겠고,
괜한 오해도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다.
몇 줄 되지 않는 문장 안에 너무 많은 마음을 담으려 한다. 그러니 쉽게 보내지 못하는 것도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답장은 시험지가 아니다. 한 번에 완벽할 필요도 없고, 모든 마음을 다 담아야 하는 것도 아니다. 상대는 내가 몇 번째 문장을 지웠는지 모른다. 몇 번이나 망설였는지도 모른다. 결국 남는 것은 마지막에 보낸 한 문장이다. 그 뒤로는 조금 달라진다. 예전처럼 몇 번이고 고치기는 한다. 그래도 언젠가는 보내기로 한다. 완벽해서 보내는 것이 아니라,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순간 보내는 것이다. 생각에도 마침표가 필요하다는 걸 조금씩 배운다.
지금도 답장을 쓰다가 한참 멈춰 있는 날이 있다. 커서를 바라보다가 창을 닫기도 하고, 다시 열어 한 줄을 더 쓰기도 한다. 여전히 느리다. 그래도 이제는 안다.
생각이 많아서 늦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을 소홀히 다루고 싶지 않았다는 것을.